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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의대 없는 전남’ 프레임을 깨야 통합의료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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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웅 기자

승인 : 2026. 08. 0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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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웅 기자
"전남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광역지자체다."

오랫동안 전남의 숙원사업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았던 말이다. 섬이 많고 응급·필수의료 기반이 열악한 전남의 현실을 감안하면 국립의대 설립 요구는 당연한 시대적 과제였다. 지역민에게 의대는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마지막 안전망이었다.

그러나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출범한 지금도 과거와 같은 논리를 반복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행정은 이미 하나가 됐다. 이제 통합의 과제는 행정구역을 하나로 묶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의료와 교육, 산업을 하나의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그렇다면 의료정책 역시 통합 이전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논의는 "목포냐, 순천이냐", "동부권이냐, 서부권이냐"를 둘러싼 지역 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그 경쟁이 길어질수록 정작 의료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동부권과 서부권은 저마다 의대 유치의 당위성을 내세웠고 정치권 역시 지역 여론을 의식한 채 갈등을 조정하지 못했다. 그 결과 지금 이 순간까지 확정된 의과대학도, 확정된 대학병원도, 완성된 광역 의료체계도 없다. 시간이 흐른 것은 분명한데 의료 현실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의료를 살리기 위한 논쟁이 오히려 의료정책을 가장 오래 멈춰 세운 셈이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어디에 의대를 하나 더 세울 것인가가 아니라, 통합특별시가 이미 보유한 의료 역량을 어떻게 전남 전역으로 확장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미 통합특별시에는 전국 최고 수준의 전남대학교 의과대학과 전남대병원, 화순전남대병원이 있다. 새로운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을 또 만드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기존 의료자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연결하고 확장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과제가 됐다.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은 건물만 올리면 끝나는 사업이 아니다. 막대한 건립비는 물론 교수 확보와 의료진 인건비, 연구비, 첨단 의료장비 유지비 등 운영비가 수십 년 동안 계속 투입된다. 인구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는 현실에서 동일한 기능의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을 여러 곳에 만드는 것이 과연 지속 가능한 선택인지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이미 검증된 전남대학교 의대 시스템을 중심으로 하나의 광역 의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광주와 화순은 중증·희귀질환 치료와 첨단 연구를 담당하는 의료 허브로 고도화하고, 목포와 순천은 전남대 의대 교육과 대학병원 진료 기능을 단계적으로 확장한 권역별 거점으로 육성하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진료는 권역에서 해결하고, 고난도 중증환자는 광주와 화순으로 연계하는 하나의 의료체계를 구축한다면 지역 주민들은 지금보다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권역별 경쟁이 아니라 권역별 역할 분담으로 접근해야 한다. 광주는 메디컬·바이오와 인공지능(AI), 첨단 연구를 중심으로, 목포는 해양·해상풍력과 친환경 선박, 대중국 물류·통상을 중심으로, 순천은 우주항공과 이차전지, 스마트팜 등 미래산업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통합의 목적은 같은 기능을 지역마다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의 강점을 하나의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행정통합의 본질은 시설을 늘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가진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연결해 더 큰 경쟁력을 만드는 데 있다.

통합특별시가 출범했는데도 여전히 동부권과 서부권이 무엇을 가져갈지를 놓고 경쟁한다면 바뀌는 것은 행정구역뿐이고 통합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누가 가져가느냐"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 "무엇을 함께 키울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

행정은 이미 하나가 됐다. 이제 의료와 교육도 하나가 돼야 한다.

지역의 경계를 지키는 정치보다 지역 전체의 경쟁력을 키우는 정책이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선택해야 할 다음 과제다.
정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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