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조선·K9 넘어 탄약 美생산… ‘아메리칸 한화’ 속도내는 김동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3.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923010008581

글자크기

닫기

한대의 기자

승인 : 2026. 09. 22. 18:00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7년간 22억달러 들여 현지 공급망 구축
방산벨트 키워 글로벌기업과 직접 경쟁
국내선 김승연 회장, 국방AI 역량 강화
김 수석부회장과 구미 찾아 직접 점검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이 회의에서 보이는 모습은 날카롭다. 질문은 짧고 매섭다. 자료를 한 장씩 넘기면서도 숫자 하나, 사업 현황의 작은 변화 하나를 놓치지 않는다. 핵심 대목에서는 시선을 고정한 채 설명을 듣고, 필요한 순간에는 다시 질문을 던진다. 숫자와 근거를 확인하며 의사결정의 빈틈을 줄이는 스타일이다.

그런 김 수석부회장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미국'이다. 제품을 수출해 시장을 넓히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현지에 공장과 공급망을 깔고 미국 방산 생태계 안으로 직접 들어가려 한다. 한화 방산사업의 성장축을 '수출'에서 '현지화'로 옮기는 승부수다.

화약을 모태로 성장한 한화의 방산사업은 김승연 회장의 지휘 아래 대형 인수합병을 거치며 지상·항공·해양을 아우르는 종합 방산기업으로 외연을 넓혔다. 이제 김동관 수석부회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그렇게 일군 사업 기반을 글로벌 핵심 시장 안에 심는 일이다. 부친이 방산 포트폴리오를 키웠다면, 아들은 생산기지와 공급망을 글로벌 시장으로 구축해 들어가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김 수석부회장의 미국 투자의 목표도 단순한 '공장 확보'에 머물지 않는다. 현지에서 생산하고, 현지에서 고용하며, 미국 조달시장에 참여해 수주와 매출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막대한 자본을 투입한 만큼 생산시설을 실제 사업으로 연결하고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한화의 미국 현지화는 조선에서 시작됐다. 한화오션의 미국 조선소를 거점으로 해양 방산의 생산 기반을 확보한 데 이어 자주포 조립·시험시설과 탄약 생산기지까지 현지 생산 영역을 넓히고 있다. 조선에서 지상무기로, 다시 탄약으로 이어지는 생산망을 미국 안에 구축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만들고, 미국에서 고용하고, 미국의 조달시장에 참여한다. 김 수석부회장이 구상하는 '아메리칸 한화'의 핵심이다. 수출을 통해 미국 시장에 진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에서 생산하고 수주하며 사업을 키우는 구조로 전환하는 셈이다.

22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따르면 미국 법인 한화디펜스USA는 21일(현지시간) 아칸소주 파인블러프 아스널(PBA)에서 현지 사무소 개소식을 열었다. 한화는 이곳에 향후 7년간 22억달러(약 3조원)를 투자해 탄약 제조 캠퍼스를 조성하고 약 4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김승연 회장이 주도해온 방산사업 확장의 연장선에 있다. 김동관 수석부회장은 해외 생산거점과 현지 조달시장으로 확장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디펜스USA는 지난 4월 앨라배마주 오펠리카에 K9 계열 자주포의 조립·통합 및 시험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3년간 임대계약을 체결하고 2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달에는 미국 육군의 기동전술화포(MTC) 사업에서 차륜형 K9 자주포(K9MH) 시제품 공급계약도 확보했다.

이번 아칸소 투자는 현지 생산 전략을 탄약 공급망까지 확대한 데 의미가 있다. 한화디펜스USA는 지난 1월 미국 육군의 파인블러프 아스널 부지 임대사업자로 예비 선정됐다. 당시 발표한 투자 규모는 약 13억달러였지만 이번에 22억달러로 9억달러 늘었다. 초기 계획보다 약 69% 증액됐으며 현지 고용계획도 약 200명에서 400명 수준으로 확대됐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김동관 수석부회장과 함께 22일 한화시스템 구미사업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제공=한화그룹
한화는 미군에 완성된 무기체계를 납품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생산과 공급망 구축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필리조선소와 앨라배마 자주포 거점에 아칸소 탄약 생산기지가 더해지면서 미국 내 조선·지상무기·탄약을 아우르는 생산 기반이 단계적으로 구축되는 셈이다.

해외 사업 확대와 맞물려 김승연 회장은 국내 방산 기술 기반을 직접 점검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날 김동관 수석부회장과 함께 경북 구미 한화시스템 사업장을 방문해 천궁-II 다기능레이다(MFR) 조립·시험 현장과 인공지능(AI) 기반 통합방공체계, KF-21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다의 시험·검증 역량을 살펴봤다. 함정전투체계와 연계되는 콕핏형 통합함교체계도 점검했다.

해외에서는 김동관 수석부회장을 중심으로 현지 생산·조달 기반을 확장하고, 국내에서는 김승연 회장이 국방 AI와 체계통합 역량을 점검하는 모습이다. 김승연 회장이 방산 포트폴리오의 외연을 넓혀왔다면, 김동관 수석부회장은 이를 글로벌 핵심 시장의 생산·조달 기반으로 연결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결국 '아메리칸 한화'의 성패는 투자 규모 자체보다 현지 사업화 능력에 달려 있다. 미국에 생산시설을 확보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넘어 현지 수주와 생산, 공급망 참여를 얼마나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으로 연결하느냐가 관건이다. 김 수석부회장이 추진하는 미국 전략은 한화의 글로벌 방산 경쟁력을 끌어올릴 성장축인 동시에, 대규모 투자에 대한 회수 능력과 현지 사업 역량을 검증받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대의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