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농단 사태로 정권교체 후 처음 치러진 국감이었던 만큼 과거 정권에 대한 적폐청산과 이에 맞선 새 정부의 문제들을 둘러싸고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최악의 국감으로 기록된 지난해(F학점)보다는 중간평가에서 ‘C-’를 받았지만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 대학생 모니터위원단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시아투데이는 2일 대학생 모니터위원들과 좌담을 통해 올해 국감을 결산해봤다. 국감 결산 좌담에는 김수경 국정감사 NGO모니터단 청년위원장, 한재현(존스홉킨스 재료공학), 마재민(국민대 기계시스템공학), 유규비(연세대 정치외교), 박원영(고려대 경영학), 전찬영(아주대 행정학) 학생이 참석했다.
|
김수경 국정감사 NGO모니터단 청년위원장 “한마디로 ‘때우기 국감’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언뜻 예전과 비슷하게 국감을 진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자세히 살펴보면 국감 ‘흉내’만 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실이 없는 국감이었다. 의원들이 국감장에 착석은 하고 있지만 졸거나 문자를 보내고 있고, 질의는 하지만 질의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 피감기관이 잘못한 부분을 끄집어 내는데 역부족이었다. ‘그냥 이번 국감만 지나가면 되지’라는 ‘때우기식 국감’이었다고 생각한다.”
유규비(연세대 정치외교) “문재인정부의 첫 국감으로 기대를 모았는데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보이콧’으로 인한 파행과 의원들의 고성과 막말이 반복돼 지탄을 받았다. 이러니 ‘국감 무용론’이라는 말이 계속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국감장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사회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 주체가 돼야 할 국회가 오히려 갈등 그 자체가 되고 있는 듯해 아쉽다.”
박원영(고려대 경영학) “국감 모니터를 통해 일부 국회의원이나 정당의 수준 낮은 태도들을 직접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물론 성실히 자료 준비하고 공부해 날카로운 질의를 한 의원들도 많았지만 준비한 자료가 부실하고 ‘영양가’ 없는 질문들만 수차례 반복하는 의원들도 다수였다.”
마재민(국민대 기계시스템공학) “전체적으로 의원들이 국감장에서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았다. 국감 중에 자리를 뜰 정도로 중요한 일이 있거나 전화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한 의원이 질의를 할 동안 다른 의원들은 모니터로 지켜보다 끝나면 들어가서 질의를 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그럼 자신의 질의에 더 집중을 할 수 있고 다른 의원들과 말다툼하며 시간 끌 일도 없지 않은가. 또 국회의원들과 국감에 기대치가 컸던지 실망스러운 모습이 많았다.”
|
-특히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현장 모니터링을 하면서 어떤 부분이 가장 심각한 문제였나?
유규비 “다수 의원들이 한정된 시간을 이유로 피감기관의 답변을 무시하거나 끊는 태도가 문제라고 본다. 특히 감사원 국감에서 감사원장의 적극적 답변 태도가 기사화됐는데 그동안 방어적으로만 일관해온 피감기관의 전형적 태도와 달리 사실관계를 바로잡으려 하고, 입법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는 국민을 대표한 의원님의 말씀을 무시하는 것으로 비난 받았다.”
박원영 “10월 20일 법제사법위 국감 모니터에 참여했는데 이날 모두 14개의 피감기관을 상대로 한 국감이었지만 질의를 한 번도 받지 못한 기관이 상당했다. 서울고등법원과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상대로 질의가 집중됐다. 또 질의가 다양한 주제를 다뤄야 하는데 같은 내용의 질의만 수차례 반복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등과 관련한 내용이 90%를 차지했는데 이건 질의라기보다 각 당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이었다. 재판의 절차나 결과에 대해 국감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마재민 “공학도로서 전공 분야가 속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국감을 모니터했다. 주된 주제가 일명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과 휴대전화 선택약정 요금의 인상에 대한 것이었는데 몇 몇 의원들은 나조차도 아는 사실을 잘 모르거나 잘 못 알고 있어 실망했다. ‘국회의원이라고 다 아는 건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 가운데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다른 의원들과 다르게 전문적인 지식을 질의해 눈에 띠었다. 피감기관 대답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문제점을 알아챘다.”
|
김수경 “기본적으로 대학생 모니터위원단은 막말, 시간 안 지키기, 정치적 발언 등을 비판했다. 특히 의원들 사이에서 막말은 물론이고 피감기관을 향한 인신공격성 발언들에 대해 대학생 모니터위원들이 가장 한심하게 생각했다. 마이크가 꺼진 상태나 정회시간에도 자기감정을 이기지 못해 험악한 언행을 보이는 것을 직접 목격한 모니터위원들은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다고 말했다.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대학생 모니터위원들은 국회의원의 권위적 행태로 지적했다. 또 국감이 1년에 한 번, 헌법으로부터 부여된 국민을 대신한 권리인데 막상 행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는 질의가 아닌 당리당략에 의한 정치적 공방만 되풀이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많았다. 공방만 되풀이하면서 국감을 준비한 보좌진들과 공무원들의 노력이 아무 쓸모가 없게 되는 것이냐며 안타까워했다. 또 국감 일정표에 나와있는 시찰과 현장점검 일정은 무엇을 구체적으로 하는 것인지 궁금해하는 모니터단이 많았다. 하루에 수십군데의 피감기관을 몰아넣는데, 피감기관을 나눠서 질의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유규비 “해마다 비슷한 문제가 제기되고 해결도 안 되고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 지적된 문제를 똑같이 지적하고 피감기관의 답변은 한결같이 ‘검토해보겠다’이다. 국감의 실효성에 큰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재현(존스홉킨스 재료공학) “일부 위원들의 깊이 없는 질문과 진정성 없는 태도에 크게 실망했다. 각 피감기관의 기능이나 업무현황을 이해하지 못한 질문들이 허다했고 또 많은 의원들이 국감 중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곤 했다.”
