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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년의 잡초이야기] ‘대조채’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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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3. 20. 18:08

'잡초 이야기' 애독자에게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조선왕조실록에 야생초에 관한 특이한 기록이 있는데 소재로 써보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조선왕조실록의 태종실록 31권에 이런 기록이 있다.

"태종 16년(1416년) 3월 5일에 태종이 경기 포천 보장산과 동두천 소요산에서 군사훈련 중 하나인 수렵대회를 하다가 병사들이 봄철 나물을 잘못 먹어 6명이 현장에서 사망하였다. 병사들이 섭취한 독초는 망초(莽草)이고, 대조채(大鳥菜)라고도 부르는데, 모양이 쑥갓과 같아 나물로 잘못 알고 먹은 것이다. 태종은 이후 수라상에 쑥갓을 올리지 말라고 명하였다."

매우 흥미로운 소재라 여러 자료를 찾아보았으나 의외로 이에 대한 연구가 없었다. 실록에 등장한 '망초'는 '붓순나무'라는 전혀 다른 식물이었고, '대조채'는 근현대 기록 어디에서도 존재를 찾을 수 없었다.

잎이 쑥갓을 닮았으되,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의 맹독을 가진 식물이 있기는 한 것일까? 장시간에 걸쳐 자료를 교차 검증한 결과, 여러 조건을 충족하는 독초가 있었다. 조선시대 사약(賜藥)의 재료로 쓰였던 '투구꽃'이었다.

깊은 산 속에서 자라는 투구꽃은 치명적인 독소를 함유하고 있어 지금도 종종 사고를 일으키는 매우 위험한 야생초였다. 사고가 난 시점이 음력 3월 5일이라면 양력으로 4월 중순에 해당한다. 봄철 고개를 내민 어린 투구꽃의 모양이 쑥갓과 많이 닮았지 않은가? 베일에 가려졌던 '대조채'가 '투구꽃'이라는 가정하에 다음 회에는 두 얼굴을 가진 흥미로운 '투구꽃'의 정체를 자세히 소개해 볼까 한다.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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