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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기자의 문화路] 놀람 주의! 론 뮤익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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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04. 17. 10:47

'조각 거장' 론 뮤익 아시아 최대 회고전, 국립현대미술관서 열려
살아있는 듯한 거대한 인체조각, 100개의 두개골 작품 등 선보여
론 뮤익 마스크
론 뮤익의 '마스크 II'. /국립현대미술관
'현대 조각의 거장' 론 뮤익(67)의 아시아 최대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극사실적인 초대형 인물 조각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호주 출신 조각가 뮤익의 30여 년 작품 세계를 총망라하는 자리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만나게 되는 것은 뮤익의 작품 '마스크 II'다. 작가의 자소상이기도 한 이 작품은 실제 인간 얼굴의 4배 크기로, 옆으로 누워 잠든 모습이다. 너무나 극사실적으로 재현돼 마치 실제 인물이 잠자고 있는 듯하며, 살짝 열린 입에서는 숨소리까지 들릴 것 같다. 하지만 이 작품을 뒤에서 보면 반전에 놀라게 된다. 뒤는 텅 비어 있기 때문이다. 작품 제목처럼 '마스크' 혹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론 뮤익 침대에서
론 뮤익의 '침대에서'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거대한 침대에 누워 있는 한 여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로 6m 50cm에 이르는 '침대에서'라는 작품이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이 인체 조각 역시 너무나 정교하게 재현돼 그 섬세함에 놀라게 된다. 어딘가 허공을 바라보는 듯한 이 여성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상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1958년 호주 멜버른에서 장난감 제작자를 아버지로 둔 뮤익은 어린이 TV쇼의 특수효과 제작자로 경력을 시작해 미국으로 건너가 영화와 광고 업계에서 활동했다. 그러다 화가 파울라 헤구와 협업한 작품을 1996년 영국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선보이며 작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비록 표상을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내가 포착하고 싶은 것은 삶의 깊이"라고 말한 뮤익은 혼자서 작업하며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 수개월, 때로는 수년이 걸리는 완벽주의자다. 30여 년의 활동 기간 동안 그가 제작한 작품은 총 48점에 불과하다.

론 뮤익
론 뮤익. /국립현대미술관
이번 아시아 첫 개인전에서는 시기별 주요 작품 10점과 함께 작가의 작업 과정을 담은 사진 연작 12점, 다큐멘터리 2편 등 총 24점을 선보인다.

특히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는 암탉과 마주한 중년 남성을 표현한 '치킨/맨'이 있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아트 갤러리 소장품인 이 작품은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뉴질랜드 밖에서 공개된다. 그 외에도 10대 연인을 표현한 '젊은 연인', 양손에 묵직한 장바구니를 든 채 외투 속에 지친 표정으로 아이를 안고 있는 여성을 묘사한 '쇼핑하는 여인' 등이 전시된다.

2. 론 뮤익 전시 전경
론 뮤익의 '매스'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매스'(Mass)다. 2017년 호주 멜버른의 빅토리아 국립미술관 의뢰로 제작된 이 작품은 각각 무게 60kg, 높이 1.2m 크기인 두개골 형상 100개로 구성됐다. 전시 공간의 특성에 맞춰 다양하게 설치될 수 있도록 설계된 이 작품은 이번에는 층고 14m에 이르는 서울관의 특성을 활용해 두개골들이 무너져 내린 듯한 역동적인 모습으로 선보인다.

협력 큐레이터로 참여한 론 뮤익 스튜디오의 찰리 클라크는 "작가가 파리 카타콤(지하 묘지)을 방문했을 때 100년이 넘는 시간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뼈와 그 뼈들이 무너져 내린 형태를 봤던 강렬한 경험에서 비롯된 작품"이라고 말했다.

뮤익의 작품은 작품 속 숨은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든다. 전시를 기획한 홍이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뮤익의 작품은 관람객의 개인적인 사정이나 주변 인물들과 연계된다. 예를 들어 그의 작품 '죽은 아빠'를 통해서는 세상을 떠난 자신의 아버지를, '쇼핑하는 여인'을 보고는 갓 아이를 낳은 친구를 생각하게 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7월 1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계속되며, 이후 내년 일본 모리 미술관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론 뮤익 쇼핑하는 여인
론 뮤익의 '쇼핑하는 여인'. /국립현대미술관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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