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제재·동결자산 조건 상충…초안별 경제보상 규모 엇갈려
이스라엘 반발·미 매파 비판…합의 이행까지 변수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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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핵 프로그램 처리 방식·제재 해제 범위·동결자산 규모를 둘러싸고 합의문 초안마다 내용이 상충하는 등 핵심 쟁점이 모두 60일 후속 협상으로 넘어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이란 협상에서 배제된 이스라엘이 합의 직전 베이루트를 공습하며 반발하고, 미국 내 이란 강경파도 핵 능력·탄도미사일 문제를 뒤로 미뤘다고 비판하는 등 이행 과정에서의 변수가 적지 않다고 복수 매체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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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과의 합의가 이제 완료됐다"며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 없는 개방과 미국 해군의 이란 해상 봉쇄의 즉각 해제를 승인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도 엑스(X·옛 트위터)에서 "양측이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군사작전 종료를 선언했다"고 발표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양해각서(MOU) 문안 확정을 확인했다.
합의문 전문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블룸버그가 입수한 페르시아어 최신 초안에는 14개 조항이 포함됐다.
보도된 초안에 따르면 △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즉각·영구적 전쟁 종료 및 상호 무력 사용·위협 금지 △ 미국의 해상봉쇄 서명 즉시 해제 개시 및 30일 이내 정상화 △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상선 통행 즉시 재개 및 기뢰 제거를 감안한 30일 내 전쟁 이전 수준 복구 △ 60일간 최종 합의를 위한 협상(양측 합의 시 연장 가능) △ 이란의 핵무기 불생산·불획득 재확인 및 농축우라늄 재고 처리 협의 △ 핵 현상 유지(이란은 핵 프로그램 현 상태 유지, 미국은 신규 제재 불부과·증병 금지) △ 미국의 이란 원유·석유화학 수출 및 금융·보험·운송 서비스에 대한 재무부 제재 면제 즉시 발급 △ 미국의 최종 합의 도달 후 30일 이내 페르시아만 병력 철수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구속력 있는 결의로 최종 합의 확인 등이 담겼다.
다만 가리바바디 차관은 미국의 전쟁 종료·봉쇄 해제·자산 해제 이행을 검증한 뒤에야 60일 본 협상에 들어간다며 서명과 이행 사이에 상당한 검증 과정이 남아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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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는 합의문이 최소 3개 버전 유통되고 있으며 핵심 쟁점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고 보도했다. 모든 버전이 호르무즈 재개방·제재 완화·핵 프로그램 후속 협상이라는 기본 구조를 공유하지만, 이란에 대한 경제적 보상 규모에서 결정적으로 갈린다.
블룸버그가 확인한 한 버전에는 미국과 '역내 파트너'가 최종 합의 도달 시 최소 3000억달러(454조4000억원) 규모의 이란 재건·경제개발 프로그램을 조성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반면 로이터통신은 이란 고위 관리를 인용해 초안에 미국이 250억달러( 37조8700억원) 규모의 해외 동결자산 해제에 동의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으나, 블룸버그 버전에는 이 조항이 없었다.
