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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AI 시대, 성장의 활주로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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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2. 0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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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희 선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AI 기본법이 시행됐다. 정부는 이 법을 혁신의 활주로라 부른다. 맞는 말이다. 다만 활주로에도 설계의 디테일이 있다. 먼저 외국인 투자와 규제의 관계다. 최근 대통령은 외국인투자기업 간담회에서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투자처가 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규제는 과감하게 개선하고, 규제합리화위원회를 신설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외국 기업들이 한목소리로 요청한 것은 '예측 가능한 환경'이었다. 규제의 강도보다 명확성이 투자 결정에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AI 분야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수십조 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규제의 불확실성이다. 고영향 AI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범용 에이전트는 어떻게 적용되는지 해석이 엇갈린다. 정부가 시행령과 가이드라인으로 기준을 구체화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현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산업계에서는 또 다른 우려도 제기된다. 고영향 AI 여부를 자가판단하고 신청하는 절차, 위험평가와 문서화 의무가 초기 기업에게는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법무·컴플라이언스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규제 대응에 상당한 자원을 투입해야 하고, 이는 대형 사업자 중심의 시장 재편을 부를 수 있다. 대기업 역시 새로운 AI 서비스를 실험할 때마다 고영향 여부를 판단하고 문서화해야 한다면, 혁신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책임 설계의 균형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구조는 개발사와 플랫폼에 의무가 집중돼 있고, 병원·은행·채용 담당 등 실제 이용자의 책임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고영향 AI의 진짜 위험은 모델 자체가 아니라 '어디서 어떻게 쓰느냐'에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 측 책임 설계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AI 기본법이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 집중한 것은 바람직하다. 고영향 AI와 생성형 AI에 한정하여 투명성 의무를 부과하고,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이나 검색 랭킹까지 규율을 확대하지 않은 것은 현명한 선택이다. EU AI Act와 비교하면 한국 법은 훨씬 좁은 범위와 가벼운 의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규제가 필요한 영역은 있다. 딥페이크가 여론을 왜곡하고, 채용 알고리즘이 차별을 고착화하는 문제는 대응이 필요하다. 다만 규제의 집행은 신중해야 한다. 이미 도입된 최소 규제의 집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추가 규제는 단계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본과 싱가포르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두 나라는 그간 자율규제와 가이드라인 중심의 연성 규범에 기반해 왔다. 최근 일본의 AI 추진법 제정 등 입법 움직임이 결합되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 친화적 접근을 유지하고 있다.

AI 산업은 지금 성장의 시기다. 정부가 AI 기업들의 법무팀이 되겠다고 한 약속은 환영할 만하다. 글로벌 AI 기업들이 한국을 아시아의 AI 허브로 선택할 수 있도록 예측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주길 기대한다. 활주로는 비행기가 이륙한 후에도 정비할 수 있다. 지금은 이륙을 돕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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