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에 걸쳐 모은 방대한 미술작품
서경배, 3년 연속 세계 200대 컬렉터
그룹 창립 80주년 맞아 내달부터
亞 최대 규모 '마크 브래드포드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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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을 이어 경영인이 되지 않았다면 미술 평론가가 됐을 것"이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그의 남다른 미술 사랑은 미국 미술잡지 아트뉴스(ARTnews)가 선정한 '세계 200대 컬렉터'에 2022년부터 3년 연속 이름을 올리며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품 컬렉터로 평가받는 서 회장은 2008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한국실 여성관 신축에 30만 달러를 기부하고 2011년부터 5년간 해마다 20만달러의 한국 현대미술 작품 구입 자금을 지원하는 등 한국 예술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해오고 있다.
아트뉴스는 "서 회장에게 미(beauty)는 단지 그의 사업인 화장품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전파하는 회사"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잦은 해외 출장 중에도 시간 날 때마다 미술관을 찾는 것으로 유명한 서 회장의 미술 사랑은 기업 경영 철학의 근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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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뿌리는 1979년 창업주 고(故) 서성환 회장이 국내 최초의 화장품·장신구 박물관인 '태평양화장사관'을 개관한 것에서 시작됐다. 서성환 선대회장이 주로 한국의 고미술품을 수집했다면, 아들 서경배 회장은 동서양 현대미술품까지 수집 범위를 확대했다. 2018년에는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서울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을 나서면 하얀 달항아리를 닮은 커다란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아모레퍼시픽그룹 신사옥은 달항아리가 가진 절제된 아름다움의 본질을 건축 디자인에 담았다. 미술관은 이 건물 1층과 지하 1층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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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 컬렉션으로는 로버트 인디애나의 팝아트 작품 'LOVE'부터 설치미술가 스털링 루비의 작품, 미국 개념미술가 바바라 크루거의 작품까지 시공간을 아우르는 걸작들이 포함돼 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통상 고미술 전시를 2년에 1회, 현대미술 전시를 연 2회 정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2013년부터 경기도 오산과 용인, 제주, 서울에서 현대미술 프로젝트 '에이피 맵'을 이어오며 국내 역량있는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활동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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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올해 아모레퍼시픽의 창립 80주년을 맞아 오는 8월 1일부터 내년 1월 25일까지 약 6개월간 현대미술 기획전 '마크 브래드포드: 킵 워킹'을 선보인다. 동시대 추상회화를 대표하는 작가 마크 브래드포드를 국내 최초로 소개하는 자리이며, 아시아에서 열린 전시 중 최대 규모의 개인전이다.
로스앤젤레스 출신 브래드포드는 버려진 포스터, 전단지, 신문 조각 등을 재료로 겹겹이 쌓고, 긁어내고, 찢어내는 방식을 통해 차별과 갈등에 대한 현대 사회의 주요 이슈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제시해 왔다. 지난 20여 년에 걸친 작가의 예술적 여정을 살펴보기 위해 기획된 이번 전시는 주요 회화, 영상 및 설치 작업, 신작 시리즈까지 약 40점의 작품을 통해 브래드포드의 작업세계를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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