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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대로] 맨해튼, 강남 그리고 ‘평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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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10. 05.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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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욱 실장님(웹용)-최신
이경욱 논설심의실장
미국 시민인 지인의 단독주택은 뉴욕 맨해튼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 거리에 있다. 우거진 숲에 고급 쇼핑몰이 있어 번잡한 맨해튼을 떠나고 싶어 하는 부유층이 선호하는 지역이라고 한다. 학군이 양호하고 치안도 꽤 좋아서 부동산 가격 상승 전망도 밝은 곳이다. 넓은 뒷마당 등 마치 영화에 나오는 호화 주택 분위기를 갖춘 그 집의 부동산 사이트 호가는 242만 달러(33억원 상당)다. 남편은 월가에서, 부인은 금융기관에서 종사하고 있는 고연봉 가구다. 그런데 그들은 치솟는 맨해튼 집값에 대해 아무런 불만이나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맨해튼이니까."

맨해튼은 세상에서 초고가 주택, 주로 아파트가 가장 많고 또 밀집된 곳이다. 맨해튼이 섬이어서 토지 확장성이 없는 데다 세계 각지의 초갑부들이 앞다퉈 초고가 주택을 매입해 평범한 사람들은 기가 막힐 정도로 엄청난 금액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곳이다.

미 부동산 사이트에 따르면 전용면적 500여 평에 영화관과 대연회장까지 갖춘 맨해튼의 펜트하우스는 매매가격이 2억5000만 달러, 3300억원에 달한다. 우리로 치면 강남의 제법 규모가 큰 빌딩과 가격이 엇비슷하다.

맨해튼에 초고가 주택이 밀집된 이유는 바로 땅값 때문이다. 땅값이 비싸니 그리 크지 않고 오래된 아파트라지만 채당 수백억원씩 거래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맨해튼에서 시작해 부동산 재벌이 됐지 않은가. 맨해튼은 희소성 그 자체로 세계에서 우뚝 서 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인들이 맨해튼 초고가 주택에 질시의 눈길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정부나 언론 역시 맨해튼 주택값이 세계 최고라는 사실에 대해 별반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들만의 리그'라고 받아들인다. 정부로서는 세금을 많이 징수하면 될 일이라는 식이다. 다들 유산 상속이나 분쟁 등 현안이 생겼을 때 초고가 주택의 거래 내용 보도를 통해 알게 될 뿐이다. 왜냐하면 그들만의 리그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맨해튼에 비교되는 지역은 서울 강남이라고 할 수 있다. 강남에도 수백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주택이 있다. 강남구의 경우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은 30억원 안팎이다. 서울 평균 거래금액(16억원 선)의 2배에 가깝다. 한국 기준으로 높다고 하지만, 뉴욕이나 영국 런던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편이다. 런던의 10배에 비할 때 특히 그렇다. 강남 지역은 대기업, 세계 유수의 병원 등 사회간접자본(SOC)이 집중돼 있어 자연스레 땅값이 오르고 그래서 우리 기준의 초고가 주택이 형성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고위공직자가 "모든 국민이 강남 가서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발언했다가 강남을 '부자들만의 동네'로 남겨야 하느냐고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맨해튼의 초고가 주택은 평범한 미국민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초고가 아파트값이 오른다고 정부가 규제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냥 시장 자율에 맡기면 되기 때문이다. 강남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정부 들어 아파트 매매가가 90주 가까이 연속 상승했다. 지역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현 정부의 부동산 가격 상승 억제 대책은 결론적으로 말해 크게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누더기 상태가 된 양도소득세와 과세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종합부동산세 등을 수정해 시장의 혼란을 야기했다.

정부가 서둘러 수정 전 수준으로 되돌리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아파트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집을 사려는 수요층이 서울 외곽으로 몰린 탓에 저가 아파트는 가격만으로 볼 때 이제 중위 아파트로 신분 상승을 했다. 오히려 강남 3구 아파트 가격은 하락 또는 둔화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젊은 층의 주택 마련 기회는 점점 희박해 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외곽 지역 아파트값 상승을 두고 '일종의 평탄화 작업'이라고 일컬었다. 물론 평탄화의 기준은 강남일 테다. 강남이나 외곽 지역 부동산 가격이 엇비슷해지는 것은 분명 평탄화다. 그렇게 되면 강남·북의 구별이 없어지게 될 것이고, 비(非)평탄화는 해소될 수 있다.

그렇지만 완전한 평탄화를 기대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본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포함해 귀중하고 모두가 사고 싶은 재화는 가격이 치솟기 마련이다. 상대적으로 선호되는 지역이 있을 것이고, 그 지역의 부동산을 구매하려는 계층은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꼭 강남이 아니어도 좋다. 한국에 가면 어느 지역의 부동산값이 맨해튼이나 런던 등 세계 유수 도시와 견줄 때 전혀 손색이 없음을 보여줄 때가 됐다. 수출 1조 달러 달성 및 수출 5대 강국, 반도체와 한류 등 최고 수준의 선진국을 향해 열심히 매진하고 있는 우리 아닌가.

이런 대한민국 특정 지역 부동산값이 세계인의 관심을 불러 모으고 세계 갑부들이 그곳의 초고가 주택을 사들이는 그런 때를 우리는 과연 기대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평탄화를 통한 하향 안정을 원하고 있는 것인가.

이경욱 (논설심의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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