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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 너머의 질문, 다시 ‘갈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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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찬 선임 기자

승인 : 2025. 04. 20. 13:24

연극 '갈매기' 22~27일 대학로 R&J 씨어터 무대에
고전의 재해석으로 ‘지금 여기’의 삶을 묻다
진지함과 유쾌함 사이, 체호프의 유산을 오늘의 감각으로 되살려
갈매기
아시아투데이 전형찬 선임 기자 = 안톤 체호프(1860-1904)의 '갈매기'는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제목이다. 러시아 근대 희곡의 거장 체호프의 대표작으로 전 세계 수많은 극단들이 무대에 올렸고 한국 무대에서도 자주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계속해서 '왜 지금, 또 다시'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게 된다. 극단 아티스트가 이번 봄 무대에 올리는 '갈매기' 역시, 바로 그 질문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극단 아티스트는 이번 공연을 통해 '우리는 왜 사는가'라는 체호프의 질문에 다시 귀 기울인다. 이 작품이 120년이 넘도록 전 세계에서 공연되는 이유, 혹은 공연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그들은 이렇게 정의한다. '가족 간의 애증, 사랑의 불확실성, 문학에 대한 갈망, 죽음에 대한 공포'. 즉 시대와 문화권을 넘어 보편적으로 공명하는 감정들이 작품 곳곳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무대의 각색과 연출을 맡은 김동휘는 체호프를 "예술을 함께하는 친구 같은 마음으로" 마주했다고 말한다. 체호프가 '갈매기'를 집필할 당시 나이였던 34세와 비슷한 세대의 연출가가 바라보는 이 작품은 '고전'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이야기'다.

이번 공연은 체호프의 묵직한 질문을 '유쾌함'을 잃지 않은 태도로 풀어낸다. 체호프 자신이 결핵 판정을 받고 생의 끝을 의식하던 시기에 쓴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분위기에는 일말의 농담과 쓸쓸한 생기, 그리고 때때로 웃음을 자아내는 아이러니가 녹아 있다. 김동휘 연출은 "진지하게 분석하면서도 즐겁게 놀며 작업했다"고 고백하며 관객들 역시 이 작품을 통해 삶의 무게를 감싸 안고 나름의 유쾌함을 찾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공연은 22일부터 27일까지 서울 대학로의 알앤제이(R&J) 씨어터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무대와 포스터, 팜플렛 디자인은 지상우가 맡아 시각적으로도 고전의 재해석을 시도한다. 출연진에는 KBS 드라마 '여자의 바다'의 정세영 역을 맡았던 한유이를 비롯해 권미나, 고승범, 고재윤, 김민기, 이문직, 박수지 등 드라마, 영화,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배우들이 이름을 올렸다. 각자 다른 무대에서 쌓아온 개성이 이번 작품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기대를 모은다.

극단 아티스트는 지난 몇 년 간 '세자매' '한여름밤의 꿈' '올모스트 메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등 고전과 현대극을 넘나들며 다양한 레퍼토리를 무대에 올려왔다. 매번 회식 자리에서 다음 작품을 정하는 '즉흥적인' 극단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지만, 그 즉흥은 단지 충동이 아닌 '계속해서 연극을 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확신'에서 비롯된 결과다.

자주 공연되는 작품이지만, 그래서 더욱 자주 물어야 하는 질문. 극단 아티스트의 '갈매기'는 "또 그 작품이야?"라는 반응을 넘어서, "왜 아직도 이 작품인가?"라는 생각의 시작점에 선다. 관객 각자가 삶 속에서 품고 있는 불안과 모호함, 사랑과 열망이 무대 위 인물들을 통해 조금씩 얼굴을 드러낼 때, 체호프가 쏘아올린 질문 하나는 다시 오늘로 되살아날 것이다.
전형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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