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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세로 다진 내공, GS 허태수 ‘AI 혁신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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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승인 : 2026. 10. 2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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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맨 출신, 17년 유통 현장 노하우
소탈한 리더십+숫자·트랜드 감각 무장
변방 홈쇼핑 경험으로 최고경영자 자리
굴뚝산업에 AI 입혀 GS ‘새시대’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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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드티 차림으로 직원들 앞에 서고, "보고를 위한 보고는 필요 없다"며 오랜 관행에 균열을 낸다. 정유와 에너지라는 전통적인 굴뚝 산업에 AI를 입히고, 유통을 넘어 그룹 전반의 일하는 방식까지 바꾸려는 행보도 거침없다. 묵직한 중후장대 산업의 외피를 두른 GS그룹에 실리콘밸리식 혁신 DNA를 이식하는 사람, 허태수 GS그룹 회장이다.

그의 이력은 재계 총수의 전형과는 결이 다르다. 가문에서 드문 증권맨 출신으로 국제 금융시장을 경험했고, 17년간 유통 현장에서 시장의 변화를 읽었다. 숫자와 시장에 밝은 금융인의 감각, 고객과 트렌드를 좇아온 유통 전문가의 시야가 그를 지금의 자리로 이끌었다. 큰형인 허창수 회장이 막내 동생 허태수에게 그룹의 지휘봉을 맡긴 배경에도 이 같은 경험과 감각이 자리했다.

GS그룹 2대 회장에 오른 지 7년 차. 정유·에너지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출발한 그는 이제 AI를 축으로 그룹의 체질을 바꾸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한때 그룹의 '변방'으로 여겨졌던 홈쇼핑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보수적인 조직문화에는 유연함을, 전통 산업에는 디지털 전환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소탈한 리더십과 실리콘밸리식 혁신이 어떻게 GS의 미래를 다시 그려낼지, 허태수 체제의 다음 행보에 재계의 시선이 모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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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회장의 이력서… 금융 16년 유통 17년 끝에 총수로

한 달여 뒤면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그룹의 지휘봉을 잡은 지 꼭 7년이 된다. 2019년 12월, 큰형 허창수 명예회장이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며 후임으로 지목한 인물은 아홉 살 아래 막내동생이었다. 정유·에너지·건설 등 중후장대 산업이 중심인 그룹의 새 수장으로 유통 계열사를 이끌던 허태수 회장이 낙점되자 재계는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전통 산업의 무게를 짊어질 총수로 홈쇼핑 출신 경영자가 선택됐기 때문이다.

허창수 명예회장의 선택은 단순한 세대교체가 아니었다. GS그룹에 필요한 것은 기존 사업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리더를 넘어, 변화의 흐름을 먼저 읽고 조직에 새로운 감각을 불어넣을 인물이라는 판단이었다. 왜 하필 허태수였을까. 그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면 그 선택의 이유가 드러난다.

1957년 11월 부산에서 고(故)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과 구위숙 여사의 다섯 아들 가운데 막내로 태어났다. 허창수 GS 명예회장을 비롯해 허정수 GS네오텍 회장, 허진수 전 GS칼텍스 회장, 허명수 전 GS건설 부회장이 그의 형들이다. 큰형과는 아홉 살 차이다. 다섯 형제가 모두 고려대를 졸업한 가운데 허태수 회장은 중앙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거쳐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그의 첫 무대는 그룹 내부가 아니었다. 1986년 외국계 은행인 콘티넨탈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1988년 럭키증권(현 NH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인수합병(M&A)팀장과 국제금융팀장을 거치며 자본의 흐름과 기업의 가치를 읽는 법을 익혔다.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에는 LG증권 런던법인장을 맡아 국제 금융시장의 한복판에서 일했고, 2000년에는 LG투자증권 IB사업본부 총괄 상무에 올랐다.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글로벌 자본의 움직임을 몸으로 익힌 시간이었다.

금융과 증권에서 다진 안목은 이후 유통 현장에서 새로운 형태로 발휘됐다. 2002년 LG홈쇼핑(현 GS리테일) 상무로 자리를 옮긴 그는 2003년 말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에 올라 중국 현지법인 충칭GS쇼핑 설립을 주도했다. 해외 금융시장에서 익힌 감각을 소비자와 시장의 변화가 빠른 유통업에 접목한 것이다. 미국과 영국에서 쌓은 경험은 그가 그룹의 글로벌 흐름을 읽는 창구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2005년 LG와 GS가 분리되면서 큰형 허창수 회장이 GS그룹의 초대 회장에 올랐다. 허태수 회장은 이듬해인 2006년 말 GS홈쇼핑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되며 처음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섰다. 금융과 증권에서 자본의 논리를, 유통에서 시장과 고객의 속도를 배운 그는 그렇게 자신만의 경영 이력을 쌓아갔다.

돌이켜보면 허태수 회장의 이력은 정유·에너지 중심의 GS그룹에서 다소 이질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유통 현장에서 소비자의 움직임을 읽어온 경험은 기존 사업의 관성에 갇히지 않는 시각을 키웠다. 훗날 그가 그룹의 혁신과 디지털 전환을 전면에 내세울 수 있었던 배경에도 이 같은 이력이 자리한다. 홈쇼핑에서 출발한 막내 경영자는 그렇게 전통 산업의 틀을 바꿀 총수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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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식·의전 필요 없다… 후드티 입고 직원들과 허물없이 소통
"보고를 위한 보고는 필요 없다." 2019년 GS홈쇼핑을 이끌며 직원들에 던진 이 멘트는 허태수 회장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 주는 단면이다. 회사를 이끌며 시무식의 긴 연설도 사라졌다. 격식이나 의전보다 실리와 효율을 앞세운다는 평이 따라다닌다.

