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도 높지 않은 관객들은 줄거리 이해 어려울 듯
MCU 영속 위한 끊임 없는 '창조적 파괴'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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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 '캡틴 아메리카'가 된 '샘 윌슨'(안소니 마키)의 본격적인 맹활약을 다룬 이 영화는 주요 캐릭터와 설정을 MCU의 앞선 세 편에 빚지고 있다. '어벤져스'의 발목을 잡았던 과거를 뒤로 하고 '윌슨'에게 다시 손을 내미는 미국 대통령 '새디어스 로스'(해리슨 포드)와 그의 딸 '베티'(리브 타일러) 그리고 '윌슨'과 '로스'를 위험으로 몰아넣는 악당 '새뮤얼 스탠스'(팀 블레이크 넬슨)는 2008년작 '인크레더블 헐크'와 2016년작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로 처음 얼굴을 알렸다.
또 대통령 시해 음모의 누명을 뒤집어쓰는 원조 슈퍼 솔저 '이사야 브래들리'(칼 럼블리)와 '윌슨'의 공중전을 돕는 후배 '호아킨 토레스'(대니 라미레즈)는 지난 2021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됐던 6부작 '팔콘과 윈터솔져'로 먼저 소개됐다.
MCU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거나 이해도가 높은 관객들은 이들의 재등장이 반가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관객들은 내용을 이해하는데 애를 먹기 십상이다. 마블의 기본 전략, 즉 원 소스인 마블 코믹스 속 여러 캐릭터들과 사건들로 구성된 MCU란 생태계 안에서 줄기차게 이야기를 반복하는 방식이 신규 수요를 가로막는 것 같다는 얘기다.
생태계 보존은 창조적 파괴가 병행될 때 가능하다. 이 같은 사실을 몰랐을 리 없는 마블이 6년전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아이언맨'과 '블랙 위도우', 1대 '캡틴 아메리카' 등 기존의 간판 스타들을 퇴장시킨 것은 MCU의 영속을 목표로 한 창조적 파괴의 일환이었다.
그럼에도 지금의 마블은 새로운 이야기 발굴을 등한시하며 과거의 유산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 같다. 모든 게 참신해야 할 '…브레이브 뉴 월드'가 무려 17년전 작품인 '인크레더블 헐크'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걸 봐도 알 수 있다. 우리 코가 석 자이긴 하지만, 마블의 끊임없는 자기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