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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인사이트] 유소년 농구의 오늘, 한국 농구의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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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찬 선임 기자

승인 : 2025. 06. 02. 08:23

리틀썬더스 농구대회 현장에서 본 아이들의 열정, 그리고 프로구단의 뿌리 내리기
체계적 유소년 시스템과 문화적 기반 확장이 한국 농구의 미래를 결정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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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을 단단히 움켜쥔 채 코트를 질주하는 33번 김유준 선수. 시선은 골대로, 움직임엔 자신감이 담겨 있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아시아투데이 전형찬 선임 기자 = 작은 손으로 농구공을 움켜쥔 아이들이 코트를 달린다. 무게 중심을 잃을까 조심스럽게 드리블을 이어가던 아이가 어느 순간, 자신 있게 슛을 시도한다. 골망이 흔들리는 순간, 벤치의 동료들과 부모들로부터 환호성이 터진다. 땀으로 젖은 유니폼을 입고 눈을 맞추며 나누는 하이파이브. 농구는 지금 이 순간,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놀이이자 자신감을 키우는 무대다.

최근 서울 삼성 썬더스가 주최한 유소년 농구 행사 '리틀썬더스 농구대회' 현장에서도 그런 장면들이 펼쳐졌다. 수도권과 충청권 등지에서 모인 초등부 팀들이 팀 유니폼을 갖춰 입고 경기에 나섰고, 가족들은 손팻말과 응원가로 아이들의 플레이에 힘을 실었다. 코트를 땀으로 채운 아이들은 아직 골대가 훨씬 높게만 느껴지는 작은 체구의 선수들이지만, 그 열정만큼은 프로 못지않았다. 현장에서 만난 5학년 김유준 군은 "친구랑 같이 농구하니까 덜 무섭고, 실수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라며 웃었다. 그의 말 한마디는 농구의 본질을 온전히 담고 있었다.

서울 삼성 썬더스는 유소년 농구교실을 통해 방과 후 수업, 주말 체험, 캠프 등을 운영하며 아이들이 농구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리틀썬더스 대회 역시 이러한 활동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농구를 생활 속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무대로 기능했다.

전경
제16회 서울삼성 리틀썬더스 농구대회가 한창인 체육관. 아이들의 열정과 가족들의 응원이 코트를 가득 채운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프로농구연맹(KBL)도 최근 몇 년간 유소년 농구 생태계 조성을 리그 차원의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현재 10개 전 구단은 자체 유소년 농구클럽을 운영하며, U-10부터 U-18까지 연령별 팀을 구성해 주말 리그, 교류전, 전국 대회 등에 참가하고 있다.

특히 2007년 출범한 'KBL 전국 유소년 클럽 챔피언십'은 2023년부터 U-14 부문을 신설하며 총 6개 연령대(U-10, U-11, U-12, U-14, U-15, U-18)로 확대되었고, KBL 구단 소속 유소년 팀들이 참여하는 대표적인 전국 단위 유소년 농구대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각 구단의 노력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서울 SK 나이츠는 '주니어 나이츠 농구교실'을 통해 수도권 최대 규모의 유소년 농구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으며, 창원 LG는 충남 당진에 유소년 클럽 지점을 개설해 농구 불모지에 새로운 씨앗을 뿌리고 있다. 원주 DB는 여주, 대전 등지까지 농구교실을 확대했고, 대구 한국가스공사는 4년간 34개 학교에 장비와 훈련비를 지원해왔다. 각 구단의 연고 지역에 기반한 유소년 클럽 운영, 방학 캠프, 찾아가는 농구교실 등은 이제 일상적인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리그 본부 차원의 정책도 병행된다. '찾아가는 농구교실'은 2023년 한 해 동안 53개 학교 및 아동시설에서 1,4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운영됐으며, 은퇴 선수와 미지명 선수가 지도에 참여했다. 장신 유망주를 선발해 훈련과 장비를 지원하는 '장신자 발굴 프로그램'도 지속되고 있으며, 최근 프로에 입단한 이근준(고양 소노), 에디 다니엘(용산고) 등은 이 프로그램의 수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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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드리블 이후 골밑을 향해 돌파하는 25번 노주안 선수. 상대 수비를 가르며 자신 있게 슛을 시도한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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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밑에서 오른손 레이업을 시도하는 31번 유지호 선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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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움직임에 맞춰 한 걸음 한 걸음 좁혀 들어가는 19번 이강민 선수. 집중력 있는 수비로 코트 위의 균형을 지켜낸다.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관계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초등학교 농구부 수는 50개도 되지 않으며, 여자 농구는 초·중·고·대·WKBL까지 모두 합쳐도 76개 팀 수준이다. 반면 일본은 여자 고등학교 농구부만 3,500개 이상이고, 유소년 등록 선수 수는 5만 명을 넘어선다. 저변의 차이는 결국 실력과 국제 경쟁력의 차이로 직결된다.

무엇보다 농구를 처음 접할 수 있는 입문 통로 자체가 희박하다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다. 골대를 찾기 어렵고, 지도자를 만나기도 쉽지 않다. 학교체육과 지역사회 체육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아이들은 농구를 '선택조차 못하는' 구조에 놓여 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농구를 잘하는 아이보다 농구를 좋아하는 아이가 많아야 한다. 그것이 팬을 만들고, 산업을 지탱하는 힘이다." 농구를 '경쟁'보다 '놀이'로 접근하게 하는 문화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소년 프로그램 출신이 고교, 프로로 성장하는 사례는 점차 늘고 있지만,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 간의 연계 강화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농구는 거창한 시스템 없이도 즐거울 수 있다. 하지만 그 즐거움을 허락하는 환경은 사회 전체의 관심과 투자 없이는 결코 만들어지지 않는다. 농구를 '선택 가능한 운동'으로 만들기 위한 인프라 개선과 문화 확산은 단지 KBL만의 과제가 아니다. 그것은 지역과 학교, 기업과 교육이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아이들의 드리블이 이어지는 동안, 농구는 계속된다. 그 발걸음이 지금은 작고 느릴지라도, 언젠가 한국 농구의 튼튼한 줄기가 되어 프로농구의 미래를 지탱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뿌리에는 오늘의 '리틀썬더스'처럼 현장을 지키는 작은 움직임들이 있었다.
전형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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