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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114·실종 127명…태풍 ‘갈매기’ 덮친 필리핀 중부 초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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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11. 06. 09:10

Philippines Extreme Weather Asia Typhoon <YONHAP NO-6174> (AP)
5일(현지시간) 태풍 '갈매기'가 초토화시킨 필리핀 중부 세부주 탈리사이시의 마낭가 강변에서 한 주민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파괴된 집터로 돌아와 있다/AP 연합뉴스
불과 한 달 전, 강진이 할퀴고 간 상처 위에 이번에는 강력한 태풍이 덮치면서 필리핀 중부 지역이 그야말로 초토화됐다.

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재난 당국은 태풍 '갈매기'로 인한 공식 사망자가 최소 114명, 실종자는 127명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특히 최대 피해 지역인 세부주(州)에서는 불어난 강물에 주택과 차량이 휩쓸려가고 수많은 주민이 지붕 위에서 필사적인 구조를 기다리는 등 아비규환의 상황이 펼쳐졌다.

당국자는 "사망자 대부분이 4일 태풍의 직격탄을 맞은 중부 세부주에서 보고됐다"고 밝혔다. 세부주에서만 최소 71명이 익사했고 산사태와 잔해물 붕괴 등으로 인한 사망자도 속출했다. 실종자 역시 세부주에서 13명, 인근 네그로스주에서 62명이 보고되는 등 피해가 중부 비사야스 제도에 집중됐다.

이번 사망자 114명에는 태풍 피해 이재민을 돕기 위해 구호 임무를 수행하던 필리핀 군 헬기 승무원 6명도 포함되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들은 4일 민다나오섬의 아구산 델 수르주 상공에서 악천후 속 구호 활동을 펼치다 헬기가 추락해 전원 사망했다.

세부주는 지난 9월 30일 규모 6.9의 강진이 발생해 79명이 숨지고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던 곳이다. 파멜라 바리쿠아트로 세부 주지사는 AP통신에 "태풍에 대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지만, 불행히도 갑작스러운 홍수처럼 예상치 못한 일들이 있었다"며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지진으로 집을 잃고 임시 텐트에서 생활하던 이재민들은 태풍이 오기 전 더 튼튼한 대피소로 옮겼지만 도시 전체를 덮친 물폭탄을 피할 수는 없었다. 세부시의 한 고급 주택가마저 강물이 범람하며 뒤집힌 차량들과 무너진 주택 잔해가 뒤엉킨 폐허로 변했다.

이번 참사가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인재(人災)일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바리쿠아트로 주지사는 "수년간 이어진 채석 작업으로 인근 강이 막히고, 기준 미달의 홍수 통제 프로젝트가 문제를 악화시켰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최근 몇 달간 필리핀 전역을 뒤흔들며 대규모 시위까지 촉발했던 '유령 홍수 통제 프로젝트 부패 스캔들'과 맞물려 이번 참사를 계기로 부실 공사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다시 한번 폭발할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세부주는 현재 비상 자금을 신속하게 투입하기 위해 재난 사태를 선포한 상태다.

필리핀을 관통하며 막대한 피해를 입힌 태풍 갈매기는 5일 오후 남중국해로 빠져나가 베트남을 향해 북서진하고 있다. 기상 예보관들은 '갈매기'가 따뜻한 바다를 지나며 세력을 더욱 키워 이미 10월 한 달간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로 신음했던 베트남 중부 지역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했다. 베트남 당국 역시 어선과 위험 지역 주민 대피 계획을 준비하고 식량을 비축하는 등 태풍 갈매기 상륙에 대비하고 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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