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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압박에 흔들리는 쿠바, 막후에서 다시 전면에 나선 카스트로 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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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3. 29. 15:47

라울 카스트로 손자·아들, 트럼프 행정부 협상 전면에
대조카 페레스올리바 부총리, '쿠바판 델시'로 부상…망명자 투자 허용 발표
"혁명 과두제에서 자본주의 과두제로 전환 가능성"
APTOPIX Cuba Daily Life
한 쿠바 소녀가 28일(현지시간) 아바나에서 한 생일 축하 행사에서 빈티지 자동차를 타고 있다./AP·연합
미국의 원유 봉쇄로 인한 경제 붕괴 위기와 악화되는 인도주의적 위기 속에서, 카스트로 가문의 구성원들이 다시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비밀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공개하면서, 협상을 이끄는 인물이 "혁명의 역사적 지도자"라고 밝혔다. 이 칭호는 2008년부터 2018년까지 형 피델 카스트로의 뒤를 이어 국가평의회 의장을 지낸 라울 카스트로(94)를 가리킨다.

Cuba The Two Castros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가운데)이 2025년 5월 1일(현지시간) 아바나의 혁명광장에서 라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오른쪽)·카스트로 전 의장의 손자 라울 기예르모 로드리게스 카스트로(오른쪽 두번째) 등과 함께 쿠바 국기를 들고 메이데이 행진을 지켜보고 있다./AP·연합
◇ 쿠바 경제 붕괴 위기 속 재부상한 카스트로 가문… 전면에 나선 자손들

NYT는 라울 카스트로가 공식 직책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쿠바 최고의 군사적 실력자로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피델 카스트로 정권에서 국방장관을 지내며 군 운영 대기업 복합체인 가에사(GAESA)를 창설해 쿠바 경제의 핵심 기반을 형성했다.

또한 카스트로 가문은 1959년 혁명 이후 쿠바의 정치와 경제를 사실상 주도해왔으며, 냉전 시기에는 소련과의 연계를 통해 국가 체제를 유지해왔다고 NYT는 설명했다.

소련 붕괴 이후에는 베네수엘라가 주요 원유 공급국 역할을 했으나, 지난 1월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이후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對)쿠바 원유 공급 중단을 명령하면서 쿠바 경제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고 NYT는 전했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쿠바 정권에 대해 "현재 책임자들은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으며 새로운 인물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NYT는 라울의 자녀와 손자들이 현재 쿠바에서 더 두드러진 역할을 맡고 있으며, 가문이 여전히 권력 핵심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Cuba The Two Castros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왼쪽)이 2025년 11월 24일(현지시간) 아바나에서 진행된 해외 잠재 구매자 대상 박람회의 개막식에서 라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의 조카손자인 오스카르 페레스-올리바 프라가 부총리 겸 대외무역·외국인투자부 장관과 함께 리본을 자르고 있다./AP·연합
◇ NYT "라울 카스트로 손자·아들, 트럼프 협상 전면에"

라울의 손자 라울 기예르모 로드리게스 카스트로(41)는 이번 위기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라울리토'로 불리는 그는 조부의 경호 인력 출신으로 현재 개인 보좌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카리브해 세인트키츠 네비스에서 열린 행사에서 루비오 장관 측과 접촉해 협상 메신저 역할을 맡았다.

이달에는 국영 텔레비전에 최고위 인사들과 함께 등장해 협상 전면에 나선 모습이 공개됐다.

라울의 외아들 알레한드로 카스트로 에스핀(60) 준장도 협상 핵심 인물로 다시 등장하고 있다. 그는 쿠바 정보기관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해왔으며, 2014년 오바마 행정부와의 비밀 협상을 이끌어 양국 관계 해빙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당시 협상은 대부분 캐나다에서 비밀리에 진행됐으며 18개월이 걸렸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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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손자인 라울 기예르모 로드리게스 카스트로가 1월 16일(현지시간) 아바나의 콜론 묘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EPA·연합
◇ NYT "카스트로 대조카 프라가 부총리, 망명자 투자 카드…'쿠바판 델시' 부상"

라울과 피델의 대조카 오스카르 페레스올리바 프라가(54)는 부총리 겸 대외무역·외국인투자부 장관으로 정책 전환의 중심에 섰다.

그는 이달 1959년 혁명 이후 최대 규모의 정책 전환 중 하나로 평가받는, 쿠바 망명자들의 본국 투자 허용 방침을 전격 발표해 주목을 받았고,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에 비유되는 '쿠바판 델시'로 거론되고 있다.

그의 실용적 접근과 내부 인사라는 점, 그리고 '카스트로' 성을 사용하지 않는 점이 미국 행정부가 선호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고 NYT는 보도했다.

또한 쿠바 법상 대통령은 국민의회 대의원만 맡을 수 있는데, 그가 최근 대의원으로 임명된 점도 정치적 포석으로 해석된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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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시민들이 24일(현지시간) 아바나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AFP·연합
◇ NYT "결속된 권력 구조…베네수엘라와 다른 경로"

NYT는 쿠바 권력 엘리트가 오랜 기간 숙청과 내부 통제를 거치며 강한 결속을 유지해왔고, 이는 베네수엘라와 달리 체제 전환이 쉽지 않은 구조라고 분석했다.

베네수엘라는 내부 분열이 존재했던 반면, 쿠바는 반대 세력 기반이 취약해 외부 압력만으로 정권 교체가 어려운 환경이라는 설명이다.

◇ NYT "베네수엘라와 다른 쿠바…혁명 과두제에서 자본주의 과두제로 전환 가능성"

위스콘신대의 쿠바 역사학자 안드레스 페르티에라는 NYT에 "겉으로는 탈(脫)카스트로화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 권력은 여전히 가문에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직 미국 관리 리카르도 수니가는 카스트로 가문을 영리한 협상가로 평가하며 "베네수엘라식 결말을 기대하면 놀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대 세력도, 이를 대체할 인물도 없는 상황에서 혁명 과두제에서 자본주의 과두제로의 전환을 시도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다"고 분석했다.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가이자 쿠바 전문가 브라이언 라텔은 "쿠바는 협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재임 기간 사회적 붕괴가 발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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