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위기는 기회] 정의선 현대차 회장… 도전과 성공 헤리티지 잇는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3.asiatoday.co.kr/kn/view.php?key=20231114010009029

글자크기

닫기

최원영 기자

승인 : 2023. 11. 14. 15:27

품질로 우뚝 선 현대차그룹, 다음은 브랜딩
현대차 첫 자체개발 ‘포니’ 49년만에 복원
심장부 울산공장서 ‘EV 전용공장’ 기공식
복원된 정주영 선대회장 육성에 정의선 ‘뭉클’
정의선
현대자동차가 13일 전기차 전용공장 건설을 위해 첫 삽을 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울산공장에서 열린 기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배경 영상은 1970년대 포니를 생산하던 울산공장(왼쪽)과 2026년 가동될 신공장을 이어 붙인 모습. /현대자동차
basic_2021
대한민국 '기업가 정신'의 상징과도 같은 정주영 선대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이 꿈꿨던 원대한 여정과 그 진전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잇는다.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에 안갯속을 걷듯 경영 환경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워졌을 때 정 회장은 선대가 걸어온 길을 다시 살폈다. 현대차 최초이자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효시인 자체 개발 모델 '포니(PONY)'를 49년만에 복원했고, 한국 경제사의 산실이자 할아버지 정주영 회장의 꿈이 서린 세계최대 단일공장 '울산공장'을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해가겠다고도 했다. 맨손으로 끊임 없었던 도전 DNA와 성공 신화가 정 회장을 통해 다시 재현되고 있다.

1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그룹 핵심 3사인 현대차·기아와 현대모비스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2조5666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동기 대비 10조1311억원 더 번 셈이다. 상승률은 81.4%다. 같은기간 매출액은 241조936억원으로 전년동기 보다 18%, 36조7830억원 늘었다. 매출액이 18% 느는 동안 영업이익은 81.4% 늘었다. 영업이익률로 따지면 6%에서 9.3%로 늘었다. 부품사인 모비스를 제외하면 영업이익률은 6.6%에서 1년만에 10.6%까지 늘었다.

1년간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현대차의 드라마틱한 도약이 가능했을까. 미국 성적표를 보면 대충 그림이 그려진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에서 3분기 누적 전기차를 테슬라 다음으로 많이 팔았다. 압도적 테슬라(57.4%)를 제외하면 점유율 7.5%로, 현지 쉐보레(5.9%)와 포드(5.5%)는 물론 글로벌 강자인 BMW(3.7%)와 메르세데스 벤츠(3.2%), 폭스바겐(3.2%)까지 다 제쳤다. 보조금 차별 등 편파적 영업환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중국을 제외한다면 미국은 반드시 잡아야 하는 핵심 중 핵심이다.

지난해 현대차는 전세계에서 세번째로 자동차를 많이 팔았다. 특히 대형차를 선호하는 미국시장에서 SUV와 하이브리드, 전기차까지 값비싼 차량이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간 게 영업이익이 급증한 배경으로 지목 된다. 품질에 대한 호평과 실제 검증 결과가 미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다른 완성차업체들 보다 한발 먼저, 더 강하게 밀어붙인 전기차 드라이브 역시 먹혔다. 미국 판매량이 늘면서 현지 투자도 역대급으로 계획 됐다. 더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한 최첨단설비가 들어선다. 글로벌 3위 굳히기에 나설 게 아니라 톱까지 달려야 한다는 응원이 쏟아졌다.

2023052101010014664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5월 이탈리아에서 가진 '현대차 리유니온' 출범행사를 진행했다. 포니 쿠페 복원 차량 앞에서 촬영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조르제토 주지아로 /현대차
품질을 인정 받자 마침내 정 회장이 다음 스텝을 밟았다. 지난 5월 정 회장이 직접 해외 공식석상에 나타나 공 들여 어필한 건 제네시스 차기 모델이나 전기차 신차 공개도, 대규모 투자 발표도 아니었다. 이탈리아에서 '현대차 리유니온' 출범행사를 열어 49년만에 복원한 '포니(PONY) 쿠페'를 공개한 일은 깜짝 행보로 받아들여졌다. 포니 쿠페는 현대차 최초의 독자 모델이자 한국 최초의 고유 모델 승용차로 기록된 '포니1'보다 앞서 개발된 차종이다.
현장에서 포니 쿠페의 원조 디자이너인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정 회장 옆에 섰다. 주지아로는 독일 국민차 폭스바겐 골프 디자인으로 이름을 떨쳤던 전설적 디자이너다. 포니로 연을 맺은 이후 현대차의 엑셀과 스텔라, 쏘나타 1·2세대 등 초기 모델을 다수 디자인 한 인연이 있다. 이날 두 사람은 복원된 포니 쿠페에 함께 올라타 시동을 걸고 스티어링휠을 돌려 보며 감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포니 쿠페 복원이 왜 중요할까. 정 회장 발언에 답이 있다. 정 회장은 "현대차의 역사도 이제 50년을 바라본다"며 "계속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지만 과거를 정리하고 알아가면서 다시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주영 선대회장님과 정세영 회장님, 정몽구 명예회장님을 포함해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오늘날 우리가 있다"며 "우리 내부에서도 같이 노력했던 좋은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 필요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롭게 나아가고 싶었다"고도 했다.

