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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제주서 보이는 노란 복주머니 ‘황근’…성산 오조리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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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이정연 기자

승인 : 2025. 06. 08. 12:03

제주 성산일원에 세미맹그로브 숲 추진
황근 등 자생식물 식재해 탄소 흡수 강화
장마철 노란 꽃망울로 해안경관 가치도 높여
오조리
제주 성산읍 오조리에 피어난 황근./제주도
"이 황근의 꽃망울이 뭘 닮았냐면 복주머니요. 복조리 닮았다 해서 복주머니라 합니다."

지난 4일 성산읍 오조리 일대에는 성산일출봉을 뒤로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기 위해 분주한 황근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노란 무궁화로도 불리는 황근은 6월 중순부터 8월 초순 사이 장마가 시작될 때 꽃이 피어 장마가 끝날 무렵 꽃이 진다. 옛부터 오조리 주민들은 황근을 보며 장마의 시작과 끝을 예측했다는 설명이다.

황근의 역사는 길지만, 한때는 멸종위기 식물에 지정되기도 했다. 1998년 산림청에서 선정한 희귀 및 멸종위기 식물에 오른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의 염원 속에 복원에 성공해 지난 2023년 황근이 법정 보호종에서 해제가 됐다. 2003년 민간단체인 '제주 자생식물동호회'에서 처음 시작한 복원활동은 이후 서식지 외 보전기관(여미지식물원),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국립생물자원관 등 민·관의 노력으로 이어져 비로소 오조리 황근을 제자리에 되돌려놓았다.

제주도는 '2035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전국 최초 자생 세미맹그로브 식재를 추진하고 있다. 동남아 등 열대기후에서 주로 서식하는 맹그로브는 일반 산림보다 3배에서 5배 정도의 탄소 흡수력이 높은 식물이다. 제주에 이를 본뜬 이른바 탄소감축원이 될 수 있는 자생 식물을 선정해 세미맹그로브 숲을 조성하자는 계획이다. 2025년부터 2029년까지의 조성계획을 수립해 마을주민 및 기업참여를 통한 탄소중립 노력 가치를 실현하고, 특색있는 마을 조성을 통해 해안경관 관광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성산일원 등 10개 해안지역에 황근 등을 포함한 해안식물을 140헥타르(ha)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빼어난 마을 경관을 만들어 순천만 습지와 같이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끄는 관광지로 거듭나도록 하고 싶다는 게 마을 주민의 염원이다.

다만 아직까지 황근 등이 공식적인 국제 탐소감축원으로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황근은 다른 나무보다 2배 정도 탄소 흡수량이 높은 데다가 경관 가치도 높아 잘피는 해양수산부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인정을 받기 위해 추진 중에 있고, 이게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감축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종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조리의 유례를 아는 것도 이 지역을 온전히 느끼는 데 보탬이 된다. 고기봉 전 오조리 이장은 "맞은 편에 보이는 성산 일출봉에서 해가 비치면 가장 먼저 비친다해서 오조(吾照)라 부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며 "200여종의 철새가 찾아오고, 텃새가 25종 정도 서식하는 생태계 보고"라고 소개했다.

오조리는 용천수가 많기로도 유명한 곳이다. 바다랑 하천이 만나는 이 곳에 양식장이 들어선 이유다. 올레길로 연결되는 이 곳에 방문하면 해가 맑은 물에 비쳐 별빛이 반짝이는 듯한 감상을 느낄 수 있다.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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