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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의 우리들의 주거복지] 청약통장, 주거 사다리로서의 역할 재정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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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10. 1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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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한국주거복지포럼 상임대표
청약통장은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한 필수 금융상품이다. 요즘처럼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어 미분양이 지천일 때야 청약통장 없이 골라잡아 계약을 할 수 있지만, 주택경기가 호황으로 치닫고 입지와 가격이 양호한 아파트일수록 청약통장 가치는 급상승하기 마련이다. 올해도 청약 동향을 보면 선별 청약 현상이 뚜렷하다. 입지와 가격 경쟁력을 갖춘 확실한 단지의 경우 수천 대 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다. 예컨대 최근 공급된 서울 서초구 '아크로 서초'는 1순위 청약에서 30가구 모집에 무려 3만2973명이 신청해 1099 대 1의 경쟁률로 서울 민간분양 아파트 중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오티에르 반포'(710.2 대 1), 용산구 '이촌 르엘'(135.0 대 1)이 뒤를 이은 바 있다.

청약통장 제도가 도입은 지난 1977년 공급된 서울 여의도 목화아파트 분양에서 비롯되었다. 한 사람이 무려 주변 사람의 이름을 빌려 100건의 청약을 넣는 일이 발생, 여론의 질타가 빗발치자 정부는 그해 8월 무주택자에게 국민주택을 우선 공급하는 데 이어 이듬해 이를 민간 아파트에 적용하는 주택공급규칙을 제정, 시행에 들어갔다. 물론 청약통장만 있다 해서 우선하여 분양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무주택자로 통장 가입 연수가 오래될수록, 금액이 많을수록 우선순위가 주어지도록 청약제도를 만들었다. 따라서 사회 초년생이 월급을 타면 누구나 첫 번째로 청약통장을 가입하는 게 관례였고 이를 통해 임대주택을 우선 분양받아 거주하다가 자금이 모이면 분양주택으로 옮겨가는 주거 사다리가 구축된 것이다.

또 공공 임대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서는 청약저축이라는 통장에 가입, 회차 수에 따라 우선 순위 자격을 받았으며 여유가 있으면 청약예금으로 갈아타서 민영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공과 민간, 취약계층과 여유 계층 등이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재차 부양가족 수가 포함된 가점제를 적용, 청약 종합 예금 형태로 진화해 하나의 통장으로 공공과 민간 모두를 분양받을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지난 1989년부터 시작된 수도권 1기 신도시의 경우 수년 동안 청약통장에 관한 관심과 상담이 얼마나 많았던지 본인이 진행한 KBS 프로그램 '경제가 보인다'는 물론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코너는 방송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온통 이에 대한 상담 일색이었다. 한때 전체 국민의 절반이 넘는 2800만명이 가입자였으니 관심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간다.

사실 이 같은 청약제도는 고도성장기 한국경제에 에너지를 공급한 숨은 동력이자 무주택자에게 합리적으로 줄을 세워 주거난을 해소해 온 세계 유례가 드문 성공작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정이 취약했던 시절에 국민의 쌈짓돈을 모아 기금화하고 이를 재차 주택건설 자금으로 활용함으로써 주택공급의 선순환 구도를 만들어낸 일등공신이다. 게다가 자금력이 빈약한 무주택자에게 시세차익을 안겨줌으로써 부의 평준화에도 일정 부분 기여해 왔으며 현재까지도 주거 사다리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부동산 관련 정책 수출 사례가 없지 않지만, 이 제도 역시 동남아나 몽골, 카자흐스탄 등 개발도상국들의 수출 외에도 여타 국가에서 관심이 지대한 것만 봐도 평가할 만한 역작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운용 과정에서 탈법과 편법도 생겨나 이를 방지하고 틈새를 제어하기 위해 주택공급규칙은 수십 번 넘게 개정되었고 이로 인해 경과규정이 너덜거리는 법이 되고 말았다. 국토교통부의 질의회신도 주택국의 공급규칙이 단연 1위였으며 투기를 막고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주택 시장의 흐름인지, 아니면 정책과 세태의 변함인지, 안타깝게도 청약통장이 열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의 올해 들어 해약 건수가 무려 75만좌에 달해 신규 가입보다 무려 8만 계좌가 많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자산시장으로서의 의미가 상실돼 가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특히 주식시장의 한탕주의가 판을 치지만 주택 시장은 서울을 제외하고 나머지 지역에서 장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주택이 고가상품화됨으로써 주거 사다리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푼돈을 아껴 장기 불입하면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희망이 사라지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에 청년층이 아예 내 집 마련이라는 주거의 행복을 포기해 버린 것일 수 있다. 젊은 층의 주거 사다리 회복을 외치는 요즘이야말로 이 통장의 가치를 더욱 고양하면서 활용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자칫 주택기금의 선순환까지도 영향을 미칠 소지가 클 수도 있다. 자격 순위를 비롯해 공급 주택의 유형과 규모, 자금 대출, 서비스 지원 등 정책과의 연계성을 높이면서 젊은이들의 인내를 충분히 보상하는 믿음의 청약통장이 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장용동 (한국주거복지포럼 상임대표)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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