2023052101010014669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5월 이탈리아에서 가진 '현대차 리유니온' 출범행사를 진행했다. 포니 쿠페 복원 차량 운전석에 앉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과 조르제토 주지아로 디자이너. /현대차
실제로 현대차는 포니의 유산을 미래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순수 전기차인 아이오닉 5가 포니의 디자인을 오마주한 데 이어 고성능 N 브랜드 스포츠카인 'N 비전 74'도 포니 쿠페 콘셉트의 정신을 이어 제작됐다. 추후 수소차로 개발할 계획이다. 계승과 발전의 좋은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도 "50년 전 시도를 계승하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다"며 "이제 과거의 원형으로부터 미래를 그리는 것에 더 집중할 생각"이라고 했다.

업계에선 헤리티지를 세우는 의미에 대해 두 가지 시선을 갖고 있다. 첫번째는 마케팅 측면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브랜드가 아니라 역사와 전통이 있는, 실력 있고 검증 된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입히는 브랜딩 작업의 일환이다. 요컨대 자동차 역사가 없던 중국서 만들어진 차량도, 벤츠 마크를 달면 신뢰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헤리티지를 살리는 두번째 의미는 좀 더 무겁게 받아들여 진다. 총수인 정 회장 스스로 경영 의지를 다잡고, 전 임직원들이 가져야 할 도전정신과 로열티를 채우는 일이다. 불확실성과 또 실패의 반복 속에서 정 회장은 끊임 없이 스스로에게 반문하며 길을 찾고 있다. 이미 성공신화를 쓴 선대 회장의 발자취에서 새 길을 찾고 계승, 발전시키는 게 정 회장과 또 전 임직원들의 미션이자, 목표가 된 셈이다.

울산
현대자동차가 13일 울산공장에서 전기차(EV) 전용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여덟번째), 조르제토 주지아로 디자이너(다섯번째), 장재훈 현대차 사장(여섯번째)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현대차
지난 13일 울산공장에서 가진 '전기차(EV) 전용 공장' 기공식은 정 회장이 현대차의 헤리티지를 강조한 두번째 액션이라 할 수 있다. 요컨대 1968년 '세계시장에 대한민국 자동차를 선보이겠다'는 정주영 선대회장의 원대한 꿈으로 출발한 울산공장에서 손자 정의선 회장이 '100년 기업'의 도전을 얘기한 일이다. 울산공장은 단일로는 세계 최대규모 자동차공장이다. 약 2조원을 투입해 연 20만대 규모의 국내 최대 전기차 공장 착공에 들어갔고, 울산공장은 향후 '전동화 허브'로 탈바꿈 할 예정이다.

이날 AI로 복원 된 조부의 목소리를 들으며 정 회장은 감격했다. 정주영 선대회장은 "우리에게는 세계 제일의 무기가 있는데 그 무기란 바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기능공'들"이라며 "훌륭하고 우수한 이들의 능력과 헌신에 힘입어 머지않아 한국의 자동차, 우리의 자동차가 세계 시장을 휩쓰는 날이 온다고 나는 확신한다"고 말했다. 생생한 육성을 들은 정 회장은 "선대회장님이 생각하셨던 그 정신, 그리고 '하면 된다'는 생각, 또 근면한 생각들을 중심으로 해서 우리가 같이 노력할 각오"라고 전했다.

정 회장의 의지에 따라 현대차는 계속적으로 헤리티지 사료를 발굴하고 정리, 고객과 공감이 가능한 헤리티지 커뮤니케이션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긴 호흡으로 과거의 헤리티지를 아카이빙하고 오늘날의 활동 역시 기록하기 위해 일하는 방식까지 개선하고 전사적인 체계를 구축 중에 있다. 헤리티지 소통을 해외로도 확대해 전 세계에 '우리다움'을 알리고자 한다는 게 현대차 설명이다.
최원영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