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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선의 ‘파이브 가이즈’ 매각 본궤도…“실패아닌 절반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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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영 기자

승인 : 2025. 12. 17. 18:37

첫 외식 신사업 '조기 정리' 수순
사모펀드H&Q와 지분매각 MOU
"경쟁력 강화 위한 전략적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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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도전이었고, 그래서 더 뼈아프다. 한화그룹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직접 추진해 온 첫 외식 신사업 '파이브 가이즈'가 결국 조기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는 이날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에이치앤큐에쿼티파트너스(H&Q)와 파이브 가이즈 지분 매각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매각 대상은 한국·일본 파이브 가이즈 사업권을 보유한 에프지코리아로, 한화갤러리아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이로써 한화갤러리아가 지난 2023년 6월 파이브 가이즈를 한국으로 들여 온지 약 2년 반 만이자, 지난 7월 매각을 공식화한 지 5개월 만에 본격적인 회수 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파이브 가이즈는 김 부사장의 상징성이 가장 짙게 드러난 사업이었다. 해외 본사를 직접 찾아 협상을 진행했고, 국내 1호점 개점 당시에는 커팅식까지 주도하며 '한화 유통의 미래'로 전면에 내세웠다. 김 부사장이 경영 일선에 본격적으로 나선 이후 처음으로 성과를 증명해야 했던 프로젝트였다는 점에서 이번 매각은 상징성이 크다.

겉으로 드러난 실적만 보면 완전한 실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운영 법인인 에프지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46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4배 이상 성장했고, 영업이익 34억원으로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이는 한화갤러리아의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31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이러한 성과가 사업의 질적 안정성까지 담보하지는 못했다.

미국 본사에 지급하는 로열티가 가장 큰 부담으로 꼽힌다. 로열티는 지급수수료 항목에 반영되는데, 지난해 기준 43억원에 달한다. 2023년과 지난해 모두 매출액 대비 9%로 동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형이 커질수록 본사로 빠져나가는 비용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로 해석된다. 매출 성장이 곧바로 현금 창출로 이어지기 어려운 사업 모델이라는 것이다.

사업 성장 속도 대비 모회사 자금 의존도도 높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5월 두 차례에 걸쳐 에프지코리아에 총 7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올해 7월에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에프지코리아에 40억원을 대여했다. 신규 점포 개설과 운영 자금을 사실상 그룹이 떠안아온 구조였다.

그간 한화갤러리아는 파이브 가이즈 매각은 운영 부진에 따른 철수가 아닌, 서울 명품관 재건축 등 백화점 본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개별 사업의 성과와 별개로 현금 흐름과 재무 여건을 고려한 판단이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본관 리뉴얼을 앞둔 한화갤러리아의 재무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올해 상반기 기준 영업손실 3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 188억원을 내며 누적 결손금은 571억원으로 불어났다. 현금 흐름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지속적인 자금 투입이 필요한 자회사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기에는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번 매각을 계기로 '2028년까지 15개 점포 출점'이라는 한화의 청사진도 9개에서 사실상 멈춰 서게 됐다.

일각에선 우선협상자 선정 결과를 두고 향후 사업 방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장기적 사업 시너지를 전제로 한 전략적 투자자(SI)가 아닌 사모펀드가 선정되면서, 단기 수익 회수 논리가 앞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글로벌 본사와의 관계는 물론 향후 추가 파트너십이나 사업 확장 과정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화갤러리아와 H&Q는 향후 세부 실사를 거쳐 거래 구조와 가격을 확정하고 주식매매계약(SPA) 협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거래 시점은 내년 상반기로 예상되며, 시장에선 매매가를 약 600~700억원 대로 추산하고 있다.
차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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