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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 종교 드라마? 이것은 스릴러다! ‘콘클라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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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5. 03. 04. 13:10

새 교황 선출 둘러싼 추기경들의 암투 현실감 넘치게 그려
압도적 미장센과 완성도 높은 편집·음악은 또 다른 볼거리
오스카 각색상 수상…랠프 파인즈 등 출연진 명연기 압권
콘클라베
5일 개봉하는 '콘클라베'는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모인 추기경들의 암투와 음모를 그린다./제공=디스테이션
교황의 갑작스러운 선종으로 118명의 추기경이 한자리에 모여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에 돌입한다. 숨진 교황을 아버지처럼 따랐던 강직한 성품의 추기경 '로렌스'(랠프 파인즈)는 '콘클라베'의 전 과정을 총괄하는 임무를 맡지만, 본인도 차기 교황으로 언급되는 상황에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이 와중에 개혁을 외치는 '벌리니'(스탠리 투치) 추기경과 보수적인 성향의 '테데스코'(새르조 카스텔리토) 추기경의 대립은 갈수록 심해지고, 정치적 술수에 능한 '트렘블리'(존 리스코) 추기경은 뭔가 모를 꿍꿍이가 있어 보인다.

5일 베일을 벗는 '콘클라베'는 천주교 신자라면 누구나 우러러 보지만 결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그 곳, 바티칸 내부에서 벌어지는 성직자들의 음모와 암투를 다룬다. 천상계의 고매한 인품을 지녔을 것 같은 추기경들이지만, 그들 역시도 출세·애욕·질투 등 세속적인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 명의 인간에 불과하다는 걸 직격한다.

극중 제3세계 출신의 추기경이 유력한 교황 후보로 급부상하는 걸 막기 위해 누군가가 음모를 꾸미고, 자신은 교황에 관심이 없다며 손사래를 치면서도 계속되는 주변의 지지 발언에 마음이 흔들리는 '로렌스'의 고뇌에 찬 표정은 이 영화가 종교를 소재로 삼고 있지만 알고 보면 정치 스릴러에 더 가깝다는 걸 의미한다.

교황청이란 한정된 공간에서 모든 사건이 벌어지지만, 숨 막히는 미장센과 긴박감 넘치는 편집·음악으로 지루할 틈이 없다는 건 또 다른 장점이다. 촬영은 이탈리아 영화계를 상징하는 치네치타 스튜디오에서 이뤄졌는데, 바티칸 현지 로케이션이라고 거짓말해도 모두가 속아넘어갈 만큼 완벽한 재현에 성공했다.

2012년작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각본을 맡아 전 세계 영화팬들의 극찬을 이끌어냈던 작가 피터 스트로갠은 로버트 해리스의 원작 소설을 시나리오로 옮겨 이틀전 열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받았다. 웬만한 첩보 스릴러 이상으로 보는 내내 손에 땀이 났던 이유가 다 있었다.

또 남우주연상 수상에 아쉽게 실패했으나 생애 최고의 호연을 펼친 랠프 파인즈와 고작 7분 51초 출연하고도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된 '아녜스' 수녀 역의 이사벨라 로셀리니 등 주요 출연진의 잘 짜인 연기 화음은 단연 압권이다. 12세 이상 관람가.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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