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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령’, K팝에도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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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기자

승인 : 2025. 12. 16. 13:51

멤버 배제, 팬미팅·사인회 취소 등 중국 일정 차질
중국시장 불안정성 변수로 떠올라
"팬과 관계·경험·감정의 지속성...일관된 태도 유지하는 것 필요"
르세라핌
르세라핌/쏘스뮤직
중국과 일본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중국 내 '한일령'(限日令·일본 대중문화 콘텐츠 유입 제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가요계는 불똥이 K-팝까지 튀지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16일 가요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 예정됐던 K-팝 그룹의 팬미팅과 팬 사인회 가운데 일본인 멤버가 포함된 경우 행사 자체가 취소되거나 일본인 멤버만 행사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르세라핌은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열 예정이던 첫 번째 싱글 '스파게티'(SPAGHETTI) 팬 사인회를 취소했다. 주최 측은 '불가항력'을 이유로 들었지만 팀에 일본인 멤버가 포함된 것 때문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
클로즈 유어 아이즈/언코어
클로즈유어아이즈의 지난 6일 항저우 팬미팅에는 일본인 멤버 켄신이 참여하지 못했다. 같은 날 상하이에서 예정됐던 인코드 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습생들의 팬미팅은 행사 당일 취소됐다. 이들의 주최 측 역시 '불가항력'을 이유로 내세웠다.

중국에서는 '한한령'(한류 제한령)으로 K-팝 가수의 대규모 현지 공연은 여전히 열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노래 무대가 없는 소규모 팬미팅과 팬 사인회는 제한적으로 진행됐다. 이러한 이벤트는 중국에서 K-팝 아티스트가 공식적으로 팬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로 기능해 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일본인 멤버가 포함된 팀의 일정까지 불안정해지면서 기획사들은 중국 현지 활동을 안정적으로 설계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한한령' 완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던 상황에서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며 "중국 활동과 일정을 조심스럽게 살펴보고 조율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K-팝이 문화 산업이 아닌 외교 관계의 파생 변수로 취급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박송아 대중문화평론가는 "중국 내 K-팝 활동은 이미 제한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정치적 긴장에 따라 특정 국적이 현장 운영의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일정 취소나 멤버 배제 같은 비가시적 조정이 늘어나고 활동의 예측 가능성과 수익 구조, 팬덤 관리 전반에 불안정성이 누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시장이 관리 가능한 영역이 아니라 언제든 정치 상황에 따라 흔들리는 공간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변화는 팬덤 문화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내 팬미팅과 팬 사인회 등은 팬들이 소속감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에 이 공간이 흔들리면 팬덤은 상실감과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는 얘기다. 박 평론가는 "팬들은 공식 채널을 신뢰하기보다 비공식 커뮤니티와 해외 플랫폼으로 이동하며 행사 취소의 이유와 산업 구조를 스스로 해석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그 결과 팬덤은 단순히 소비하는 집단이 아니라 상황을 판단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주체로 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K-팝을 이끄는 엔터테인먼트가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해 국가나 시장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팬과의 관계·경험·감정의 지속성을 중심 언어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박 평론가는 "문화로서의 자율성과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설명이 제한되는 상황일수록 침묵을 어떻게 관리하느냐, 즉 정서적 공감의 언어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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