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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너무나 아쉬운 일부 지자체장 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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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식 기자

승인 : 2025. 07. 24. 06:00

아시아투데이_주성식
주성식 전국부장
최근 들어 집중호우와 관련한 대통령의 두 '격노'가 많은 이들의 입길에 오르고 있다. 하나는 채해병 수사 외압의 직접적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VIP 격노설'이고, 또 다른 하나는 지난 2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모두발언 도중 "정신 나간 공직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질책성 추궁이었다.

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순직해병 특검이 고강도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할 사안이지만, "국민들이 죽어가는 그 엄혹한 현장에서 음주가무를 즐기거나 대책 없이 행동하는 정신 나간 공직자들에 대해서는 아주 엄히 단속하라"는 이 대통령의 분노 섞인 지시는 거의 모든 국민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당연히 해야 할 격노'였다.

구체적인 실명이 거론된 것은 아니지만 이 대통령의 격노를 유발한 정신 나간 공직자가 김영환 충북도지사와 백경현 구리시장이라는 점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이미 많은 언론 보도를 통해 잘 알려져 있듯이 김 지사는 청주시 오송읍 궁평 2지하차도에서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송참사' 2주기 추모 기간 중인 지난 12일 시의원들과 회식 자리를 가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그는 오송참사가 발생했을 당시 5시간 만에 현장에 나타나 재난에 제대로 대처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무사안일한 모습을 연출해 공분을 샀다. 게다가 김 지사는 불과 3개월여 전인 3월 30일 제천 봉황산에 산불이 발생했을 때도 현장을 찾지 않고 40㎞가량 떨어진 충주에서 청년·지인 등과 불콰해진 얼굴로 술잔을 기울인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돼 망신살이 뻗친 바 있다.

지난 20일 경기 북부 일대를 강타한 집중호우로 왕숙천이 범람하는 위기 상황에 모든 공무원들이 새벽부터 비상근무에 들어간 구리시의 백 시장도 강원 홍천의 한 식당에서 열린 야유회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영상이 공개돼 비난을 자초했다. 물론 자신의 음주가무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후 즉각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지만 '비상식적인 작태'에 실망한 지역 민심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도 기가 막힌 대목은 백 시장의 '실수'를 두고 지역 정가에서 '음모론'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백 시장의 관외 지역 외출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11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강력한 경쟁자의 입지를 허물기 위해 유도한 상대 진영의 기획이 아니냐는 것이다. 구리시를 비롯한 경기 북부 지역의 집중호우 피해가 아직도 심각한 상황에서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얘기인지 허무맹랑하기 짝이 없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달 열린 국무회의에서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365개 기관에 '사고 대비를 엉터리로 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서약서에 서명받을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이번 국무회의에서 "공직사회는 신상필벌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한 언급이 일부 지자체의 느슨해진 기강을 바로 세우는 매서운 채찍이 되길 바라본다.
주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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