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싸움' 진행중
각사 이익 고려해 협상 길어질 듯
정부 가이드라인 맞춰 논의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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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정부는 최근 석유화학 부문 공급 효율화를 위해 국내 NCC 생산능력의 약 270만~370만 톤 감축을 목표로 제시했다. 전체 국내 생산능력의 20~25%에 해당하는 규모로, 업계 전반에 걸친 설비 통합 및 노후라인 폐쇄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NCC는 정제된 나프타를 분해해 석유화학 제품 원료를 만드는 핵심 설비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주로 생산되고, 이를 공급받은 석유화학회사는 NCC를 거쳐 플라스틱과 합성섬유 등의 원료가 되는 에틸렌을 비롯한 기초유분을 생산한다.
NCC는 수천억원이 투입된 대형 설비로 고정비 부담이 크지만, 플라스틱·합성섬유 등 거의 모든 제조업 원료를 공급하기 때문에 경기가 회복되면 즉각적인 수요 반등이 일어난다. 원료인 나프타 가격보다 제품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 수익성이 급격히 개선되는 구조라, 호황기에는 '황금알을 낳는 설비'로 불리기도 한다.
문제는 초대형 수요국 중국이 '자체생산'에 나섰다는 점이다.자급을 넘어 공급 과잉이 이어지자 제품 가격이 급락했고, 이제는 NCC를 돌릴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구조조정안을 내고, 이에 따른 기업 간 통합 논의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석유화학사와 정유사와의 결합 시나리오는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이는 정유사가 생산한 나프타를 석화사가 바로 투입하는 구조로 전환해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다만 정유사 입장에서는 NCC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또한 자체적 설비 감축도 거론된다. 일례로 여천 NCC의 경우 국내 가장 많은 228만5000톤의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어 설비 감축이 유력한 안으로 거론된다. 이미 일부 공장 가동중단으로 비용을 줄여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구조조정이 단기간에 마무리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NCC는 고정비 비중이 높고, 설비 간 연계성이 강해 일부만 감축하기 어렵다. 설비 폐쇄나 업그레이드 투자 등이 필요하지만 각자 재무 여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입장도 달라서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기업일수록 투자 부담이 커지고, 조달 리스크도 확대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업황이 회복되면 수익성이 좋은 설비인 만큼, 당장의 어려움만 고려해 대폭 설비를 줄일 수도 없는 실정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지난 2017년~2018년 업황이 좋았던 시절에는 NCC에서만 수조원대 매출을 내기도 했던 바 있다. 더구나 최근 중국의 범용 제품 생산 감축 전망으로 업황 개선 기대감도 나오면서 구조조정 시점에 대한 논의는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는 연말까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자율 감축안을 마련하되, 본격적인 구조조정은 내년 이후로 넘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부가 '무임승차'를 강력하게 지적한 만큼, 각 사마다 논의는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