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댐 지으니 너무 좋아…가뭄 사라지고 농작물 서리 피해도 없어”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3.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924010013128

글자크기

닫기

경북 영천 이정연 기자

승인 : 2024. 09. 24. 13:16

보현산댐 과거 반대추진위 인터뷰
정비사업비로 태양광발전소 운영
연 50만원 마을주민 소득원 창출
과수농가, 홍수·가뭄 걱정 없어져
보현산댐
서동욱 전 댐반대추진위 총무위원장(왼쪽 세번째)과 조원제 댐반대추진위 홍보위원장(왼쪽 네번째)이 지난 23일 환경부 출입기자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정연 기자
"경찰서도 좀 들락거렸고, 정부 기관 등에 투서도 보내고 할 수 있는 반대는 다 했었죠."

서동욱 전 보현산댐 반대추진위 총무위원장과 조원제 전 반대추진위 홍보위원장은 지난 23일 경북 영천시 화북면 태양광 발전소에서 환경부 출입기자단과 만나 "막상 댐 건설이 된 후에는 가뭄으로 인한 농업용수 부족 문제도 사라지고, 태양광 발전과 같은 든든한 주민소득원이 생겨 너무 좋다"며 이같이 말했다.

가뭄이 극심한 것으로 알려진 영천시 농가의 든든한 물그릇, 총저수량 2200만톤(t)의 보현산댐도 한때는 지역민들의 반대가 거셌다는 후문이다. 화북면에 거주하는 이들이 당시 극렬한 반대를 했던 건 화남면과의 통합으로 고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 댐 건설 이후 안개로 인한 서리로 과수농사를 망칠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또 수몰 주민들은 충분한 보상으로 찬성편에 섰지만 인근 지역민에 대한 지원책이 미미했던 점도 이들이 당시 투쟁에 뛰어든 이유가 됐다.

◇마을 최대 고민 홍수·가뭄 걱정 사라져…"댐 반대 왜 했나 싶어"
댐
지난 23일 경북 영천시 인근 카페에서 바라본 보현산댐 모습./이정연 기자
서 전 위원장은 "우리 마을은 가뭄이 굉장히 극심해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저수지를 늘려달라고 매번 요청하고 그랬다"며 "그러면서도 댐 건설은 반대했던 이유가 2000만t이 넘는 물그릇을 다 채울 수 있을까하는 염려도 있었는데, 저수율이 50%밖에 안 돼도 농업용수로 충분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근처에 사과농사도 많이 짓고 있어서 서리 걱정이 많았는데 그런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다"라며 "한 2억톤 이상되는 댐이면 걱정할 수도 있겠지만 5000만t 내외 댐은 농사 망칠 걱정할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마을기업으로 태어난 '태양광 발전소'가 큰 수확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댐 건설이 확정이 되면 '댐건설관리법'에 따라 지역이 필요한 인프라를 설치하는 정비사업과 댐 건설 완료 후 주민들의 생활여건을 개선하는 지원사업이 이뤄진다. 화북면은 고령 농민들 위주의 마을인 점, 운영상 편의성 등 여러가지를 고려해 태양광 발전사업을 지자체장에 요구했다. 영천시에 배정된 283억원의 예산 중 150억원 가량을 달라고 한 것이다. 발전소는 마을기업 형태로 운영돼 지난해 약 9억원의 수익을 창출해 주민 약 1000세대에 개별적으로 50만원 정도의 수익을 배분하고, 인근 초중교 장학금 등에 1억원을 지급했다.
이들은 "세금 등 공과금 생각하면 연 50만원의 소득보전도 엄청난 것"이라며 "나머지 학자금 등 댐 건설 후 지원사업비까지 합치면 정말 생활에 큰 보탬이 된다"라고 말했다. 지원근거 조례상 새로 이주해오는 이들도 1년 이상, 200일 이상 마을에서 생활하면 50만원의 태양광 발전수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확실한 소득 보전책 보여줘야"…주민에 실질적 혜택 강조

마지막으로 이들은 환경부에도 기후대응댐 건설 후보지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명확히 주민의 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청사진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환경부는 최근 홍수·가뭄 대응, 국가전략산업 미래 용수 공급 등을 위해 댐 후보지 14곳을 발표했는데 거센 반발에 직면해 주민 설명회 등이 잇달아 좌초된 바 있다. 조 전 홍보위원장은 "대부분 정비사업, 지원사업비가 그닥 시급하지 않은 농기계 교체, 농로포장 사업비, 지자체장 치적사업 등 시에만 좋은 사업에 흘러가고는 하는데, 마을주민들의 소득원이 확실하게 보장되는 우리같은 사례들을 알리면 수용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당시 관광 인프라로 생활인구를 늘리는 데에 회의적이었다고도 덧붙였다. 조 전 홍보위원장은 "2000명 내외의 고령층 중심의 마을에서 관광으로 과연 돈을 벌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며 "우리가 식당을 연다해도 맛이 없어 경쟁력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고, 영천 시내에서 먹고 들어오지 여기서 먹을 일은 없을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견학을 다니면서 보니 태양광 발전소는 소장 한 명만 있으면 운영이 가능해 우리에게 최적이었다"라며 "영천시에서 우리 마을이 유일하게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시에 따르면 짚라인, 출렁다리 등 최근 시가 마련한 관광자원은 꾸준히 생활인구를 늘리고 있다. 시 관계자는 "1주년을 맞이한 보현산댐 출렁다리에서 어두운 밤 조명 등을 활용해 커플들을 위한 프로포즈 이벤트 등 새로운 사업들을 기획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댐 건설로 보현산댐 일대에도 녹조가 일부 발생하고 있어 녹조관리는 향후 환경당국의 계속된 과제다. 이와 관련해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녹조 관리를 위해 오·폐수를 처리할 하수처리장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데 재정 투입을 확대해 속도를 좀 더 내야 한다"고 말했다.

짚라인
환경부 출입기자단이 지난 23일 경북 영천시 보현산댐 인근 짚라인을 체험하고 있다./이정연 기자
이정연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