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여의로]공공기관 통합의 기준은 숫자가 아니라 성과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3.asiatoday.co.kr/kn/view.php?key=20261105010002107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6. 11. 06. 06:00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이철현
이철현 중기벤처부 차장
공공기관 개혁의 성패는 기관 수를 얼마나 줄였느냐보다 공공서비스의 질을 얼마나 높였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가 지난 9월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에는 통폐합과 기능 조정 등을 통해 공공기관 109개를 감축하는 계획이 담겼다. 중요한 것은 개편의 규모가 아니라 실제 효과다.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한유원)과 공영홈쇼핑의 통합도 같은 기준에서 살펴봐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두 기관을 통합해 가칭 '중소기업마케팅진흥공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제품 발굴과 상품화 지원 기능을 정비하고 온·오프라인 판매채널을 연계해 중소기업의 판로지원 효과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통합의 필요성과 추진 절차를 둘러싼 시각차는 크다. 지난 10월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은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주현 공영홈쇼핑 노동조합위원장도 통합 효과 검증과 근로조건 보장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영 문제를 지적하며 통합을 통한 판로지원 체계 개선을 강조했다.

제품 발굴부터 판매, 성과관리까지 유기적으로 연결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다만 조직을 합치는 것과 지원 효과를 높이는 것은 별개다. 무엇을 줄이고 어떤 기능을 강화하며, 그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우선 재무적 효과를 따져야 한다. 조직을 합치면 경영 문제가 저절로 해소될 것으로 기대해서도 안 된다. 아울러 기관 자체 손익과 정책사업 집행예산을 구분하고 통합에 필요한 추가 비용과 중복 업무 축소에 따른 절감 효과를 함께 분석해야 한다. 조직 통합 없이 기능 연계만 강화하는 방안과 비교해 어떤 이점이 있는지도 설명할 필요가 있다. 전산·회계 체계 정비 등 일시적인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단기 실적과 중장기 효과를 구분하는 일도 필수다.

두 기관의 공통 기능과 고유 역량도 구분해야 한다. 한유원은 정책사업 집행뿐 아니라 백화점과 온라인몰 운영, 홈쇼핑 판매 지원 등도 수행한다. 두 기관을 단순히 '정책기관'과 '유통기관'으로 나누기 어려운 이유다. 겹치는 업무는 정비하되 축적한 전문성은 살려야 한다.

한유원의 정책사업 운영 경험과 공영홈쇼핑의 상품 기획·방송 편성·판매 역량을 연결하면 지원의 필요성과 시장성을 함께 검토할 수 있다. 다만 당장 잘 팔릴 제품만 지원해서는 안 된다. 초기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돕는 공공성과 판매 성과를 높이는 사업성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지원의 공정성을 지키면서 시장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 구조도 설계해야 한다.

구성원과의 협의 역시 통합 이후로 미뤄둘 일이 아니다. 정부가 고용승계 원칙을 제시하는 것과 구체적인 근로조건을 합의하는 것은 다르다. 정부와 기관, 노조는 조직·인력 운영과 근로조건에 관한 협의 절차를 명확히 해야 한다. 지원 대상인 중소기업·소상공인과 납품업체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조정하면서 지원사업과 판매 현장의 차질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성과를 측정할 기준을 미리 세워야 한다. 신청·심사에 드는 시간이 줄었는지, 중복 지원은 해소됐는지, 참여 기업의 신규 판로와 지속적인 판매가 늘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통합기관의 매출이나 지원 건수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원받은 기업이 시장에 안착했는지가 평가의 중심이 돼야 할 것이다.

통합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속도만 앞세워서도 안 되지만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결정을 무기한 미뤄서도 안 된다. 검증과 협의의 일정, 책임 주체와 성과 목표를 분명히 하는 것이 '올바른 통합'의 출발점이다. 지원체계는 연결하되 기업이 선택할 판로는 다양해져야 한다. 개혁의 성패는 줄어든 기관 수가 아니라 넓어진 중소기업의 기회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