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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만㎞ 글로벌 광폭 행보… AI·반도체 탄탄한 ‘네트워크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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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기자 | 김한슬 기자

승인 : 2026. 10. 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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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號 4년]
무죄 확정 뒤 통상 지원·빅테크 협력
젠슨황·샘 올트먼 등 CEO 접점 확대
HBM4 세계 최초 출하로 성과 뒷받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 공개된 주요 해외 일정을 소화하며 이동한 거리는 약 19만㎞로 추산된다. 주요 도시 간 직선거리를 기준으로 지구를 네 바퀴 반 넘게 돈 셈이다. 쉼 없이 이어진 글로벌 행보의 중심에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가 있다.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을 넓히고 기술 동맹을 강화하며 삼성전자의 메모리 경쟁력 회복에 힘을 보탰다. AI 수요 확대와 메모리 업황 호조가 맞물린 가운데, 글로벌 네트워크를 사업 기회로 연결하는 이재용 회장의 행보가 삼성의 실적 성장세를 뒷받침할 핵심 변수다.

이러한 행보의 전환점은 지난해 7월 17일이었다. 대법원의 무죄 확정으로 약 5년간 이어진 재판을 마무리한 이 회장은 약 열흘 만에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한미 관세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든 시점에서 첫 해외 행보로 대미 통상협력 지원에 나서며 '물밑 네트워크'를 가동한 것이다. 당시 삼성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대응 지연과 메모리 선두 위상 약화로 기술 경쟁력 회복이 시급했다. 이 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과 만나 핵심 고객·협력사와의 관계를 다지는 데 힘을 쏟았다.

취임 4년을 맞은 이 회장은 이처럼 주요 사업 현안을 직접 챙기며 책임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그룹 지배구조의 큰 틀과 가족 전체의 보유 지분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이 회장 개인에게 지분이 모이는 흐름도 뚜렷해졌다. 글로벌 협력을 사업 성과로 연결하는 총수의 역할과 함께 개인 지분 확대, 보험업법 개정 논의 등 지배구조를 둘러싼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해 7월 무죄 확정 이후 통상 현안 대응과 빅테크 협력에 집중하며 글로벌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재판 대응 부담을 덜면서 주요 고객·협력사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특히 AI 반도체 시장에서는 고객의 차세대 제품 개발 일정에 맞춘 메모리 개발과 생산능력 확보가 중요해지면서 장기적인 협력 방향을 조율하는 총수의 네트워크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총수 간 교류는 실무 협의의 속도를 높이고 협력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젠슨 황 CEO,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가진 '깐부 회동'이 대표적이다. HBM 경쟁력 회복이 시급했던 시기에 핵심 고객사 수장과 직접 만나 협력 관계를 다졌고,고객사별 수요와 차세대 제품 개발 방향을 조율하며 협력 기반을 다졌고, 이는 HBM4 최초 출하 등의 성과를 뒷받침했다.

올해도 이 회장은 연초부터 중국과 인도·베트남, 이탈리아·프랑스 등에서 경제사절단과 비즈니스포럼에 참여했다. 고객사를 직접 찾는 행보도 이어졌다. 3월에는 최주선 삼성SDI 사장과 독일 자동차 고객사들을 만났고, 5월에는 대만 미디어텍 본사를 찾아 차이리싱 CEO 등과 반도체 협력을 논의했다. 메모리·파운드리부터 배터리·전장까지 관계사의 사업을 아우르는 행보다.

7월에는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와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 참석했다. 특히 AI 서밋에서는 젠슨 황 CEO와 샘 올트먼 CEO 등 글로벌 AI 산업의 핵심 인사들과 한자리에 모여 협력 기반을 넓혔다. 이후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구글 캠프에서도 글로벌 기업인들과 교류했다. 9월에는 뉴욕 코리아소사이어티 연례 갈라에서 밴 플리트상을 받은 황 CEO에게 축사를 전하며 협력 관계를 재확인했다.

아울러 한국을 찾은 해외 기업인·정치인들과의 만남도 이어졌다. 올해 3월에는 리사 수 AMD CEO와 승지원에서 만찬을 함께했다. AI 반도체 기업과 메모리 공급사 간 협력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최고경영진 차원에서 관계를 다지는 자리였다. 국빈 방한한 프랑스 대통령 환영 오찬 및 방한 일본 참의원들과의 회동 등 정치·외교 분야에서도 접점을 확대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 회장이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과의 네트워크 강화는 삼성의 경쟁력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대규모 투자와 전략적 의사결정을 신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 활동의 확대와 함께 이 회장 개인에게 지분이 모이는 흐름도 나타났다. 올해 초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으로부터 삼성물산 주식 180만8577주를 전량 증여받으면서다. 삼성물산은 삼성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다. 공시 당시 기준으로 이 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19.93%에서 20.99%로 높아졌다.

아울러 최근에는 삼성전자 개인 지분도 늘렸다. 지난 12일 홍 여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766만7100주를 약 1조9207억원에 장외 매입하면서 지분율을 1.47%에서 1.58%로 높였다. 다음 달 12일에는 1115만8000주를 추가로 증여받을 예정이다. 증여가 완료되면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1.75%로 상승한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홍 관장 지분 증여, 상속세 완납 등으로 예전보다 이 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됐다고 볼 수 있다"며 "재원 조달을 위한 논란이 끝나 대내외적으로 지배력을 갖게 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개인 지분 확대가 그룹 전체의 지배력 강화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가족 간 지분 이전으로 일가 전체의 보유 총량과 계열사 간 출자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보험업법 개정 논의 등 제도적 변수는 남아 있다. 삼성생명·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는 만큼 제도 변화에 대응하며 안정적인 경영 기반을 유지하는 것도 과제다.
이지선 기자
김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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