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무선 사업 마이너스 성장 전망도
유선 사업 담당하는 SKB도 수익성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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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달 SK텔레콤에서 다른 통신사와 알뜰폰으로 번호이동한 가입자는 23만7001명이다. 전월(12만6171명) 대비 무려 87.8% 늘어난 수치다. 구체적으로 보면 SK텔레콤에서 KT와 LG유플러스로 각각 9만5953명, 8만6005명이 이동했다. 같은 기간 알뜰폰으로 넘어간 가입자도 전월(4만1253명) 대비 1만명 이상 늘어난 5만5043명이다.
지난달 타사에서 SK텔레콤으로 번호이동한 가입자는 전월(11만2609명)보다 소폭 늘어난 11만4330명이다. KT와 LG유플러스에서 각각 4만1829명, 4만6024명이 넘어왔고, 알뜰폰에서는 3만4818명이 유입됐다. 유심 해킹 사태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구매 지원금을 늘리며 신규 가입을 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가입자 순감 규모는 3월 1만3562명에서 11만4330명으로 크게 늘었다.
문제는 이달부터다. 유심 교체 지연에 따라 가입자 이탈에 속도 붙은 상황에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다. 지난달 30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 분야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증인으로 출석한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을 향해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유심 해킹 사태는) 회사 귀책사유가 인정될 수 있다고 보는데 위약금을 면제하거나 경감해야 한다는 지적을 100% 받아들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유 사장은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 1일에는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SK텔레콤의 신규 가입을 제한하는 내용의 행정지도를 내렸다.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 피해보상 시 증명책임 완화 등을 검토할 것도 주문했다. 통상 행정지도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추후 전기통신사업법 상 추가 이행 명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일정 수준의 강제력을 갖고 있다.
업계에선 당장 2분기부터 무선 사업 매출에 악영향이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SK텔레콤 무선 사업 매출은 분기별 1~2%대 성장률을 나타냈는데, 올해 2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점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유선 사업을 담당하는 SK브로드밴드도 고심이 깊다. 통신 상품과 인터넷·IPTV 상품을 결합해 사용하는 가입자가 상당수인 만큼 덩달아 수익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김준성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가 가입자 저변에 영향을 미치는지 지켜봐야 한다"며 "SK텔레콤의 번호이동 가입자 시장에 대한 대응 여부가 향후 무선 매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