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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팬들을 위한 K-팝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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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기자

승인 : 2024. 04. 30. 10:41

기획사들의 음반 판매량 높이기 위한 '꼼수' 다수
랜덤 포토카드는 대표적인 꼼수, 포토카드를 제외한 앨범 버려지기 일쑤
기이한 K-팝 소비 문화 변화해야 할 때
김영진
문화부 김영진 기자
하이브와 어도어의 충돌이 불거진 가운데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럭키드로우', 즉 앨범 속 미공개 랜덤 포토카드가 K-팝 팬들의 무리한 소비를 부추긴다며 K-팝 산업의 기이한 팬덤 소비 문화를 꼬집었다. 또 초동(앨범 발매 후 일주일간 음반 판매량)에 집착하는 업계 분위기가 K-팝 팬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세븐틴 소속사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이들의 앨범 누적 판매량은 1600만장을 넘겼다. 지난 29일 발매된 베스트 앨범 '세븐틴 이즈 라이트 히어'는 초동 300만장이상 판매됐다. 이 앨범은 두 개 버전의 CD로 구성됐는데 세트 구매가는 7만7800원(위버스샵 기준)이다. 실제로 K-팝 그룹의 팬이라고 밝힌 A씨는 팬사인회 참석자로 당첨되기 위해 300만원 이상 써야 한단다. 각종 굿즈 구입이나 콘서트 티켓 비용은 제외다.

앨범 판매량이 많아지는 이유는 팬들이 '내 가수 기 높여주기'를 위해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여기에 팬사인회 참석이 목표인 경우도 적지 않다. K-팝 그룹들의 국내 활동 주기는 평균 약 1주일이다. K-팝 그룹들은 이 기간 음악방송 출연, 홍보 프로모션 등을 주로 진행하고 이후 대부분 해외 투어에 나선다. 그러나 팬사인회 기간은 짧게는 2주, 길게는 2개월 동안 진행된다. 팬들은 '내 가수'를 만나기 위해 수백 만 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가수들은 바쁜 일정 속 수십차례 팬사인회를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민 대표의 지적처럼 기이한 K-팝 소비 문화가 아닐 수 없다.

최근 기획사들은 환경과 함께 공생할 방법을 찾겠다며 ESG 경영 방안을 앞다퉈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포토카드만 빼내고 버려지는 수많은 음반들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숙제 아닐까. 또 환경 만큼 고민해야 할 건 K-팝 팬들과의 공생 방법이다. 진정으로 K-팝을 위하고 K-팝 팬들을 소중히 여긴다면 무엇이 우선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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