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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우리은행 ‘계파 청산’의 역설, 비공식 동우회 활성화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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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정 기자

승인 : 2026. 02. 03. 18:30

1103 우리銀, 상업·한일 합병 26년만에 통합 동우회 공식 출범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왼쪽 다섯 번째)이 지난해 11월 3일 열린 '통합 우리은행 동우회 출범 기념식'에서 정진완 우리은행 행장 및 전현직 임직원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유수정_증명
최근 우리은행 퇴직자들 사이에서는 '우리미래동우회'라는 이름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고 합니다. 공식화된 조직도 아니고 별도의 사무공간도 없이 만들어진 사적 소통 창구지만, 참여 인원은 1500명 안팎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늘었습니다.

이 공간에서는 사과 농장을 차렸다는 소식 등 퇴직자들의 근황은 물론, 인력을 찾는 채용 정보까지 일상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공식 동우회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정보들이 오가다 보니, 퇴직 이후에도 서로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 모임의 구성입니다. 우리미래동우회는 한일은행 출신이 주도해 만들었지만, 부회장은 상업은행 출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출신은행과 무관하게 퇴직자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있는 셈입니다. '통합 동우회'를 반대하는 조직이 아니라, 같은 성격의 동우회가 생겼다는 점은 여러 생각을 들게 합니다.

반면 공식 동우회는 '계파 청산의 상징'이라는 의미가 덧붙여지면서 오히려 접근하기 어려운 조직이 됐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본래 동우회는 퇴직 직원 간의 친목과 상호부조를 위한 자율적 모임인데, 공식화되면서 심리적 거리감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자발성을 기반으로 했던 모임의 성격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우리은행 측은 사적 동우회에 대해 "가벼운 친목 도모 활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선을 긋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금융은 지난해 6월 그룹 전 계열사에 '사조직 결성 금지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윤리규범에 '사조직을 통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 금지' 조항을 명문화하는 등 계파 문화 근절에 힘을 쏟아왔습니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등장한 사적 동우회는 특정 출신에 기반한 계파 모임과는 거리가 먼 모습입니다.

이쯤 되면 "출신 은행 기반의 계파 갈등을 원천적으로 제거했다"며 '계파 문화 청산'을 공식화한 것이, 오히려 아직도 계파 갈등이 심각하게 남아 있는 것처럼 비치게 한 것은 아닐지 의문이 남습니다. 합병 이후 27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며 이른바 '통합 세대'의 퇴직까지 앞둔 상황 속, 출신과 관계없이 함께 노력했던 현장의 화합이 자칫 평가절하된 것처럼 보이게 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에서 각각 설립된 동우회를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이 필요했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다만 진정한 '화학적 통합'은 최고경영자(CEO)의 주도만으로는 완성되기 어려운 영역임이 분명합니다. 진정한 의미의 '우리은행 동우회'는 제도화나 공식 선언이 아닌,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움직임 속에서 비로소 완성될 것입니다.
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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