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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성전환자(트랜스젠더)의 여성 경기 출전을 허용한 각급 학교에 연방 지원을 금지한다는 게 이번 행정명령의 골자다. 법무부와 교육부는 '타이틀 나인'(교내 성차별 금지법)을 '출생 시 지정된 성별'을 기준으로 재해석해 적용하게 된다.
행정명령은 '전국 여성 스포츠의 날'(2월 첫 번째 수요일)에 맞춰 발표됐다.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진행된 서명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여자 스포츠를 둘러싼 전쟁이 이제 끝났다"고 선언했다.
캐롤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행정명령은 타이틀 나인의 약속을 지키는 조치"라며 "운동부를 여성 전용으로 운영하지 않거나, 여성 전용 락커룸 사용을 보장하지 않는 학교와 체육협회에 대해 즉각적인 제재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 내 여성 스포츠 보호를 주장하는 보수 진영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공화당 소속 낸시 메이스 하원의원과 전 대학 수영 선수 라일리 게인스는 이번 행정명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서명식에도 참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트랜스젠더 관련 제한 조치를 이어오고 있다. 취임 첫날인 지난달 20일에는 연방정부가 생물학적 성별을 남성과 여성 두 가지로만 인정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어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금지하고, 19살 미만 청소년에 대한 성전환 의료 지원을 제한하는 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조치는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하계 올림픽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트럼프는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미국은 트랜스젠더의 광기를 단호히 거부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전달하도록 지시했다. 크리스티 노엠 국토안보부 장관은 "올림픽 참가를 목적으로 여성 선수로 신분을 위장해 미국 입국을 시도하는 남성의 비자를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IOC는 트랜스젠더 선수 출전 문제를 종목별 국제연맹에 맡기고 있다. 하지만 오는 3월 퇴임하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후임이 결정되면 이런 정책이 바뀔 수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인 세바스찬 코 세계육상연맹 회장은 여성 경기 출전 자격을 생물학적 여성으로 제한하는 것을 지지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트럼프의 이번 행정명령은 전국여성법센터(NWLC) 등 인권 단체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파티마 고스 그레이브스 NWLC 대표는 "대통령이 주장하는 것과 달리, 트랜스젠더 학생들은 스포츠, 학교, 그리고 이 나라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이들은 또래와 동일한 기회를 보장받으며 안전한 환경에서 배우고 성장할 권리가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