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1.0은 수출 성공…2.0은 국가전략의 완성...중소·중견기업 무너지면 K-방산 경쟁력도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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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무기를 잘 만들어 파는 'K-방산 1.0'을 넘어 기술주권과 전략자원, 글로벌 공급망과 동맹 네트워크를 결합하는 'K-방산 2.0'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것이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 이사장(예) 육군 준장)은 13일 인터뷰를 통해 "방위산업은 더 이상 개별 기업의 수익사업이 아니라 국가의 생존과 영향력을 좌우하는 전략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채 이사장은 안보 중심 방산협력, 전략자원과 산업을 결합한 복합거래, AI·소프트웨어 기술주권, 국가책임형 방산 생태계, 성과지표 혁신 등 5대 전략을 제시했다.
채우석 이사장(채 이사장)의 제언을 토대로 K-방산의 구조적 한계와 향후 국가전략을 문답 형식으로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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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기자 : K-방산이 세계 시장에서 전례 없는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사장께서는 지금이야말로 방산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K-방산 1.0'과 'K-방산 2.0'의 본질적인 차이는 무엇입니까.
채 이사장 : K-방산 1.0은 성능과 가격, 납기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대한민국 무기체계의 우수성을 입증한 단계입니다. 전차·자주포·전투기·함정·유도무기 분야에서 이룬 성과는 분명히 높이 평가해야 합니다.
그러나 세계 방산시장은 이미 기술패권과 공급망, 자원안보, AI·소프트웨어 주권을 둘러싼 국가 간 전략경쟁의 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제 방위산업을 단순한 수출산업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K-방산 2.0은 무기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이 무엇을 얻고, 국가안보와 산업기반을 얼마나 강화했는지를 평가하는 전략입니다. 무기를 파는 나라에서 안보질서와 산업생태계를 설계하는 나라로 발전하자는 것입니다.
◇ "적대국엔 기술 차단, 동맹국엔 공동개발·생산"
구 기자: 첫 번째 전략으로 '안보 중심의 방산협력'을 제시하셨습니다. 수출시장을 확대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거래 상대국을 제한하는 정책이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국가안보와 수출이익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합니까.
채 이사장: 방산 수출은 일반 상품 수출과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우리가 이전한 기술과 무기체계가 장차 대한민국이나 동맹국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적대국이나 안보위협이 확인된 국가에는 핵심 군사기술과 전략물자 이전을 원칙적으로 차단하고, 제3국을 통한 우회수출도 엄격하게 통제해야 합니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동맹·우방국과는 단순한 완제품 거래를 넘어 공동개발, 공동생산, 공급망 통합, 유지·보수·정비(MRO)를 아우르는 전략적 방산동맹을 구축해야 합니다.
당장의 수출계약 한 건보다 장기적인 국가안보와 동맹의 신뢰가 중요합니다. 방산 수출정책의 최상위 기준은 국가안보가 돼야 합니다.
◇ "희토류·리튬·니켈 확보… 방산 수출을 자원안보와 연결해야"
구 기자: 두 번째 전략은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무기 수출을 희토류와 리튬, 니켈, 텅스텐 등 전략자원 확보와 연계하는 이른바 '방산·자원·산업 연환계(連環計)'를 제안하셨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구상입니까.
채 이사장: 첨단 방위산업의 경쟁력은 무기 완제품의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핵심 소재와 부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가 장기적인 생산능력과 전투 지속능력을 좌우합니다.
희토류·리튬·니켈·텅스텐 같은 전략자원은 미래 방위산업의 생명선입니다. 따라서 자원부국에 무기를 수출할 때 단순히 대금을 받는 방식에서 벗어나 절충교역, 구상무역, 광산 지분투자, 장기 공급계약 등을 종합적으로 결합해야 합니다.