전찬영(아주대 행정학) “올해도 마찬가지로 행정부를 견제할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고 자유한국당이 국감 보이콧을 선언했다. 또 언론의 조명을 받는 게 목적인 듯 업무와는 관련 없는 정치적 발언만 일삼는 국회의원이 있는가 하면 동료 의원 사이에 막말과 고성이 오가는 난장판이 수도 없이 연출됐다. 무엇보다 답변을 위해 수십 명의 참고인들이 배석하는 게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행으로 정회하거나 질의 한번 받지 않은 증인·참고인들이 뒷자리에서 졸거나 딴 짓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현재 국감 제도가 여러모로 소모적인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
|
김수경 “국감 시정조치사항을 검토해 다시 질의하는 의원들이 예전보다 많아졌다는 것이다. 학생에게 숙제를 내주고 검사를 안 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듯이 국감 때 질의만 하고 지적사항에 대한 부분이 잘 개선되었는지를 확인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예년의 경우 보통은 시정조치사항을 검토하지 않고 새로운 질의를 해마다 해왔었는데 올해 들어 행정안전위원회의 유민봉 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시정조치사항을 피피티(PPT)로 만들어서 어떻게 시정됐는지 확인했다. 또 법사위에서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이 미국 대학 수학능력시험(SAT) 문제유출 사건 재판 관련 문제점이 시정되지 않자 법원에서 3년 동안 꾸준히 질의하는 모습을 보면서 본인의 지적사항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고 확인하는 모습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전찬영 “실제로 겪어본 국감 현장은 나에겐 완전히 새롭고 의미 있는 경험을 선사해준 동시에 여러 가지 아쉬움과 실망감 또한 갖게 하는 그런 곳이었다. 행정부 고위 공무원들을 향한 국회의원들의 질의 하나하나에서 국민의 대표라는 권위와 엄숙함이 실려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잘못된 것에 대해 날선 질타를 가하는 국회의원들의 훌륭한 모습에서는 국민으로서 고마움과 통쾌함을 느끼기도 했다.”
한재현 “많은 사람들이 국감을 보고 대한민국이 어떻게 운영돼 가는지 관심을 기울이며 권리와 책임감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박원영 “직접 현장에서 모니터링을 해보니 국감에서 다뤄지는 모든 일은 ‘그들의 일’이 아닌 ‘우리들의 일’이었다. 우리의 고용과 먹고 사는 문제, 인권, 생명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는 곳이 국감 현장이었다. 국감은 국민 모두가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활동임을 절감했다.”
|
김수경 “제도적인 개선방안으로는 ‘공개’가 있을 것이다. 우선 국감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전체를 볼 수 있어야 문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국회가 아닌 외부에서 열리는 국감에 대해서는 대부분 현장에서 지켜보지 않는 한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 해외에서 열리는 외통위 국감 또한 확인할 수 없다. 시찰이나 현장점검도 시민들이 확인할 방도가 없다. 기본적으로 국회의 모든 회의는 공개되는 것이 원칙이다. 모든 국감에 대해서 공개를 해야 문제점이 노출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 더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다. 나아가 의식적인 개선방안으로는 우리 청년들이 국감에 더욱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잘하면 잘하는대로, 못하면 못하는대로 이를 감시하는 눈이 있어야 이에 대한 평가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정치나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심해져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는 청년들이 많아지는 것이 문제다. 국감 NGO모니터단과 같은 시민운동에 1년에 한번 국감 때라도 현장에서 직접 모니터링을 하면 보다 건전하고 객관적인 판단과 비판을 할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유규비 “피감자의 답변 시간이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의원들 개개인의 의식과 태도도 개선돼야 한다. 일방적 비판과 비난이 아닌 질의·답변의 원활한 소통이 바탕이 돼야 문제를 지적하고 적절한 대안도 마련할 수 있는 생산적인 국감이 될 것이다.”
박원영 “의원들의 피감기관을 상대로 한 권위적인 태도, 호통치고 몰아붙이는 질의가 매번 지적된다.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와 매너는 지양돼야 한다.”
한재현 “매번 반복되는 구태를 방지하기 위해선 국민들이 행정·사법 부처 업무와 국감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피드백을 해야 한다.”
마재민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라면 기술이나 지식으로 전문가들을 이기려하기보다 정책적인 부분에서 국민들이 어떻게 관련 내용을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질의를 해서 가려운 부분들을 꼬집어 줬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