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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공사’를 ‘장비 임차’로 둔갑시킨 지자체의 위험한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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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오성환 기자

승인 : 2026. 06. 1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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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환 전국부 기자
지방자치단체의 고질적인 '쪼개기 수의계약'이 이제는 단순한 특혜 시비를 넘어 시민의 안전과 예산 근간을 흔드는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 경남 밀양시가 매년 수십억 원을 들여 시행하는 하천 정비 및 풀베기 사업을 둘러싼 잡음은 행정 편의주의와 위법의 경계선에 선 지자체들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현행 지방계약법은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 금액 이상의 사업에 대해 반드시 공개 경쟁입찰을 거치도록 강제하고 있다. 문제는 정작 현장에서는 이런 법망을 비웃는 편법이 판을 치고 있다는 점이다. 하천 준설이나 제방 정비 같은 실질적인 '공사'를 발주하면서, 계약서상 목적물은 교묘하게 '장비 임차'나 '용역'으로 왜곡하는 식이다. 수의계약 한도를 넘기지 않으려 사업을 잘게 쪼개 특정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전형적인 '토착형 특혜' 구조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편법 행정이 가져올 치명적인 후폭풍이다. 건설산업기본법상 하천 정비 등은 전문 면허를 가진 건설사업자가 시공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장비 대여'로 둔갑시키는 순간, 면허가 없는 무등록 업자나 개인 차주가 실질적인 시공을 맡게 된다. 지자체가 앞장서서 불법 무면허 시공을 방조하고 건설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는 셈이다.

사후관리와 안전책임은 그야말로 '공백' 상태다. 정식 공사라면 법적 하자담보책임기간이 있어 부실시공 시 재시공 의무가 따르지만, 장비 임차는 장비와 조종원을 제공하는 것으로 계약이 끝난다. 비가 와서 제방이 쓸려 내려가도 지자체는 법적으로 보수를 요구할 길이 없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이 살아있는 지금, 안전관리 주체가 불분명한 임차계약 형식의 현장에서 기습 폭우나 중장비 전도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어디로 가겠는가. 결국 실질적으로 작업을 지시하고 감독한 지자체 공무원과 지자체장이 그 무거운 사법적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예산집행 역시 정부의 엄격한 원가산정 기준인 '표준품셈'을 무시한 채 '부풀리기 발주'로 이어져 시민의 혈세가 줄줄 새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최근 실제 사례에서도 드러났다. 밀양시와 수의계약 방식으로 장비 임대차 용역 계약을 체결한 일부 업체를 둘러싸고 장비 운영 및 비용 산정 과정의 적정성 문제가 제기돼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수사 과정에서 일부 사실관계가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적인 법적 판단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또 관련 의혹이 제기된 이후에도 해당 업체와의 계약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두고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밀양시는 법원의 확정 판결 이전까지는 관련 법령에 따라 계약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감사원과 상급 기관의 감사 때마다 '단골 적발 메뉴'로 등장하는 이 해묵은 편법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까다로운 입찰 절차를 피하겠다는 행정 편의주의와 지역 업체와의 유착 고리가 굳건하기 때문이다.

계약의 본질을 흐리는 꼼수 행정은 결국 부실시공과 예산 낭비, 시민의 안전 위협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뿐이다. '관행'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위법 행태를 뿌리 뽑지 않는 한, 지자체의 청렴도 향상과 안전사회 구현은 요원한 구호에 그칠 것이다.
오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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