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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공작, 재건축 운영위 전원 해임 ‘초강수’…“늦더라도 투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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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준 기자

승인 : 2025. 07. 27. 15:59

26일 열린 전체회의서 운영위원 전원 해임 안건 가결
운영위 재구성까지 2개월 이상 걸릴 듯
"소유주 의견 무시한 채 신탁사-운영위가 심의안 결정"
"조합 방식 전환 안 해…소유주 의견 충실히 반영해 달라"
공작아파트
서울 여의도 공작아파트 토지등소유자들이 지난 26일 한국화재보험빌딩 1층 강당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한 모습./독자 제공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여의도 공작아파트가 정비사업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 전원을 해임하는 초강수를 뒀다. 소유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KB부동산신탁과 운영위가 독단적으로 설계를 변경했다는 불신이 누적된 데 따른 것이다. 속도를 중시하는 정비사업 특성 상 이례적인 결정이지만, 주민들 사이에 "사업이 늦어지더라도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27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여의도 공작아파트 소유주들은 전날 오후 KB부동산신탁이 토지등소유자 소집요구에 따라 한국화재보험빌딩 1층 강당에서 개최한 전체회의에서 운영위원 전원을 해임했다. 송건화 운영위원장은 총 246명의 참석자 중 192표의 해임 찬성표를 받았다. 나머지 9명의 운영위원도 과반의 해임 찬성표를 받아 투표 종료 부로 즉각 해임됐다.

소유주들이 운영위원 전원을 해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정비사업은 통상 '속도전'이라 불릴 만큼, 사업 진행 속도가 사업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사업은 조합 방식보다 더 빠른 추진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신탁 방식을 채택한 상황이었다.

운영위원 전원 해임 배경에는 KB부동산신탁과 운영위가 지난해 11월 영등포구청에 제출한 도시계획 통합심의안 검토 과정에서 소유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기존 설계안보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심의안을 마련한 게 꼽힌다. 기존 설계안보다 전용면적 85㎡ 초과 평형이 191가구에서 124가구로 적어졌다는 주장이다.

이에 공작아파트 일부 소유주들은 '공작아파트 재건축 정상화 추진모임'(이하 공정추)을 결성하고 여의도 KB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KB신탁의 밀실행정 규탄' 시위를 벌인 바 있다. KB부동산신탁은 운영위와 충분히 논의를 거쳐 내린 결정이라고 반박했지만, 갈등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운영위는 결국 해체됐다.

다만 공작아파트 소유주들은 조합 방식으로의 전환 가능성은 현재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해임 안건 가결 직후 KB부동산신탁 측에 "소유주 의견을 무시하지 않는 새로운 설계안을 준비하라"는 공식 요구를 전달했다는 게 공정추 주장이다.

이에 KB부동산신탁은 약 2개월 동안 새로운 운영위원 선거를 진행한 뒤 사업을 재개하기로 했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은 빠른 의사결정과 속도전이 최대 장점으로 꼽히지만, 이번 사태로 사업 일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하지만 소유주들은 투명성 확보를 통한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소유주는 "사업 속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추진되는 재건축은 결국 더 큰 갈등을 낳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종의 고육책을 내세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비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신탁 방식 정비사업의 '투명성 확보' 문제가 다시 부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운영위가 과거 신탁 방식 추진위원회 참여 인사들을 중심으로 꾸려지는 경우가 많아 신탁사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개별 주민 의견은 상대적으로 반영되기 어려운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공정추는 하루 빨리 재건축 사업을 정상화한다는 계획이다. 공정추 관계자는 "이번 전체회의에서 드러난 소유주들의 뜻을 받들어 사업이 빠르게 진척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전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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