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마켓파워] 현대엘리 ‘쉰들러 족쇄’ 풀자…그룹 내 존재감 키우는 정지이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3.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419010005764

글자크기

닫기

김한슬 기자

승인 : 2026. 04. 21. 07:00

지분 2.24%…특수관계 포함땐 24%
무벡스 전량매도 현대엘리 사들인듯
기업가치 재평가속 영향력 확대 분석
clip20260420135626
마켓파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 현대무벡스 전무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단순 투자 목적을 넘어선 '핵심 계열사 선점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 전무는 1977년생으로 부친 정몽헌 회장이 세상을 떠난 이듬해 2004년 현대상선(현 HMM)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현대그룹 계열사를 오가며 여러 직책을 거쳤다.

그는 여느 그룹 총수 자녀들이 대부분 그룹 임원으로 경영일선에 배치돼 화려하게 경영수업을 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일각에선 정 전무의 지분 확대가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그룹 내 핵심 상장사라는 점에서 그룹 내 영향력 확대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정 전무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현대무벡스 지분은 전량 매도한 반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룹 내 자산 재배치 성격도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지이 전무는 지난 6일부터 17일까지 8거래일 연속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30만7000주를 장내매수했다. 앞서 지난달 말과 이달 초에도 여덟 차례에 걸쳐 약 43만주를 사들였다. 지난해 말 기준 0.4%였던 개인 지분율은 현재 2.24%(87만5306주)까지 확대됐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전체 지분율은 24.08%다.

이번 매수는 쉰들러 변수 해소 시점과 맞물린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쉰들러는 과거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약 35%까지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선 뒤, 회사가 현대상선 경영권 방어 과정에서 손실을 발생시켰다며 손해배상 소송 등을 이어왔다. 이후 경영진 책임이 일부 인정돼 배상 판결이 확정된 뒤 쉰들러는 지분을 단계적으로 처분해 사실상 주주 지위를 정리한 상태다.

하지만 지난달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에서 쉰들러 측이 한국 금융당국이 현대엘리베이터 경영 문제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다며 제기한 배상 요구가 기각되면서 우리 정부가 승소했다. 쉰들러가 이미 지분을 정리한 데 이어 마지막 상징적 분쟁까지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면서 현대엘리베이터가 오랜 경영권 잡음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다. 정 전무의 연속 매수 역시 변화를 선제적으로 반영한 행보로 읽힌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그룹의 사실상 핵심 상장사이자 그룹 중심축으로 꼽힌다. 과거 현대상선 분리 이후 그룹 외형이 축소된 상황에서 안정적 현금창출력과 브랜드 상징성을 동시에 갖춘 곳이 '현대엘리베이터'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5460억원으로, 전년(4520억원) 대비 1000억원 이상 상승했다. 반면 부채비율은 158%로, 2024년(166%) 대비 10%포인트(p) 이상 감소해 재무구조가 개선됐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국내 승강기 설치·유지보수 시장 상위 사업자로 안정적인 반복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다. 신규 설치 시장은 건설 경기 영향을 받지만 최근 회사 차원에서 강화하고 있는 유지보수와 교체 수요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하재준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설치 승강기가 증가함에 따라 유지보수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구조적으로 마진이 개선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정 전무가 현대그룹 차기 승계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만큼 이번 지분 확대를 단순 재무 투자 이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그룹 핵심 계열사 내 지분을 늘리며 존재감을 키우는 동시에 향후 역할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 현정은 회장의 아들인 정영선 씨 역시 현대투자파트너스 이사로 재직 중이나 정 전무가 단계적으로 경영 경험을 쌓아온 점, 공식석상에서 현 회장과 함께 대외 노출을 이어왔다는 점 등에서 그룹 내 존재감이 크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정 전무가 현대무벡스 지분을 전량 매도한 점도 눈길을 끈다. 정 전무는 이달 13~14일 현대무벡스 보통주 31만5000주를 매도해 지분율은 0%로 낮아졌다. 현대무벡스가 현대엘리베이터 자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회사 개인 지분을 현금화해 모회사 지분을 확대한 움직임이다. 핵심 계열사 중심으로 지분을 재편하며 장기적으로 그룹 내 입지를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지분 매입은 그룹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배력 강화 차원"이라면서도 "경영 승계를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한슬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