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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비 벌어야” 폭염속 전단지 돌리는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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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기자

승인 : 2024. 08. 0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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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노인 절반가량 단순노무직 종사
양질 일자리 부족… 안전사고 우려도
"전단지 받아 주세요. 감사합니다. 꼭 버리지 말아 주세요."

6일 오후 12시께 뜨거운 햇볕이 내려쬐는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5번 출구 앞에는 김모씨(77)가 오가는 시민들을 향해 연신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낮 최고기온 35도를 웃도는 살인적인 폭염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지만 김씨는 챙이 넓은 모자에 장갑을 낀 채 흐르는 땀을 닦을 새도 없었다. 전단지 내밀기를 반복하면서 김씨가 2시간 동안 건넨 전단지는 무려 300여 장. 유동 인구가 제일 많은 시간인 점심시간(오전 11시 30분~오후 1시 30분)과 퇴근시간(오후 5~7시), 하루에 두 번 이 일을 한다고 한다.

김씨는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생활비를 마련하고 싶은데, 이 나이에 일거리를 얻는다는 게 쉽지 않다"며 "2시간에 2만3000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온몸이 땀 범벅이 돼도 참고 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노인들이 저임금·단순직으로 내몰리면서 살인적인 폭염에 거리로 나오고 있다. 연일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폭염 속 온열질환 환자가 늘면서 아찔한 사고 우려도 제기된다.

이날 여의도역 주변에는 50m 채 안 되는 거리에 3명의 노인이 서로 다른 전단지를 각각 돌리는 등 거리마다 '전단지 노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은 더위보다 무서운 생활고에 주 5일을 일하고 월 100만원 남짓한 수입을 얻는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노인 실태조사에서는 취업 노인의 절반가량(48.7%)이 전단지 배포와 같은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노인들이 생활비 마련을 위해 폭염에도 야외 노동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로 추정된다. 지난해 복지부의 60세 이상 고령자가 생활비를 마련하는 방법 조사에서도 '본인 혹은 배우자가 부담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이 76%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2013년(63.6%)부터 해마다 느는 추세다.

그러나 밤낮없는 찜통더위가 연일 이어지면서 땡볕에 노출된 노인들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감시체계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이날까지 온열질환자는 총 1690명이고, 14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의 32.7%인 552명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고령자는 체온 유지와 땀 배출 조절 능력이 떨어져 온열질환에 취약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는 노인들이 가진 기술이나 지식을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가 부족해 단순노무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퇴직 후 기존 전문성을 살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수 있는 일자리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지자체 등에서도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는 단순노무 중심으로 이뤄져 결국 노인들은 저임금에 단순노무직을 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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