재계에 따르면 LG홈쇼핑 상무 시절 그는 물류 점퍼 차림으로 건물 비상계단을 오르내렸다. 오랫동안 그가 오너 일가라는 사실을 아는 직원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매일 아침 사내 전자게시판에 그날 생일을 맞은 직원 이름을 올리게 한 일화도 유명하다. 직원 자녀의 입학 같은 경조사도 챙겼다고 한다. 벌보다 칭찬이 조직에 활력을 준다는 게 그의 지론으로 알려져 있다. 총무팀 간판을 '기업문화팀'으로 바꿔 달고 일할 맛 나는 직장을 만들라는 임무를 맡겼고, 사내에 북카페를 열었다. 직원들과 함께 뮤지컬을 보러 가기도 했다.

예전부터 봉사 현장에는 빠지지 않았다. 2008년 태안 기름유출 방제 봉사는 사내봉사단이 미리 신청을 받아 꾸렸는데 그도 참여해 임직원들 틈에서 기름때를 닦았다. 같은 해 김장 나눔 행사에선 김치 버무리기부터 나눠주는 일까지 함께했다. 2023년엔 서울 역삼동 GS타워에서 'GS타워 감사의 날'을 열었는데 건물 관리와 보안을 맡은 외주 계약직 직원 200여명이 대상이었다.

총수가 된 뒤 해마다 1월과 7월 두 차례 열리는 임원 모임에서 그룹 경영 방향을 직접 발표해 왔다. 지난 5월 GS타워에서 열린 그룹 AX(인공지능 전환) 행사 '52g 데이'엔 후드티 차림의 깜짝 손님으로 나타나 소통하기도 했다. 허 회장은 또 골프와 농구를 즐기는 만능 스포츠맨으로도 통한다. 골프실력은 싱글을 넘어 재계 톱이라는 평가다. FC서울 구단주이기도 하다.

2026년 GS그룹 허태수 회장(가운데)과 GS칼텍스 허세홍 부회장(오른쪽)이 GS칼텍스 임직원들과 함께 제4회 DT Day에 참여하고 있다
GS그룹 허태수 회장(가운데)과 GS칼텍스 허세홍 부회장(오른쪽)이 GS칼텍스 임직원들과 함께 제4회 DT Day에 참여하고 있다. GS 제공출처 : 녹색경제신문(https://www.greened.kr)
◇AI 동력 장착하는 GS, 허태수 회장의 승부수
허태수 회장의 AI 드라이브가 재계에선 낯설지 않은 그림이다. 지난 3월 미국 산호세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연례 AI 콘퍼런스 'GTC 2026'을 찾았다. AI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자리를 직접 찾아 몸소 체험하고 토론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한국경제인협회에서 AI혁신위원장을 맡고 있다. 민간 경제단체 최초로 출범한 AI 분야 위원회다. 정책 과제를 발굴해 정부와 국회에 제안하고, 연구와 기술 확산을 지원하는 막중한 역할이다.

'대기업은 큰 배처럼 방향을 빨리 틀기 어려운 만큼 스타트업과 손잡아야 변화를 제때 읽을 수 있다'는 게 허 회장의 지론이기도 하다. 2020년 7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투자법인 GS퓨처스를, 2022년 1월엔 국내에 GS벤처스를 세운 데에도 허 회장이 경영철학이 그대로 반영 됐다. 지난 4월 GS퓨처스와 GS벤처스가 투자한 AI 스타트업 17곳을 GS타워로 불러 사장단 등 100여명 앞에서 각 회사의 기술을 하나하나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신사업 투자도 성공적이다. 그룹의 첫 조 단위 베팅이자 바이오 진출은 보툴리눔 톡신 업체 '휴젤'이다. GS는 2021년 8월 IMM인베스트먼트·CBC그룹·무바달라와 컨소시엄을 꾸려 1조7239억원 규모의 인수 계약을 맺고 1억5000만달러를 출자했다. 이후 휴젤은 성장가도를 밟아 인수 5년여만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배 이상 불었다.

GS 허씨 집안은 재계의 '신사' 또는 '거목'으로 불린다. 지난해 3월로 GS 출범 20주년을 맞았는데 자산은 출범 때의 4배인 80조원대, 매출은 3배 이상인 84조원대로 불었다. 출범 20주년 행사에는 허태수 회장과 허창수 명예회장은 물론, LG의 구광모 회장, 구자은 LS 회장, 구본상 LIG 회장도 나란히 참석해 20주년을 축하했다. 재계에선 허씨와 구씨 간 소위 '아름다운 이별'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동행'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 장면으로 분석했다.

2025년 3월 30일 창립20주년 기념일  허태수 GS 회장, 구광모 LG 회장, 구본상 LIG 회장, 구자은 LS 회장이 28일 GS 창립 20주년 및 GS아트센터 개관 기념 행사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1)
허태수 GS 회장(사진 오른쪽부터), 구광모 LG 회장, 구본상 LIG 회장, 구자은 LS 회장이 2025년 3월 28일 GS 창립 20주년 및 GS아트센터 개관 기념 행사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제공 = GS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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