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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자본잠식 빠진 카카오엔터…적자 배경은 카카오의 ‘고금리 착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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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라 기자

승인 : 2025. 09. 23. 18:57

매출 70% 이상을 '내부거래'에 의존
카카오에 빌린 돈 3년새 2000억 넘어
연 이자율 9.5%…400억대 이자착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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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컷
카카오가 인공지능(AI)·클라우드 사업 강화를 위해 만든 자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2019년 출범 후 수년 째 적자다. 2023년부터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는데, 이는 카카오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200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주면서 부채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적자 기업에 2000억원 대출을 지원해준 카카오가 실제로는 고금리 이자장사를 했다는 점이다. 현재 카카오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내준 대출의 이자율은 연 9.5%다. KB국민은행도 카카오에 9.5% 이자율로 135억원의 대출을 내줬는데, 이 같은 9%대 금리는 '담보가 없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불량 기업일 경우'에 한해서다. 카카오는 이 같은 고금리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로부터 연간 400억원의 이자를 받았다.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연간 수백억원의 이자를 내면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자본잠식 속도가 더 빨라진 것이다.

이자도 못 낼 정도의 자본잠식 상황에 이르자 카카오는 올 5월에야 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중 2000억원은 상계처리 됐고, 570억원만 자금으로 유입됐다.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지원을 두고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면서 카카오도 결국 금전적 피해를 입게 된 셈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사실상 카카오의 의사결정 실패를 자인한 것으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경영 능력에도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2019년 12월 카카오의 인공지능(AI)·클라우드 부문을 분할해 설립된 이후 줄곧 적자를 이어왔다. 2022년 자본총계는 544억7100만원이었으나 2023년에는 884억8000만원 자본 적자로 전환되며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이후 2024년에는 1707억3600만원으로 적자 폭이 더 커졌다.

자산은 2022년 2219억원에서 2024년 2027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반면 부채 총계는 같은 기간 1674억원에서 3734억원으로 2000억원 넘게 늘었다.

부채 증가 배경은 모회사인 카카오의 장기차입금 탓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장기차입금은 2012억원으로, 이중 카카오가 2026년까지 2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내줬다. 연 9.5% 이자율이다. 2027년까지 신한은행은 1억 9000만원의 장기차입금을 3.06% 이자율로 빌려줬고, 중소기업진흥공단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의 이자율은 각각 2.34%, 0% 수준이다.

카카오 측은 "KB국민은행과 동일한 이자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대출을 내줬다"고 해명했다.

실제 단기차입금을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이 연 9.50% 이자율로 135억원 규모의 대출을 내줬다. 기업은행은 총 5억원의 대출을 내줬는데 각각 이자율은 4.22%, 3.71% 수준이다. KB국민은행은 기업은행보다 2배 높은 금리로 대출을 내준 셈이다. 이에 대해 KB국민은행 측은 "해당 기업의 신용등급이 안좋거나, 담보가 없을 때 고금리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일반 은행들의 경우, 통상 담보와 신용대출을 이유로 금리를 높게 책정하는데 카카오는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이같은 고금리를 적용해온 것이다. 카카오가 적자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연간 받다온 이자액은 400억원 이다. 보통 완전자본잠식 기업은 모회사가 유·무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는 경우가 많지만 카카오는 차입 위주로만 지원해 왔다. 다만 올해 5월 카카오는 뒤늦게 유상증자로 2570억원을 출자했는데 이 중 2000억원은 기존 대여금과 상계 처리됐고 실제 신규 자금 유입은 570억원에 그쳤다.

문제는 적자만 지속해온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이 같은 고금리 대출을 거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경영진의 무리한 차입금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줘야 하는 이사회 멤버들 절반 이상이 계열사 임원을 겸직해왔다. 2022년에는 등기이사인 백상엽, 김창준, 최용석 이사 3명 모두 계열사 임원을 겸직했고 2023년에는 이경진, 김기홍, 유태욱 이사 대부분이 계열사 임원으로 동시에 활동했다. 2024년에는 이원주, 오세용 이사 2명 모두 계열사 임원을 겸직 중이다. 경영진의 감시와 감독 역할을 해야 할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배경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계열사 매출 비중이 크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작년 별도 기준 매출 1279억원 중 930억원(73%)이 카카오, 카카오브레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계열사 거래에서 발생했다. 매출의 70% 이상이 계열사 내부거래로 발생하고 있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입장에선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고금리 대출을 받아올 수밖에 없던 셈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카카오의 거의 완전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며 주도권을 가지고 턴어라운드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재무 구조 개선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한편, 공적 자금이 투입된 산업은행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지분 8.21%를 보유하고 있는 점도 논란의 소지가 크다. 출범 당시 정책·전략적 투자 성격으로 참여했으나 결과적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산업은행 자금이 위험에 노출된 셈이다. 정책 투자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한 평가가 불가피해 보인다.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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