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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축산 현장의 안전, 다시 살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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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8. 1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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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갑원 축산환경관리원 감사실장(경제학 박사)
올여름도 축산 현장은 쉽지 않다. 한낮이면 축사 안의 온도가 빠르게 오르고 환풍기와 냉방시설은 쉼 없이 돌아간다.

며칠 뒤 많은 비라도 내리면 농장 진입로에 물이 차고 축사 주변은 금세 미끄러워진다. 가축 상태와 시설 피해부터 살피다 보면 그 일을 하는 사람의 안전은 뒤로 밀리기 쉽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폭염으로 약 201만 마리, 극한 호우로 약 191만 마리의 가축이 폐사했다.

정부가 여름철 축산재해 대응을 강화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농장 안에서 위험을 마주하는 사람은 농장주와 종사자뿐만이 아니다. 수의사와 방역인력, 컨설턴트, 공무원, 운송기사, 기자재업체와 공사업체 직원들도 농장을 수시로 드나든다.

현장을 다니다 보면 농장주에게는 너무 익숙한 곳이 처음 방문한 사람에게는 뜻밖의 위험이 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어느 바닥이 미끄러운지, 분뇨저장조와 기계설비가 어디에 있는지, 어느 통로를 피해야 하는지 모른 채 농장 안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농장주도 매일 보던 시설이라는 이유로 위험을 대수롭지 않게 넘길 때가 있다. 사고는 낯선 곳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늘 다니던 곳에서, 늘 하던 일을 하다가도 발생한다.

비가 그친 뒤 축사 지붕 일부가 파손됐다고 해보자. 피해를 빨리 확인하고 싶은 마음부터 드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젖은 지붕과 오래된 채광창에서는 작은 실수 하나가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동안 축사 지붕 추락사고로 28명이 목숨을 잃었다.

우사 지붕은 높이가 5m를 넘는 곳도 적지 않고 일부 채광창은 사람의 체중을 견디지 못한다. 매일 오가던 축사라고 해서 지붕까지 익숙한 공간인 것은 아니다.

전기시설도 여름에는 더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환풍기와 냉방시설 가동시간이 길어지고 장마철 습기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이 국가화재정보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4년 전국 축사 화재 365건 가운데 59%가 전기적 요인, 18%가 부주의로 발생했다. 분전반과 차단기, 배선, 콘센트에 평소와 다른 흔적은 없는지 확인하고 침수됐던 곳은 전기를 다시 넣기 전에 누전 여부부터 살펴야 한다.

비가 그친 뒤에도 위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막힌 배수로를 살피다 미끄러지고, 파손된 시설을 확인하다 추락할 수 있다.

분뇨저장조나 피트 주변에는 황화수소와 산소결핍 위험도 있다. 냄새나 눈으로 위험 정도를 판단하기 어려운 곳이다. 오랫동안 아무 사고가 없었다는 사실이 오늘도 안전하다는 보증이 될 수는 없다.

현장에서 필요한 안전조치는 의외로 거창하지 않다. 외부 사람이 농장에 들어오기 전 출입하면 안 되는 곳과 저장조·기계설비 위치를 알려주고, 미끄럽거나 파손된 곳이 있다면 미리 한마디 해주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필요한 보호구와 비상연락처도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폭우나 폭염이 심한 날에는 작업을 미루고, 지붕이나 밀폐공간에는 혼자 들어가지 않는 원칙도 지켜야 한다. 현장에서는 일이 급할수록 이런 기본부터 놓치기 쉽다.

그동안 축산환경을 이야기할 때 악취와 가축분뇨, 시설관리 문제를 주로 떠올렸다.

이제 사람의 안전도 그 안에 놓고 볼 필요가 있다. 농장이 깨끗하고 시설이 잘 관리돼 있어도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다치고, 농장을 찾은 사람이 위험에 노출된다면 좋은 축산환경이라 말하기 어렵다.

폭염과 폭우를 없앨 수는 없다. 다만 위험한 날 일을 미루고, 지붕에 오르기 전에 한 번 더 살피고, 처음 농장을 찾은 사람에게 위험한 곳을 알려주는 일은 할 수 있다. 축산 현장을 오래 지키는 출발점은 결국 사람이다. 그곳에서 일한 사람이 하루 일을 마치고 무사히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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