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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한’ 독서의 시대, 책 읽기에 빠진 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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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훈 기자 | 이정환 인턴 기자

승인 : 2024. 11. 17. 18:00

Z세대 중심 '텍스트힙' 트렌드 확산
SNS '책 읽기' 공유, 개성 표현 수단
"작은도서관이나 동네 책방 공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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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서울야외도서관 '광화문 책마당'을 찾은 시민들이 독서를 즐기고 있다. /정재훈 기자
"독서로 나의 감정을 되돌아보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어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마음에 울림을 주는 책을 좋아해요."

프리랜서 권지수씨(27·여)는 한 주에 한 번씩 꾸준히 책을 읽고 있다. 직장에 다닐 당시 사람의 내면에 관심이 생겨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독립서점의 글모임에 참가해 수필집을 출간했다. 권 씨는 직접 페이지를 넘겨야 한다는 '읽기의 자발성'이 종이 책 읽기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평소 시에 관심이 많아 시집까지 출간한 대학생 장다원씨(23·여)는 고등학생 때 남색 바탕과 노란색 글씨로 구성된 표지 디자인에 끌려 구입한 시집을 읽고, 시의 세계에 흠뻑 빠졌다. 마음에 와 닿는 시구를 밑줄 친 뒤 사진으로 블로그에 공유해 '나만의 공간을 꾸미는' 느낌을 즐기면서 시 창작에 점점 관심을 두게 됐고, 현재 모 대학 국문과에서 '읽기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올해 들어 Z세대(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를 중심으로 '텍스트힙'이라는 트렌드가 떠오르고 있다. 텍스트힙(text hip)은 '텍스트'와 멋짐을 뜻하는 신조어 '힙(hip)하다'의 합성어다. 외면 받던 독서가 젊은이들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다.
최근 Z세대들은 책의 표지나 책을 읽는 모습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 블로그와 SNS에 공유하는 등 '책 읽기'를 개성 표현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전자책과 구별되는 종이책의 감각적 경험에 주목하고 있다. 표지 디자인, 종이 질감 등 종이책이 주는 '감성'이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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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이런 수요를 반영해 서점가에서는 개성 있는 표지와 레이아웃을 내세운 도서들이 시선을 끌고 있었다. 서울 마포 아인서점 이평원 대표는 "디자인이 예쁘고 소장 가치가 있는 책에 대한 선호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굿즈(판촉물)나 진(Zine, 얇은 책자)을 찾는 방문객이 늘었다"고 소개했다.

청년들은 정적인 책 읽기를 넘어 도서전, 독립서점 등 도서 관련 공간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지난 6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은 15만 명의 방문객 가운데 전체 70% 이상이 2030세대로 나타났다. 개성 있는 독립출판물을 취급하며 인기를 얻은 독립서점도 2015년 97곳에서 지난해 884곳으로 증가했다.

새롭게 떠오르는 청년 독서인구를 두고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일부 독자들은 내용을 감상하는 대신 '책 읽는 나'를 보여주는 과시 독서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권지수 씨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찾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주변에서 독서에 진지하게 접근하는 사람들은 소수"라며 "마음의 울림을 주는 책보다는 베스트셀러만을 찾는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했다.

독자들의 유입이 창작과 독서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시 창작동인 '묘'의 조정현 시인(26)은 "처음에는 '패션독자'였다. 카페에서 시집을 읽는 느낌이 멋지다고 생각해 시를 읽다가 깊이 빠져들게 됐다"며 "표면적일지라도 새로운 독자들의 시선이 반영되면 문학 창작의 방향도 더욱 다채로워질 것"이라고 했다.

Z세대들의 독서 열풍이 일시적 유행이 아닌 문화로 정착하려면 우리 사회가 책을 부담 없이 쉽게 읽을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책을 일상적이고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곳이 많아져야 한다"며 "작은도서관이나 동네 책방처럼 지근거리에서 독서하는 공간이 필요하다. 새로운 독자층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젊은 작가들의 창작 활동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민훈 기자
이정환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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