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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유통발전법 재개정이 부를 유통시장 제3차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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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4. 2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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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남서울대학교 유통마케팅학과 교수
지난해 국내 유통업체 1위는 연 매출 49조원의 쿠팡이다. 쿠팡은 2014년 "세상에 없던 배송서비스를 만들자"라는 목표로 당일배송과 새벽배송을 전면에 내세운 로켓배송 서비스를 출시했다. 혁신적인 배송서비스로 고객들을 매료시키며 전 국민이 쿠팡에 의지하도록 만들었다. 국내 유통시장을 장악한 쿠팡은 이제 충성도 높은 1500만 와우회원을 앞세워 마지막 남은 신선식품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유통시장의 중심은 쿠팡으로 이동했고, 업계에서는 쿠팡의 견고한 성이 쉽게 무너지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지난해 11월 벌어졌다. 쿠팡의 3300만 명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다. 처음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여느 정보 유출 사건처럼 대표 사과와 개인별 보상으로 마무리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쿠팡의 소극적인 대응이 전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고, 관심은 쿠팡 견제와 대형마트 규제 완화 논의로까지 확산됐다. 사태는 결국 쿠팡이 바라지 않던 유통발전법 재개정 논의로 이어졌다. 필자는 올 하반기 유통발전법 재개정이 유통시장을 재편할 '제3차 유통대전'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본다.

유통시장은 크게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오프라인 유통에는 대형마트, 창고형 할인점, 백화점, 편의점 등이 있으며, 온라인 유통은 온라인 쇼핑몰, TV홈쇼핑, 라이브커머스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은 각 업태별 콘셉트를 내세우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유통시장에서 패권을 쥐기 위해 가장 중요한 분야는 단연 식품시장이다. 식품은 전 세계 시장에서 약 4.5% 비중으로 순수 B2C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 식품 시장 규모도 약 200조원에 달한다. 세계 유통산업의 역사를 보면 식품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유통시장 전체를 지배하는 성과로 이어진 사례를 여럿 확인할 수 있다.

1996년 유통시장 완전 개방 이후 국내외 유통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전통시장과 동네 슈퍼마켓 중심의 유통 구조는 소득 수준과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매력적인 신규 시장으로 평가됐다. 이후 경쟁 끝에 한국 소비자 정서를 잘 이해한 국내 유통 대기업, 즉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중심의 대형마트가 승리했다. 대형마트는 2000년대 초부터 점포를 빠르게 늘리며 2010년 전후 약 400개 점포로 확대됐고, 국내 유통시장은 사실상 '대형마트 중심 구조'로 재편됐다.

대형마트는 15년 넘게 시장을 주도했지만, 이후 도전장을 내민 것은 쿠팡이었다. 쿠팡은 아마존의 풀필먼트 시스템을 벤치마킹한 로켓배송을 앞세워 시장에 진입했고, 2015년 소프트뱅크로부터 약 3조30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성장 기반을 확보했다. 초기에는 적자 구조에 대한 우려로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지만, 쿠팡은 배송망 확대와 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소비자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네이버쇼핑까지 가세하며 이커머스는 빠르게 유통시장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2021년 쿠팡은 연 매출 22조원을 기록하며 이마트를 넘어섰고, 이커머스가 국내 유통업체 1위에 오르는 전환점이 됐다. 이후 온라인 유통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며 2023년에는 시장 비중 50%를 넘어서게 됐다. 유통시장 제2차 대전의 승기는 이커머스가 쥐게 된 것이다. 반면 대형마트는 식품 시장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방어선에 몰리게 됐다.

현재 유통시장의 주인공은 단연 이커머스이며, 그 중심에는 쿠팡이 있다. 대형마트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 등으로 위상이 크게 약화됐고, 오프라인 유통 내에서도 백화점과 편의점에 밀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통발전법 재개정은 대형마트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현행 유통발전법은 야간영업 제한과 월 2회 의무휴업을 규정하고 있어, 소비자 쇼핑 패턴 변화에 대응하는 데 제약으로 작용해왔다. 만약 규제가 완화된다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은 다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대형마트는 전국 약 300개 점포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고, 신선식품 소싱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다. 여기에 기존 택배 인프라와 배달 플랫폼을 결합해 빠른 배송과 즉시 배송을 동시에 구현한다면, 쿠팡과 네이버쇼핑을 위협할 수 있는 구조도 가능하다.

필자는 이번 기회가 이마트와 롯데쇼핑, GS리테일 등 주요 유통기업에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만약 이번 반격에 실패한다면 식품 시장마저 이커머스로 넘어가는 흐름을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올해 유통발전법 재개정을 신호탄으로 시작될 '제3차 유통대전'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 간의 정면 승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수년간 이어질 이 경쟁에서 누가 살아남을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최종 승자가 국내 유통시장의 패권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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