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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이트] AI 시대, 연구데이터는 누구의 관할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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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10. 2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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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엽
김선엽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인공지능(AI)이 연구실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연구자는 AI 서비스를 활용해 실험데이터를 분석하고 국제 공동연구를 수행한다. 그러나 연구데이터가 외부 AI 서비스에 입력되는 순간 새로운 질문이 발생한다. 데이터는 어디에서 처리되고, 어느 국가의 법률이 적용되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을 지는가. AI 활용이 확산될수록 연구데이터 보안은 기술적 보호를 넘어 법적 관할권과 국제협력의 문제로 확대된다.

지난 10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평의회의 '2026 옥토퍼스 콘퍼런스(Octopus Conference)'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주요 화두였다. 부다페스트협약 채택 25주년을 맞아 개최된 이번 회의에는 100여 개국에서 약 500명의 전문가와 국제기구, 기술기업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AI가 사이버범죄의 속도와 규모를 확대하는 가운데, 국경을 넘는 전자증거 확보와 국가 간 사법협력이 주요 과제로 논의됐다. 데이터는 국경을 쉽게 넘지만 수사기관의 권한은 국가별 관할권에 따라 제한된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 이사회에 따르면 형사사건 수사의 약 85%에 디지털 데이터가 관련된다. 전자증거는 해외 기업의 서버에 보관되거나 여러 국가에 분산되어 있을 수 있다. 이에 국제사회는 2001년 채택된 부다페스트협약을 기반으로 협력체계를 발전시켜 왔다. 특히 제2추가의정서는 해외 서비스 제공자와의 협력 및 전자증거 확보 절차를 개선하면서 개인정보 보호와 인권 보장도 함께 고려한다. 이는 데이터에 대한 신속한 접근과 법적 보호가 반드시 상충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물론 범죄 수사를 위한 전자증거 확보와 대학의 연구데이터 관리는 서로 다른 문제다. 그러나 국경을 넘는 데이터에 누가 접근하고 어떤 법률이 적용되며 누가 책임지는가라는 질문은 공통적이다. 국내 대학 연구자가 해외 AI 서비스에 미공개 연구자료를 입력했다고 가정해 보자. 서비스 제공기업의 소재지와 데이터 처리 장소, 연구자가 속한 국가가 다르다면 하나의 법률만으로 모든 문제를 설명하기 어렵다. 데이터가 국내 서버에 저장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법적 위험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대학 연구데이터는 이러한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실험·관측자료, 미공개 연구성과, 소스코드, AI 학습데이터에는 연구자의 지적 성과와 연구비가 투입되어 있다. 기업과의 공동연구 자료에는 비밀유지 의무가 따를 수 있고, 국제 공동연구에서는 기관별 데이터 이용권한이 다를 수 있다. 특정 기술에는 수출통제 요건도 적용된다. 따라서 연구데이터의 국제적 이동은 개인정보뿐 아니라 지식재산권과 연구계약, 연구보안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문제다.

해외 대학들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는 비공개 연구데이터를 포함한 기밀정보를 승인되지 않은 생성형 AI 도구에 입력하지 않도록 안내한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역시 개인정보 보호와 지식재산권, 수출통제 등 연구자의 의무를 강조하며 대학이 계약한 AI 도구나 내부 운영 모델의 활용을 권고한다. 이는 AI 활용 자체를 제한하기보다 데이터의 성격과 보호 수준에 따라 이용 조건을 구분하려는 접근이다.

국가별 법률과 제도도 차이를 보인다. 미국은 분야별 법률과 기관별 관리체계를 중심으로 데이터 보호와 활용을 조율하며, EU는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을 통해 개인정보 처리와 국외 이전에 관한 공통 기준을 발전시켜 왔다. 중국은 데이터보안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통해 데이터 분류·보호와 일정한 국외 이전을 규율한다. 일본은 개인정보 보호법을 기반으로 AI 활용 촉진을 위한 가이드라인 중심의 접근을 병행한다. 이러한 차이는 하나의 국제 공동연구에도 여러 국가의 법률과 계약상 의무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도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연구데이터 보안을 연구실 내부의 정보 유출 방지에만 한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해외 AI 서비스와 국제 공동연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는 데이터의 저장 위치뿐 아니라 접근권한과 처리 목적, 적용 법률과 책임 관계까지 고려해야 한다. 동시에 국가별 제도 차이가 정당한 연구협력을 가로막지 않도록 국제적 신뢰와 협력의 기반을 마련하는 일도 중요하다.

AI 시대의 데이터 주권은 모든 데이터를 국경 안에 가두는 것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데이터가 국경을 넘어 활용되더라도 권리와 책임을 명확히 하고 신뢰할 수 있는 보호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데이터 보호와 국제협력은 대립하는 목표가 아니라 함께 추구해야 할 가치다. 이제 연구데이터 보안은 연구실 내부의 기술적 문제를 넘어, 국경을 넘는 데이터의 관할권과 책임을 함께 고민해야 할 국제적 과제가 되어 가고 있다. /김선엽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김선엽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
중국 베이징 대학에서 국제관계학으로 석사를 취득하고, 중국사회과학원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2024년 5월부터 현재까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서 글로벌 인공지능(AI) 거버넌스 전략과 AI 데이터 보안을 연구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보고서로는 'Divergence of AI Blocs: Shaping China's AI Governance Beyond US Curbs'가 있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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