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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로이터·채널뉴스아시아(CNA)에 따르면 안와르 총리는 전날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개막 연설에서 이 같이 비판했다. 안와르 총리는 "관세·수출 제한과 투자 장벽이 이제는 지정학적 경쟁의 날카로운 도구가 됐다"고 비판했다. 미국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을 겨냥한, 이례적인 강경 비판이었다.
안와르 총리의 이 발언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말레이시아에 부과할 상호 관세율을 기존 24%에서 25%로 오히려 1%p 인상해 통보한 직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 최종 시한을 기존 7월 9일에서 8월 1일로 연기하며,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14개국에 새로운 관세율을 통보한 바 있다.
안와르 총리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10일부터 말레이시아를 찾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양자회담에서 관세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하며 담판을 짓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미국과의 협상을 위해 대표단을 파견했다. 우리는 무역 국가이기 때문에 일방적인 관세는 말레이시아와 지역(아세안)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루비오 국무 장관을 만날 때 이 문제를 확실히 제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비오 장관의 이번 방문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최고위급 인사의 첫 동남아 순방이다. 여기에 관세 문제까지 겹치며 발언 하나하나에 아세안 전체의 이목이 쏠려 있다.
아세안의 위기감은 다른 회원국들에서도 감지됐다. 수기오노 인도네시아 외교장관 역시 "지정학적 경쟁과 보호무역주의가 역내 단결과 아세안의 존재 가치를 위협하는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며 "아세안이 살아남으려면 이 모든 것에 맞설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모하맛 하산 말레이시아 외교장관 역시 "우리의 단결에 대한 외부의 압력은 더욱 커질 것이고, 편을 들라는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불확실성 속에서 아세안은 굳건히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와르 총리는 "우리가 직면한 현실에 맞춰 아세안이 공동 대응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며 "더 강력하고 연결된 아세안 경제를 만드는 것은 우리의 생존과 회복력을 보장할 전략적 필수 과제"라고 강조했다.
아세안 내에서는 베트남만이 유일하게 미국과 20% 관세에 합의했다. 태국(36%)·인도네시아(32%)·캄보디아(36%)·라오스(40%) 등 다른 국가들은 여전히 높은 관세 위협에 직면해 있다. 이번 아세안 외교장관회의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맞서 아세안이 단결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