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미장센과 완성도 높은 편집·음악은 또 다른 볼거리
오스카 각색상 수상…랠프 파인즈 등 출연진 명연기 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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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베일을 벗는 '콘클라베'는 천주교 신자라면 누구나 우러러 보지만 결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그 곳, 바티칸 내부에서 벌어지는 성직자들의 음모와 암투를 다룬다. 천상계의 고매한 인품을 지녔을 것 같은 추기경들이지만, 그들 역시도 출세·애욕·질투 등 세속적인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 명의 인간에 불과하다는 걸 직격한다.
극중 제3세계 출신의 추기경이 유력한 교황 후보로 급부상하는 걸 막기 위해 누군가가 음모를 꾸미고, 자신은 교황에 관심이 없다며 손사래를 치면서도 계속되는 주변의 지지 발언에 마음이 흔들리는 '로렌스'의 고뇌에 찬 표정은 이 영화가 종교를 소재로 삼고 있지만 알고 보면 정치 스릴러에 더 가깝다는 걸 의미한다.
교황청이란 한정된 공간에서 모든 사건이 벌어지지만, 숨 막히는 미장센과 긴박감 넘치는 편집·음악으로 지루할 틈이 없다는 건 또 다른 장점이다. 촬영은 이탈리아 영화계를 상징하는 치네치타 스튜디오에서 이뤄졌는데, 바티칸 현지 로케이션이라고 거짓말해도 모두가 속아넘어갈 만큼 완벽한 재현에 성공했다.
2012년작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각본을 맡아 전 세계 영화팬들의 극찬을 이끌어냈던 작가 피터 스트로갠은 로버트 해리스의 원작 소설을 시나리오로 옮겨 이틀전 열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받았다. 웬만한 첩보 스릴러 이상으로 보는 내내 손에 땀이 났던 이유가 다 있었다.
또 남우주연상 수상에 아쉽게 실패했으나 생애 최고의 호연을 펼친 랠프 파인즈와 고작 7분 51초 출연하고도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된 '아녜스' 수녀 역의 이사벨라 로셀리니 등 주요 출연진의 잘 짜인 연기 화음은 단연 압권이다.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