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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아트 이끄는 미술관] 고미술부터 팝아트까지...예술 향한 사랑이 경영철학의 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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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07. 10. 17:40

아모레퍼시픽미술관
2대에 걸쳐 모은 방대한 미술작품
서경배, 3년 연속 세계 200대 컬렉터
그룹 창립 80주년 맞아 내달부터
亞 최대 규모 '마크 브래드포드 展'
[아모레퍼시픽 그룹] 서경배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그룹 회장.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기업 미술관은 이제 단순한 사회공헌을 넘어, 한국 문화예술 생태계의 중요한 축이 됐다. 전시 기획부터 작품 수집, 교육까지 전문성을 갖춘 이 공간들은 K-아트의 또 다른 주역이다. 조용히 예술을 후원해온 기업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그 미감의 철학을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가업을 이어 경영인이 되지 않았다면 미술 평론가가 됐을 것"이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그의 남다른 미술 사랑은 미국 미술잡지 아트뉴스(ARTnews)가 선정한 '세계 200대 컬렉터'에 2022년부터 3년 연속 이름을 올리며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품 컬렉터로 평가받는 서 회장은 2008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한국실 여성관 신축에 30만 달러를 기부하고 2011년부터 5년간 해마다 20만달러의 한국 현대미술 작품 구입 자금을 지원하는 등 한국 예술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해오고 있다.

아트뉴스는 "서 회장에게 미(beauty)는 단지 그의 사업인 화장품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전파하는 회사"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잦은 해외 출장 중에도 시간 날 때마다 미술관을 찾는 것으로 유명한 서 회장의 미술 사랑은 기업 경영 철학의 근간이 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본사 전경_2
세계적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전경. /아모레퍼시픽미술관
◇ 2대에 걸친 미술관 역사...달항아리 닮은 신사옥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뿌리는 1979년 창업주 고(故) 서성환 회장이 국내 최초의 화장품·장신구 박물관인 '태평양화장사관'을 개관한 것에서 시작됐다. 서성환 선대회장이 주로 한국의 고미술품을 수집했다면, 아들 서경배 회장은 동서양 현대미술품까지 수집 범위를 확대했다. 2018년에는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서울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을 나서면 하얀 달항아리를 닮은 커다란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아모레퍼시픽그룹 신사옥은 달항아리가 가진 절제된 아름다움의 본질을 건축 디자인에 담았다. 미술관은 이 건물 1층과 지하 1층에 자리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백자대호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장품인 백자대호(보물 제1441호). /아모레퍼시픽미술관
2대에 걸쳐 모은 컬렉션 덕분에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장품의 폭과 깊이는 남다르다. 고미술 컬렉션은 선사시대부터 근대기까지 폭넓은 시대를 아우르며, 서화, 도자기, 금속공예, 목공예, 섬유·복식 등으로 다채롭게 구성돼 있다. 대표적인 고미술 소장품으로는 조선시대 달항아리인 '백자대호'(보물 제1441호)와 해외 소재 한국 문화재 환수의 일환으로 일본에서 수집한 고려시대 불화 '수월관음도'(보물 제1426호)가 있다.

현대미술 컬렉션으로는 로버트 인디애나의 팝아트 작품 'LOVE'부터 설치미술가 스털링 루비의 작품, 미국 개념미술가 바바라 크루거의 작품까지 시공간을 아우르는 걸작들이 포함돼 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통상 고미술 전시를 2년에 1회, 현대미술 전시를 연 2회 정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2013년부터 경기도 오산과 용인, 제주, 서울에서 현대미술 프로젝트 '에이피 맵'을 이어오며 국내 역량있는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활동도 펼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 Robert Indiana_LOVE, 1966-1999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장품인 로버트 인디애나의 'LOVE'. /아모레퍼시픽미술관
◇ 아모레퍼시픽 창립 80주년 맞아 내달 마크 브래드포드 아시아 최대 개인전 준비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올해 아모레퍼시픽의 창립 80주년을 맞아 오는 8월 1일부터 내년 1월 25일까지 약 6개월간 현대미술 기획전 '마크 브래드포드: 킵 워킹'을 선보인다. 동시대 추상회화를 대표하는 작가 마크 브래드포드를 국내 최초로 소개하는 자리이며, 아시아에서 열린 전시 중 최대 규모의 개인전이다.

로스앤젤레스 출신 브래드포드는 버려진 포스터, 전단지, 신문 조각 등을 재료로 겹겹이 쌓고, 긁어내고, 찢어내는 방식을 통해 차별과 갈등에 대한 현대 사회의 주요 이슈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제시해 왔다. 지난 20여 년에 걸친 작가의 예술적 여정을 살펴보기 위해 기획된 이번 전시는 주요 회화, 영상 및 설치 작업, 신작 시리즈까지 약 40점의 작품을 통해 브래드포드의 작업세계를 풀어낸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 Mark Bradford, Float, 2019, Mixed media on canvas
마크 브래드포드의 'Float'.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Mark Bradford. Courtesy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Photo Sean Shim-Boyle
미국 작가 마크 브래드포드. Courtesy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Photo Sean Shim-Boyle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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