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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우크라 사태 보며 ‘핵 불포기’ 의지 다져… ‘차기 정부’ 부담감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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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현빈 기자

승인 : 2022. 03. 0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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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권' 강조하는 북한, 러시아편 서며 모순적 태도
북한, 우크라 사태 반면교사… '핵 포기' 가능성 더욱 낮아져
북핵협상의 공은 '차기 정부'로
정성장 "ICBM 쏴도 유엔 차원 대북제재 어려울 것"
북 핵·미사일 위협 대비 핵심무기 영상 공개
군 당국이 28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이미 실전 배치됐거나 전력화 예정인 핵심무기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이 일정 고도에서 가상의 표적 요격에 성공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화면. /사진=국방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러시아 편에 서서 미국을 비난하고 있는 북한이 ‘주권국가의 존엄과 자주권’을 침해하지 말라며 러시아에 일방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중국과 더불어 전통의 우방인 러시아 편을 들고 이는 북한은 본격적인 북·중·러 3각 공조로 미국에 대항하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본 북한은 핵 불포기 입장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주권’ 강조하는 북한, 러시아편 서며 모순적 태도

북한은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141개국의 압도적 지지로 가결되자 이 같은 의견을 내며 반대표를 던졌다. 반대표를 던진 국가는 5개국 뿐이다.

중국도 결의안에 기권표를 던지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침묵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내 관영매체들은 러시아를 압박하는 미국 등 서방국가를 비난하며 실질적으로 러시아 편을 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기권표도 ‘신중한 표결’이라는 명분으로 한 발 빠진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북한은 외무성 홈페이지에 러시아 편을 들며 미국을 비난해왔다. 그러면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어 우크라이나의 자주권 침해에 대해서는 모순적인 입장을 취했다. 북한은 자위적 핵무장을 기치로 자주국가에 대한 압박과 내정간섭에 굉장히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북한은 평소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국방력 강화 차원에서 이뤄진 국가계획의 한 부분이라고 항변해왔다. 그러면서 한·미·일 등 국제사회가 북한의 무력시위를 규탄할 때마다 “국방력 강화는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걸고든 것은 국가의 존엄과 자주권 침해”라는 논리를 펼쳤다. 하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선 침공한 러시아 입장에서 외교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완전히 모순된 태도다.

◇북한, 우크라 사태 반면교사… ‘핵 포기’ 가능성 더욱 낮아져

북한 내부에선 핵을 포기한 우크라이나의 현 상황을 보면서 핵 포기는 즉 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핵 문제로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외교적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북한은 핵 문제로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다양한 제재를 받는 상황도 러시아에 대한 각종 제재에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이사국 중 하나로 대북제재 결의안에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강력한 외교 패권국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 이에 북한이 러시아를 공히 자극할 필요도 없다.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침략’이나 ‘침공’, ‘공격’ 등을 쓰지 않고 우크라이나 사태로만 표현한다. 러시아가 군대를 이끌고 우크라이나의 주요 시설은 물론 민간 시설까지 폭격한다는 사실 자체도 함구한다.

북한 입장에선 표면상 우크라이나 사태를 언급하며 핵포기를 하지 않겠다는 명분을 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북·중의 든든한 뒷배는 물론 핵은 핵으로 맞선다는 ‘공포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이유에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키이우(키예프) 함락에 애를 먹자 핵공격 카드를 공언하며 우크라이나를 전면 압박하고 있다. 재래식 전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핵 앞에서는 한낱 종이조각이 되는 것처럼 북한은 ‘상호 확증파괴’ 논리를 적용해 핵 공격엔 핵으로 보복한다는 논리를 버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공공연하게 떠들어온 ‘핵 보유 절대 고수’ 입장을 더욱 확고히 굳혔으리라는 분석이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면서 핵무기를 보유한 우크라이나가 1994년 국제사회의 요구로 핵을 스스로 포기한 후로 러시아 등 강대국에게 끊임 없이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목격한 것도 북한의 핵보유 의지를 다지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한미동맹재단이 전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역대 한미연합사령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이 훨씬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북핵협상의 공은 ‘차기 정부’로

이에 한반도 종전선언 구상 등으로 한반도 위기를 극복하려 했던 문재인정부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임기가 약 2달 남은 시점에서 북한에게 강력한 유화 메시지를 보내기에도 대선국면에서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사실상 북핵 문제는 차기 정부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북핵 정책을 어떻게 펼치느냐가 한반도 정세를 가를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하면서 새로운 대북정책을 수립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쓰면서 북한과의 협상력을 스스로 줄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북한은 당시 최대한 무력도발을 자제하며 미국을 자극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지만 새 대북정책이 발표되자 바로 강경한 입장을 밝히며 일절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 한국의 차기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처럼 새 대북정책 수립과 발표에 그만큼의 시간이 걸리지는 않겠지만 보다 명확한 대북관을 제시하고 그 기준에 따라 협상력을 높인다면 대화국면이 펼쳐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하지만 그와 무관하게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북한이 자주국방력을 높이겠다며 국가계획을 발표한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에 추가 제재를 가한다면 북한은 ‘이중기준’을 적용한다며 비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모라토리엄 해제까지 시사한 상황에서 북한의 핵실험 재개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도 이뤄질 수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센터장은 “북한이 ICBM을 시험발사하더라도 미국이 중국,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하지 않는 한 유엔안보리에서의 대북 제재 채택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북한이 ICBM을 시험발사하면 미국은 한·미 연합훈련를 강화하면서 올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 수위는 계속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천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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