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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브라질은 차원이 다른 강적…트럼프 관세 압력에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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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5. 07. 11. 10:19

폐쇄적인 경제 구조, 세계 무역 변화에 대한 충격 제한적
美 제치고 中이 최대 교역국으로 올라서…美 영향력 약화
COMBO-BRAZIL-US-TRADE-TARIFFS-DIPLOMACY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 무역을 지렛대로 삼아 전세계를 압박해온 가운데 이번에는 브라질을 새로운 관세 대상국으로 지목했지만, 전문가들은 브라질이 이전의 상대국들과는 차원이 다른 강적으로 미국의 압력에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라틴아메리카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은 비교적 폐쇄적인 경제 구조를 갖고 있어 세계 무역 변화에 대한 충격이 제한적이다. 게다가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브라질의 최대 교역국으로 올라선 점도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하는 요소다.

여기에, 노동자 출신으로 군부 독재에 맞서 싸워온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정치 투쟁에 익숙한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싸우기를 마다하지 않는 상대를 마주한 셈이다.

룰라 정부 관계자들은 WP와의 인터뷰에서 9일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8월 1일부터 발효하겠다고 밝힌 브라질 제품에 대한 50% 고율 관세를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번 조치의 배경 중 하나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를 언급했다. 보우소나루는 2022년 대선 패배 이후 군사력을 동원해 정권을 유지하려 한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그는 트럼프와 가까운 극우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브라질 외교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관세로 인해 성장 속도가 다소 느려질 수는 있겠지만, 경제적으로 브라질은 미국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은 여전히 브라질에 중요한 교역국이지만, 절대적인 위치는 아니다. 무디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은 약 400억 달러(약 55조 160억 원)어치의 브라질산 제품을 수입했다. 이는 브라질 국내총생산(GDP)의 1.7%에 해당한다.

미국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트럼프의 압박에 쉽게 휘둘리는 경향을 보여왔다. 대미 수출이 GDP의 25%에 달하는 베트남은 트럼프 행정부가 고율 관세를 물리자, 즉각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 협상에 나섰다.

페드로 아브라모바이 오픈소사이어티재단의 프로그램 부총재는 "브라질은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낮기 때문에 타격은 있겠지만 국가 경제가 흔들릴 정도는 아니다"고 분석했다.

최근 브라질은 브릭스(BRICS) 국가들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면서 미국과 유럽과의 무역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CNN 브라질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브라질의 BRICS와의 무역 규모는 미국과 유럽을 합친 것보다 약 50% 더 많았다.

정치적으로도 미국과의 이번 갈등은 룰라 대통령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WP는 짚었다.

룰라는 브라질 정치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인물 중 한 명이지만, 3기 집권 이후 지지율 하락세를 겪고 있다. 메시지 전략과 홍보팀 개편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은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보우소나루와의 재대결 시 초접전을 예고하고 있다.

보우소나루는 정적 암살 기도와 정권 전복 모의 등 중대한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그에게는 여전히 충성도 높은 지지층이 있고, 트럼프는 이번 기소를 "마녀사냥"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대다수 브라질 국민들은 이번 재판을 민주주의의 시험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발표는 브라질 정치 지형에도 즉각적인 파장을 불러왔다. 룰라는 명확한 외부의 적을 얻었고, 보우소나루 또는 그의 정치적 후계자에게 "외세와 손잡은 인물"이라는 프레임을 씌울 수 있게 됐다.

룰라 지지자들은 "룰라는 초부유층에 세금을 물리려 하고, 보우소나루는 브라질 전체에 세금을 부과하려 한다"는 문구를 담은 메시지를 퍼뜨리며 여론전에 나섰다.

트럼프의 발표 직후, 룰라는 긴급 회의를 소집하고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이후 수 시간 내에 발표된 성명에서는 브라질의 무역 관행에 대한 불만부터 소셜미디어에 대한 강경한 규제 정책까지 트럼프의 서한에 담긴 모든 주장을 반박하며 맞대응을 예고했다.

한 룰라 참모는 "상대가 정치적으로 접근했으니 우리도 정치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위협하거나 자극에 휘둘리진 않겠지만, 대응은 단호하고 대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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