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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라면 하나로 도시가 들썩…구미서 확인한 K라면의 저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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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이창연 기자

승인 : 2026. 11. 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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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튀긴 라면 인기…500m 넘는 대기 행렬
축제 한정판에 구미산 밀 100% 사용
첫날 라면 판매량 47%↑…글로벌 축제 도약
구미라면축제(1)
구미라면축제 입구./농심
구미역 일대에 갓 튀긴 라면을 사려는 방문객들의 긴 행렬이 이어졌다. 구미 농심공장에서 당일 생산한 라면을 구매하기 위해 3시간째 기다리는가 하면, 라면 봉지로 가득 찬 배낭을 메고 인증사진을 찍는 방문객도 눈에 띄었다. 한쪽에서는 평소 접하기 어려운 이색 라면을 맛보려는 사람들로 식당 앞이 붐볐다. 라면 하나가 도시의 거리를 축제장으로 바꿔놓은 모습이었다.

지난 6일, 올해로 5회째를 맞은 '2026 구미라면축제'가 개막 첫날부터 열기를 뿜어냈다. 구미역에서 역전로와 원평동 원도심으로 이어지는 행사장은 라면을 맛보고 즐기려는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축제의 중심에는 475m 길이로 조성된 '세계에서 가장 긴 라면 스트릿'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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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라면축제 후루룩라운지(사진왼쪽)와 갓튀긴라면판매줄./이창연 기자
가장 긴 대기 행렬이 만들어진 곳은 농심 구미공장에서 당일 생산한 '갓 튀긴 라면' 판매 부스였다. 오후 4시까지도 500m가 넘는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지난해 약 48만개가 팔린 이 제품은 구미라면축제를 대표하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라면 봉지를 담아 멜 수 있도록 만든 '라면 백팩'도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라면을 등에 짊어진 모습 때문에 현장에서는 '라면거북이'라는 별칭도 붙었다.

방문객들의 발길은 이른 아침부터 이어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고 축제를 찾았다는 30대 윤모씨는 갓 튀긴 라면을 구매하기 위해 아침 일찍 행사장을 찾았다. 그는 "일찍 와서 구매할 수 있었다"며 "한정 수량이다 보니 나중에는 1인당 구매 수량을 제한하더라"고 말했다. 60대 부부는 "손자가 라면을 좋아해 함께 축제장을 찾았다"며 "갓 튀긴 라면을 사기 위해 3시간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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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행사장에 설치된 키오스크에서 방문객이 좋아하는 라면을 주문하고 있는 모습(사진왼쪽)과 구미라면축제에서 선보이는 33종 메뉴 중 8종 이미지./이창연 기자
라면을 즐기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올해 축제에는 라면 레스토랑 25곳과 푸드트럭 8대 등 총 33개 판매 공간이 마련됐다. 익숙한 국물라면뿐 아니라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이색 메뉴도 눈길을 끌었다. 생참복과 복튀김을 넣은 '복튀김 생참복라면', 송이와 능이버섯을 활용한 '송이능이산중라면' 등이 대표적이다.

방문객이 취향에 따라 면과 스프, 토핑을 조합해 자신만의 라면을 만드는 '라면공작소'도 운영됐다. 구미공장에서 당일 생산한 라면을 현장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는 '갓랜드'와 세계 각국의 라면 문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라면을 맛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만들고 새로운 조합을 시도할 수 있도록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한 것이다. QR 주문과 카카오톡 대기 알림을 도입하고 취식 공간을 넓히는 등 이용 편의도 개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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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들이 지난 6일 '신라면 분식 in 구미라면축제' 부스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모습(사진왼쪽)과 방문객이 신라면 분식 부스 내 '내가 만드는 라면'에서 원하는 토핑을 조합해 완제품 라면을 만드는 모습./이창연 기자
축제 첫날 성적표도 눈에 띄었다. 구미시에 따르면 지난 6일 하루 동안 별미라면은 2만2231그릇 판매됐다. 지난해 첫날 판매량 1만5140그릇보다 46.8% 증가한 수치다. 매출은 1억7700만원으로 전년 동기 1억2400만원보다 42.7% 늘었다. 구미시는 올해 방문객이 4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축제 방문객은 약 35만명으로 집계됐다.

축제의 또 다른 특징은 지역 농산물과 기업의 협업이다. 농심은 구미산 밀을 100% 사용해 만든 축제 한정판 제품 '구미라면축제면'을 선보였다. 구미시 공동브랜드 '구미밀가리'를 활용해 지역에서 생산한 밀을 라면 원료로 연결했다. 국내 밀가루 소비량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지역 농산물의 판로를 넓히고 지역 식품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주려는 시도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구미산 밀을 활용한 제품 개발 과정에서 농심과 협력했다고 설명했다. 지역 농산물이 축제에서 일회성으로 활용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상품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구미라면축제면은 총 5000박스 한정으로 생산돼 축제현장과 농심몰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김 시장은 "구미라면축제를 독일 옥토버페스트를 넘어서는 아시아 대표 축제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며 "기업과 소상공인, 지역 농가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축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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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준호(왼쪽부터) 김장호 구미시장, 방송인 피터 빈트, 코미디언 이선민, 셰프 이연복이 지난 6일 구미라면축제에 방문해 행사장을 둘러봤다./이창연 기자
축제 현장에는 배우 정준호를 비롯해 구미시 홍보대사인 코미디언 이선민, 방송인 피터 빈트, 이연복 셰프도 방문했다. 이들은 김 시장과 만나 구미라면축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행사장을 둘러봤다.

세계인을 겨냥한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올해 처음 선보인 '글로벌 라면 챌린지'에는 80개국 1263명이 온라인 예선에 참가했다. 본선에는 13개국에서 선발된 13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현장에서 만난 미국 시애틀에서 온 참가자 린지 캐서린(33)은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 축제를 찾았다고 했다. 그는 "한국 라면은 다양한 재료와 맛을 경험할 수 있어 좋아한다"며 본선을 앞둔 기대감을 나타냈다.

구미시는 관광객 유치를 넘어 원도심 상권 활성화도 기대하고 있다. 구미역과 원평동 등 원도심에서 행사를 열어 전통시장과 주변 상권으로 소비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구미시에 따르면 지난해 축제에 따른 인근 지역의 경제적 효과는 28억6000만원으로 추산됐다.

축제가 끝난 뒤에도 방문객이 구미를 찾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구미시는 연중 방문할 수 있는 '구미라면관'을 조성하고, 축제에서 선보인 메뉴를 지역 음식점에서 상시 판매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현재 12곳인 상시 판매 참여 음식점을 올해 20곳, 내년에는 30곳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구미라면축제는 농심 구미공장이라는 지역 산업 기반을 관광 콘텐츠로 연결하며 성장해왔다. 첫해 1만명 수준이던 방문객은 지난해 약 35만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외국인 방문객을 유치하고 글로벌 경연을 도입하는 등 지역 축제에서 세계인이 찾는 행사로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구미시는 농심과 함께 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 총회 유치를 검토하는 한편, 금오산과 농심 공장 견학, 삼성전자 공장 투어 등을 연계한 1박2일 관광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구미공장과 함께 성장해 온 구미시에서 지역사회와 상생하고 K라면 문화를 알리는 축제를 함께하게 돼 뜻깊다"며 "현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갓 튀긴 라면의 신선함과 다채로운 라면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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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들이 구미라면축제에서 '라면 백팩'을 메고 있는 모습./농심
이창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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