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중국 스파이 활동 겨냥 방첩 작전 승인
러, 극동지역에 대한 중국 '동북공정'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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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말∼2024년 초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8쪽 분량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문서는 중국의 스파이 활동이 러시아의 군사·기술·영토 안보를 위협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첩 작전을 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 NYT "러 연방보안국 '중국, 군사 기술·우크라 전쟁 정통 과학자·관리 등 포섭 시도'"
문서는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스파이 활동을 강화, 권력층과 가까운 관료·전문가·언론인·기업인 등 러시아인 스파이 포섭 시도를 강화하고, 정권에 불만이 있는 러시아 과학자 및 관리, 특히 군사 기술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포섭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보기관과 연결된 중국 연구소나 중국 방산 기업 인사들이 러시아로 몰려들었는데, 이들의 목적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함이었다고 문서는 평가했다.
중국은 드론을 활용한 전투 방법과 새로운 형태의 서방 무기에 대한 대응 방법 등에 대한 정보에 특히 관심을 보였다고 문서는 지적했다.
1979년 베트남과 충돌한 이후 전쟁을 치른 적이 없는 중국 군부가 대만과 남중국해에서의 분쟁 가능성에 대비해 서방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군과 싸우는 러시아의 전쟁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첩보전을 벌였다는 것이다.
중국은 약 2만명의 러시아 유학생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중국인과 결혼한 러시아인을 스파이로 삼으려 시도하고 있다는 문서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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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 지시를 내리기 사흘 전 '엔텐테-4'라는 이름의 새로운 방첩 프로그램을 승인했는데, 이는 러·중 관계를 손상하지 않으면서 중국의 스파이 활동에 대응하는 것이었다고 NYT는 설명했다.
FSB 요원들이 공격적으로는 중국을 위협이라고 지목하지 않으면서도 조용히 스파이 활동을 감시하고, 러시아 협력자들을 막으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채택한 주요 전략 중 하나가 중국의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위챗에서 정보를 수집해 스파이 활동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해킹하고, 특별 소프트웨어(SW)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었다고 NYT는 전했다.
중국은 약 1년 6개월 동안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돼 일정한 역할을 하다가 2023년 8월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제거로 해체 절차에 들어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의 전술에 관심을 표했는데, 이는 그들의 경험을 중국군이나 동남아시아·아프리카·남미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민간 군사기업에 적용하려는 것이라고 문서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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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는 중국이 석유 구매, 군사 부품 제공 등을 통해 서방의 제재로 인한 러시아의 타격을 완화했지만, 이러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영토 야망, 그리고 전후 약화한 러시아의 국가 위상을 악용할 수 있는 능력을 우려했다. 특히 19세기 러시아에 합병된 러시아 극동 지역에 대한 미래의 영유권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과학·문화·역사적 서술을 사용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FSB는 밝혔다.
일부 중국 학자들은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 땅이 중국 영토였다고 주장하고, 2023년엔 러시아 도시의 옛 중국 이름이 표기된 지도가 공식 발표되기도 했다.
FSB는 이를 역사 왜곡 주장의 서막으로 보고, 요원들에게 이러한 노력을 차단하고, 이러한 도발적인 연구에 관여하는 외국인들의 입국을 제한하도록 지시했다.
FSB는 국경지대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와 북극에 대한 중국의 확장에도 경고음을 냈다. 중국은 구소련에 속했던 중앙아시아에서 인도주의 및 교역 지원 활동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고, 기후변화로 북극에서 새로운 상업적 경로가 열리면서 중국은 러시아의 북극해 항로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은 대학과 광산업체를 통해 이 지역의 러시아 인프라와 운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문서는 전했다.
NYT는 이 문서가 사이버범죄 단체 '아레스 리크스'가 확보한 것이며, 날짜가 적히지 않은 것으로 미뤄 정식 문서의 초안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NYT는 6개 서방 정보기관에 이 문서의 진위를 문의했고, 모두 진짜로 보인다는 평가를 내놓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