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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엽의 법과 경제] 주택정책, 실거주 프레임 벗어나 생애주기 전체 바라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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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8. 1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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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문재인 정부 시절 장관을 지냈던 한 여당 의원이 폐버스를 개조해 청년 주거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폐기되는 버스를 저렴하게 개조해 대학가 등에 배치하면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청년 주거난을 폐버스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주택을 단순히 잠을 자고 머무는 물리적 공간으로 볼 뿐, 사람들이 왜 특정한 주택을 선택하고 언제 다른 주택으로 옮겨 가는지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소비하는 것은 '집 한 채'가 아니라 주거 서비스다. 여기에는 주택의 면적뿐 아니라 입지, 통근 시간, 교육환경, 임대·자가 여부, 향후 이동 가능성까지 포함된다. 이러한 수요는 생애주기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 사회 초년생에게는 직주근접과 낮은 임대료가 중요하지만, 결혼과 출산 이후에는 주택 면적과 교육 환경의 가치가 커진다. 은퇴하면 다시 작은 집이나 의료시설과 가까운 곳을 선호하게 된다. 따라서 주택정책의 핵심은 정부가 특정한 주거 형태를 정해주는 데 있지 않다. 거래비용과 유인을 적절히 설계해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춰 주거를 쉽게 바꿀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있어야 한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생애단계별 맞춤형 주거지원'을 내세워 청년주택, 신혼희망타운, 고령자 임대주택 등을 확대했다. 이는 정책 대상을 세분화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청년에게는 청년주택, 신혼부부에게는 신혼주택, 고령자에게는 고령자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은 사람의 생애를 몇 개의 행정 범주로 구분한 것에 가까울 뿐 이를 진정한 생애주기 주택정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주택 수요자가 취업하고 결혼하며 아이를 낳고 직장을 옮기는 과정에서 어떻게 다음 주택으로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는가이다.

예컨대 신혼부부에게 소형 주택의 조기 구입을 지원한다고 하자. 당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편익이 생긴다. 하지만 몇 년 후 자녀가 태어나 더 큰 집으로 이동할 때 취득세, 양도세, 중개비용, 금융비용 등이 크다면, 최초의 주택은 오히려 주거 이동을 가로막는 족쇄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어떤 선택을 변경하는 데 드는 비용이 커서 기존 선택을 계속 유지하게 되는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고착효과(lock-in effect)'라 부른다. 이 효과 때문에 주택정책의 성과를 자가 보유율이나 최초 구입 연령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정책이 생애주기에 따른 주택거래비용을 얼마나 낮추는지, 효율적인 거래를 촉진하는지를 함께 보아야 한다.

최근 발표된 이재명 정부의 세제개편에서 드러난 주택정책 역시 같은 기준에서 볼 필요가 있다. 개편안은 '소득세법'과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그 배경에는 '실거주 중심'의 사고가 깔려 있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제상 혜택을 축소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보유기간보다 거주기간 중심으로 재편한다면, 세제를 통해 주택의 소유와 이용을 결합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그러나 소유와 이용은 반드시 일치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주택을 소유하는 것과 그 주택에 직접 거주하는 것은 서로 다른 경제적 선택이다.

자동차를 한 대 가지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그 자동차로 매일 출퇴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하철로 출퇴근한다고 해서 그 자동차를 '실수요가 아닌 투기적 보유'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소유와 이용을 분리하는 것이 개인의 상황에 따라 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도 마찬가지다. 30대 부부가 작은 집을 소유하면서 자녀교육이나 직장 때문에 더 큰 집을 임차해 살 수 있다. 지방에 집을 가진 사람이 서울로 발령을 받아 몇 년간 전세로 살 수도 있다. 은퇴 후 지방에 내려갈 계획을 가진 사람이 현재의 집을 보유하면서 직장 근처에서 임차생활을 하는 것도 충분히 합리적이다. 소유와 거주의 분리는 시장 참여자들이 각자의 사정에 따라 선택하는 경제적 조정의 결과이므로 정부가 이를 일률적으로 묶거나 떼어 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실거주 중심의 세제가 생애주기에 따른 주택의 손바뀜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효율적인 주택시장은 이동성이 높은 청년에게는 임대주택이, 자녀가 성장한 가구에는 더 넓은 주택이, 은퇴한 가구에는 작은 주택이 자연스럽게 배분되는 시장이다. 그런데 소유와 거주를 결합하고 주택을 사고파는 데 비용을 부과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주거수요가 변해도 기존 주택에 머무르려 한다. 제도가 주택의 효율적인 재배분을 돕기는커녕 또 다른 주거 고착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임대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지 않는 주택이라고 해서 그 주택이 사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그 집을 임차해 거주한다. 비거주 보유에 불이익을 주어 집주인이 주택을 매각하고 자가수요자가 이를 구입하면 자가주택은 하나 늘지만 임대주택은 하나 줄어든다. 하지만 사회 전체 주택재고는 그대로다. 특히 청년과 같이 이동성이 높고 당장 주택을 구입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인 계층에게는 임대주택의 감소가 오히려 후생을 낮출 수 있다.

좋은 주택정책은 청년에게 작은 집을 사게 하거나 신혼부부에게 빨리 집을 사도록 하는 정책이 아니다. 집을 소유했다는 이유로 반드시 그곳에서 살도록 만드는 정책은 더더욱 아니다. 생애 초기에는 필요한 임대주택을 쉽게 이용하고, 가족이 커지면 더 넓은 집으로 이동하며, 은퇴 이후에는 작은 집으로 옮길 수 있도록 거래비용과 제도적 장벽을 낮추는 정책이다. 정부의 역할은 국민에게 주거의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주택이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손바뀜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데 있다.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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