이란 반관영 메흐르통신은 동결자금의 절반 해제·석유 제재 유예·해상봉쇄 해제가 선행돼야 최종 협상에 착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내부에서도 합의 조건을 둘러싼 갈등이 표면화됐다. AP통신에 따르면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국민적 단합을 촉구하며 의회에서 협상가를 배신자로 부르는 행위를 '치욕'이라고 비판했다. 이란 북동부 마슈하드에서는 강경파 시위대가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을 겨냥해 '타협론자에게 죽음을(Death to the compromiser)'이라는 구호를 외쳤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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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미·이란 협상의 당사국이 아니었으며 지난 1년간 이란과 두차례 전쟁을 치르고도 잠재적 평화에서 배제된 형국이다. 이는 이스라엘 유력 일간 예디오트 아하로노트가 이번 합의를 '나쁜 합의(Bad Deal)'라고 규정한 것에서 나타난다.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전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스라엘 관점에서 재앙"이라고 했고, 중도 야당 대표 야이르 라피드는 성명을 통해 "사실이라면 이스라엘 외교·안보 정책의 가장 충격적인 실패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반면 현 정부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할 우려로 말을 아끼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12일 성명에서 "내가 총리인 한 이란은 핵무기를 갖지 못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이 문제에 완전히 합의한다"면서도 탄도미사일이나 친이란 무장 대리세력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은 합의 발표 직전 헤즈볼라를 겨냥해 베이루트 남부 교외를 공습했고, 이로 인해 3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다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오늘 아침 베이루트 공격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이스라엘의 자위권은 인정하지만, 이스라엘이 대응한 공격은 매우 사소하고 의미 없는 것이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비속어를 섞어 "합의 서명 1시간 전이었다. 비비(네타냐후 총리)가 왜 공격을 해야 했나. 정말 화가 났다. 판단력이 전혀 없다. 그에게 그렇게 말했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비비는 합의에 동의한다"며 "이란은 어떤 상황에서도 핵무기를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비비에게도 좋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 체제 변화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다. 지금이 세 번째 그룹인데 지금까지 중 가장 이성적인 그룹"이라고 말했다.
미국 폭스뉴스는 협상 관련 외교관을 인용해 이스라엘 공습이 합의를 방해하려는 시도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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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 협상에서 핵 프로그램이 가장 난해한 쟁점으로 꼽힌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마지막으로 검증한 이란의 농축우라늄 재고는 9000㎏ 이상이며, 이 중 440㎏이 60% 순도로 농축돼 무기급(90%) 전환까지 기술적 단계만 남은 상태다.
초안상 최소한의 약속은 IAEA 감독 하에 모든 우라늄을 현지에서 희석하는 것이지만, 미국은 농축우라늄의 국외 반출 또는 파기를 요구해 왔다.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무기급에 가까운 농축우라늄의 해외 반출 금지 지침을 내렸다고 로이터가 전한 바 있어 양측의 해석이 상충한다.
호르무즈 해협의 장기 통행 통제권도 쟁점이다. FT에 따르면 보도된 초안상 60일 협상 기간 이란은 통행료를 부과하지 않지만,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국영 매체 인터뷰에서 통행료는 부과하지 않겠지만 '서비스 수수료(service fees)'를 포함하는 법적 틀이 가능하다고 시사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스라엘이 레바논·시리아·가자 점령 지역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해 레바논 전선의 해법도 요원하다고 AP가 전했다.
이란 내 반발도 변수다. WSJ에 따르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 아흐마드 바히디는 이란 내부에서 합의 조건에 강경 노선을 관철시킨 핵심 인물이다. 바히디는 아라그치 장관과 페제시키안 대통령 등 온건파를 번번이 압도하며 레바논 전투를 이란 전쟁에 연동시키고, 동결자산의 군사 지출 전용까지 주장해 왔다고 WSJ가 아랍·이란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 능력과 탄도미사일 문제를 뒤로 미뤘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 내 강경파는 추가 타격을 요구하며 이번 합의가 이란에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고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국가안보보좌관 대행을 지낸 제이컵 나겔은 "무슨 일이 있어도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한 승리를 선언할 것"이라면서도 "향후 협상 의제를 나열하기는 쉽지만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역내 대리세력 지원은 공개된 합의 세부 사항에 의제로조차 등장하지 않았다"고 합의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갤런당 4.50달러(6816원)를 넘어선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정치적 압박으로 작용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쟁점 미해결 상태의 합의를 수용할 유인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시장은 합의를 즉각 반영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3.51달러(4.02%) 하락한 83.82달러(12만6962원),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3.93달러(4.63%) 내린 80.95달러(12만2615원)를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욕증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선물은 0.8%, 나스닥 100 선물은 0.8% 각각 상승했으며, 달러는 주요 10개국(G10) 통화 대비 약세를 보였다. 유럽 천연가스 선물도 한때 5.8% 급락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