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여의로] 인수합병에서 가장 중요한 것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3.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731010017555

글자크기

닫기

안소연 기자

승인 : 2024. 07. 31. 17:50

안소연
안소연 산업부 기자
올해 기업들의 인수합병이 잦아지고 있다는 느낌은 수치로도 증명됐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기업인수합병을 완료하거나 진행 중인 상장 법인이 1년 전보다 30%나 늘어났다고 한다. 내가 알고 있던 회사가 하나로 합쳐지고 없어지는 현상이 실제로 흔해졌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내가 가지고 있는 기업의 주식 가치가 하락할지, 상승할지에 주목한다. 또 누군가는 내 자리가 온전할지에 대해 불안해한다. 변화를 온몸으로 겪는 이들은 역시 임직원들이다. 인수합병으로 인해 산업과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이야기하는 게 거시 경제라면, 조직 재구성과 임직원들의 구조조정 등은 미시경제에 속할 것이다. 둘 다 놓쳐서는 안 될 영역이다. 그나마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꾸준히 관련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조금씩이라도 공유한다면 직원들의 동요가 덜할 것이다.

가장 최근의 인수합병은 SK그룹의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결정이다. SK그룹 내부의 작업이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비교적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내부에서는 상당히 분주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 앞에서는 양사의 합병을 반대하는 시위도 등장해 적잖이 진통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SK그룹은 타운홀 미팅 등을 통해 임직원들과 자주 소통하는 문화를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매일같이 새롭게 뜨는 언론보도와 전자공시시스템에 뜨는 공시에 불안하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합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경영진들은 "E&S는 비상장사이지만 이노베이션은 상장사로, 정보 공개에 한계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 과정에서 그나마 지속적인 설명의 의지가 있었다고 이해되는 대목은 추형욱 SK E&S 사장의 설명에서였다. 그는 "양사가 합병했을 때 글로벌 마켓에서 새로운 성장기회와 지속적인 생존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우리 구성원들은 에너지 전문가이기 때문에 (합병 목적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구성원들의 우려가 지금은 상당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사장이 회사 구성원들을 '전문가'라고 칭하는 장면은 개인적으로 처음이었다. 무엇보다 SK E&S는 독립기업 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조직 변동에 대한 혼란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합병을 진행 중인 기업들이 SK의 사례에서 조금이나마 참고할 부분은 이런 메시지와 형태가 아닐까. 직원 100%를 이해시키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개인마다 처한 상황은 제각각이다. 대의적인 목표를 위해 양해하라는 논리가 모두에게 통할 것이라는 기대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먼저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직원들도 신뢰로 답할 확률이 올라가고 양보도 발생하면서 고통을 줄이는 합병이 된다.
하반기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남아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는 유럽에서 직접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를 만나 합병 반대 의사를 밝혔다. 누군가에게는 그들이 회사 사정을 이해하지 않고 유럽으로 떠난 야속한 집단으로 느껴질 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무엇이 이들을 유럽까지 가게 했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시간은 남았다. 합병은 직원들과의 꾸준한 소통과 설득으로 완성된다는 점이 올해 재계의 성과로 남길 바란다.
안소연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