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 없는 시위'…의제 관리·메시지 유지 못해
SNS 통한 빠른 정보 확산…검증 속도는 이에 못미처
필터 버블' 통해 에코 체임버 속에 갇혀…음모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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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에게 민주주의는 결과보다 '과정'
시위가 시작된 계기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였다.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행정상 문제가 알려지자 일부 2030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현장에 모였다. 당시 가장 많이 등장한 구호는 참정권 보장'과 '재선거'였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정치적 구호보다 선거 절차를 다시 검증해야 한다는 요구가 앞섰다.
시위 참가자 김지현씨(22)는 "누가 당선됐느냐보다 선거가 제대로 관리됐는지가 중요하다"며 "절차가 신뢰를 잃으면 결과도 신뢰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참가자 박모씨는 "재선거 요구는 결과를 바꾸자는 의미보다 국가가 선거 과정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는 요구"라고 했다.
이는 2030세대가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방식을 보여준다. 민주화를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이들은 민주주의를 역사적 성취보다 현재 작동하는 제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성장 과정에서 반복해서 마주한 것도 입시 부정, 채용 비리, 병역 특혜, 부동산 불평등 등 공정성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었다. 산업화·민주화 세대가 겪은 권위주의 체제와는 결이 다르다. 자연스럽게 '누가' 보다 '어떻게'를 먼저 판단하는 경향이 형성된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후기산업사회에서는 집단보다 개인의 이익이 중요해지는 만큼, 절차적 공정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누구는 참정권을 행사했고 누구는 행사하지 못했다는 점 자체가 청년들에게는 불공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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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체 없는 광장'…새로운 참여 방식이 드러낸 구조적 한계
아예 집회를 떠난 사람도 많다. 지난 17일 여당 의원들이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 시위에 참여했던 고혁준씨(27)는 "처음에는 선거 절차를 바로잡자는 취지에 공감해서 나왔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고씨는 "민주당 의원들이 현장에 왔을 때 대화를 시도하기보다 '빨갱이 꺼져라'는 말만 쏟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이곳이 더 이상 민주주의나 절차적 정당성을 이야기하는 공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날 이후로는 더 이상 나오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는 올림픽공원 시위가 지도부가 없는 이른바 '주체 없는 광장'이라는 점이 꼽힌다. 현장에는 공동 요구안을 발표하거나 집회의 공식 입장을 설명하는 창구도 존재하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유튜브 생중계 등을 통해 각자 현장을 찾았다. 그러나 '같은 공간'에 있을지라도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한 것은 아니었다.
이것이 기존 집회와 가장 크게 달랐던 지점이다. 기존 집회·시위는 요구안을 조율하고 외부 세력과 선을 긋는 조직이 존재했다. 새로운 주장이 등장하면 내부 논의를 거쳐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도 갖췄다. 반면 올림픽공원 시위는 참여 장벽은 낮았지만 의사결정 구조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사회운동 연구에서는 이 같은 형태를 '리더리스(Leaderless) 운동' 또는 '네트워크형 운동'으로 설명한다. 참여 장벽은 낮고 초기 동원력은 높지만, 집회가 장기화할 경우 의제를 관리하고 메시지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온라인이 만든 광장…빠른 동원, 느린 검증
올림픽공원 시위는 온라인에서 시작해 확산되고, 다시 오프라인 현장으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대다수 참가자는 유튜브와 SNS,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집회 소식을 접했고, 현장에서 촬영한 영상과 사진은 다시 온라인으로 공유되며 또 다른 참여를 이끌어냈다.
문제는 정보 확산 속도를 검증이 따라잡지 못했다는 점이다.
현장에 투입된 경찰을 두고 일부 참가자들은 "공안 경찰이 집회에 투입됐다"고 주장하며 관련 영상을 공유했다. 경찰이 내부 확인을 거쳐 관할 직원일 뿐이라고 공개적으로 설명했지만 소용없었다. 관련 영상과 게시물은 온라인에서 계속 확산됐고, 현장에서는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참가자들도 적지 않았다.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이 일부 장면만 편집돼 온라인에서 재확산하는 사례도 반복됐다. 맥락이 생략된 영상은 새로운 의혹을 낳았다. 이를 접한 이용자들이 다시 현장을 찾거나 댓글과 게시물을 통해 의혹을 확대하는 구조가 이어졌다. 온라인에서 형성된 인식이 다시 오프라인 집회에 영향을 미치고, 현장에서 생산된 콘텐츠가 또다시 온라인으로 확산되는 순환이 반복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2030의 정보 소비 방식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한다. 2030은 정치 정보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온라인 커뮤니티 등 플랫폼을 통해 소비하는 비중이 높은 세대다. 하지만 플랫폼은 다양한 정보를 비교·검증하도록 설계된 공간이 아니라 이용자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유사한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알고리즘' 체제로 운영된다. '필터 버블'을 통해 '같은 무리(에코 체임버)' 속에 갇혀 확증 편향에 손쉽게 빠지는 것이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이 정치적으로 특정 방향으로 편향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이 가장 SNS를 많이 사용하는 세대이기 때문"이라며 "알고리즘은 이용자가 처음 관심을 보인 주제와 비슷한 메시지를 계속 노출하기 때문에 확증편향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2030은 기존 언론도 이미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 신문·방송을 믿지 않는다"며 "결국 다양한 정보를 교차 검증하기보다 자신이 가장 오래 이용하는 SNS 안에서 정보를 소비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비판적 정보 수용 능력이 약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