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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창동 감독 “‘가능한 사랑’, 관계를 이어주는 건 결국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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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기자

승인 : 2026. 11. 0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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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노동자의 삶에서 출발…10년간 고민한 이야기 담아
이 감독 "노동은 인간 정체성과 연결된 문제라고 생각"
이창동 감독
이창동 감독/넷플릭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해체되고 파괴될 때 무엇이 그 관계를 유지하게 할 수 있을까. 저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창동 감독이 '버닝'(2018) 이후 8년 만에 선보인 신작 '가능한 사랑'에 담은 질문이다. 영화는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부부의 만남을 통해 노동의 가치와 인간관계, 사랑의 의미를 들여다본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 호석(설경구)과 아내 미옥(전도연),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와 남편 상우(조인성)가 촬영을 계기로 만나 서로의 숨은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두 부부가 함께 여름휴가를 떠나면서 감춰진 상처와 결핍이 드러난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시선을 교차시키며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는 행위에도 질문을 던진다.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최근 취재진과 만난 이 감독은 "일반 관객들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고 설레기도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작품은 2009년 발생한 대규모 정리해고와 노동자 파업·진압 사태에서 출발했다. 이 감독은 약 10년 전 관련 취재와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했지만 촬영을 앞두고 제작을 중단했다. 당사자가 아닌 자신이 이들의 고통을 대신 이야기하는 것이 옳은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중요한 건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는 이야기인지다"라며 "실제 사람들의 고통을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내가 이들의 이야기를 대변할 자격이 있는지 고민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오랜 고민 끝에 실마리가 된 것은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의 등장이었다. 타인의 삶을 기록하는 인물을 이야기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창작자의 윤리까지 함께 다룰 수 있게 됐다. 해고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하려는 예지는 부유한 남편의 경제적 기반 위에서 살아가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에 이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도 자본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작업하기 어렵다. 그 안에서 자기 목소리와 독립성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라며 "예지를 비판하려는 게 아니라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의 속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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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사랑' 전도연(왼쪽)·조인성/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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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사랑' 전도연(왼쪽)·설경구/넷플릭스
영화는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를 선악으로 나누지 않는다. 호석의 분노와 미옥의 흔들리는 마음, 예지의 선의와 상우의 모호한 태도가 얽히며 두 부부 사이의 긴장을 만들어낸다. 이 감독은 "돈이 많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갈등으로 단순화하고 싶지는 않았다"며 "자본의 힘이 일상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해고 이후 자신의 존재 의미를 잃어버린 호석의 모습은 노동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 돌아보게 한다. 이 감독은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을 대체하는 시대에 노동의 가치가 더욱 중요한 질문이 됐다고 봤다.

그는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는다고 노동의 가치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라며 "AI와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한다면 인간은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노동은 경제적 문제를 넘어 인간의 정체성과 연결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영화의 제목에도 이러한 고민이 담겼다. 이 감독은 "보통 사랑 이야기는 불가능한 사랑을 전제로 하는데 '가능한 사랑'은 오히려 사랑이 가능하다는 게 무엇인지 묻게 한다"며 "직장과 동료, 부부 사이의 관계가 무너질 때 무엇이 그 관계를 이어줄 수 있을지 생각해보길 바랐다"고 전했다.

그 답은 오랜 시간을 함께 견뎌온 미옥과 호석의 관계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두 사람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며 "사랑하는지 생각할 필요조차 없을 만큼 가족이 된 사람들이 다시 서로를 확인하는 것, 그런 사랑도 가능한 사랑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변화하는 시대에 영화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고민했다. 기술의 발전으로 노동의 의미와 인간관계가 달라지는 가운데 영화가 사람들 사이의 소통과 관계 회복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는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라고 했다. 다만 예지의 카메라 앞에서 호석이 억눌러온 감정을 털어놓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호석은 마음속에 묻어둔 분노와 절망을 말하지 못했던 사람이에요. 그런데 예지의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되죠. 그 과정에서 어쩌면 치유를 경험했다고 볼 수도 있어요. 이런 시대에 영화가 관계를 얼마나 회복하고 소통하게 할 수 있을지는 결론 내리기 어렵지만, 그 안에서 희망을 찾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창동 감독
이창동 감독/넷플릭스
이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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