예컨대 무기 수출을 계기로 전략자원 확보와 현지 산업협력을 함께 추진한다면 수출국과 수입국 모두 장기적인 경제·안보적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제가 강조하는 '방산·자원·산업 연환계'는 바로 이런 복합전략거래입니다. 무기수출로 자원을 확보하고, 산업협력으로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미래전 승패는 무기 숫자가 아닌 AI·데이터·지휘통제 능력"
구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드론과 전자전, AI 기반 정보처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전략으로 제시한 '소버린 디펜스(Sovereign Defense)'는 어떤 의미입니까.
채 이사장: 미래전의 승패는 전차와 항공기, 함정의 숫자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AI와 데이터, 센서융합, 지휘통제 능력이 전장의 우위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우수한 무기체계를 보유하더라도 핵심 알고리즘과 군사데이터, 지휘통제체계가 외부의 통제에 종속돼 있다면 진정한 기술주권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소버린 디펜스는 국가가 핵심 국방기술과 군사정보체계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물론 동맹국과의 상호운용성은 강화해야 합니다. 그러나 상호운용성을 확보하는 것과 핵심기술의 통제권을 타국에 의존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대한민국은 동맹과 협력하면서도 핵심 알고리즘과 데이터, 지휘통제체계의 주권을 스스로 확보해야 합니다. 이것이 AI 시대 국방기술 자립의 핵심입니다.
◇ "중소·중견기업 무너지면 K-방산 경쟁력도 무너진다"
구 기자: 네 번째 전략은 방위산업기반(DIB)의 국가책임 육성입니다. 현재 K-방산은 대기업 중심의 수출 성과가 두드러지는 반면 소재·부품·센서 분야 중소·중견기업의 지속가능성이 과제로 지적됩니다.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합니까.
채 이사장: 세계적인 무기체계는 소수의 대기업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소재와 부품, 반도체, 센서 등 핵심 분야의 수많은 중소·중견기업이 방산 경쟁력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문제는 안보상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나 생산시설이라도 시장 규모가 작거나 수익성이 낮으면 기업이 지속적으로 투자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부품 국산화, 전략비축, 연구개발, 전문인력 양성에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특히 단기 수익성이 낮더라도 국가안보상 필수적인 생산기반은 유지해야 합니다.
방위산업기반을 단순히 시장 논리에 맡겨서는 안 됩니다. 국가가 책임지고 육성해야 할 전략적 산업생태계로 인식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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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기자: 마지막으로 방산정책의 성과지표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셨습니다. 정부와 기업은 통상 수출계약 규모와 수주액을 중심으로 성과를 평가합니다. 앞으로는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까.
채 이사장: 수출액은 중요한 지표이지만 그것만으로 방위산업의 국가전략적 성과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핵심기술 자립도는 얼마나 높아졌는지, 전략자원은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했는지,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통제력은 강화됐는지, 국내 방산 생태계는 지속가능한지를 함께 평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외교·국방·산업·통상·과학기술·자원정책을 통합하는 범정부 중장기 방산전략이 필요합니다. 방산 수출의 성공을 계약금액만으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그 계약을 통해 국가의 전략적 자산이 얼마나 축적됐는지를 평가해야 합니다. 그래야 K-방산이 지속가능한 국가 성장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 "동북아 안보질서 형성에 주도적으로 기여해야"
구 기자 : 끝으로 K-방산 2.0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은 무엇입니까. 방산 수출 강국을 넘어 동북아 전략적 주도국으로 발전하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십니까.
채 이사장: 대한민국은 한반도 안보를 스스로 책임지는 수준을 넘어 동북아 안보질서 형성에 주도적으로 기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한 역량은 군사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기술주권과 산업역량, 자원안보, 동맹 네트워크가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제 질문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얼마나 많은 무기를 팔았는가가 아니라, 그 수출을 통해 대한민국은 무엇을 확보했고 얼마나 강해졌는가를 물어야 합니다. 무기를 잘 만드는 나라, 무기를 많이 수출하는 나라를 넘어 안보질서와 산업생태계를 설계하는 나라가 돼야 합니다.
그것이 제가 제안하는 K-방산 2.0의 핵심이자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