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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머니즘과 K-컬쳐’, 동시대 문화 속 무속의 재현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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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찬 선임 기자

승인 : 2025. 12. 16. 15:04

드라마·영화·OTT 콘텐츠에 나타난 무속 이미지, 학제적 논의의 장
서울대 민속학연구센터 제2회 학술대회 12월 19일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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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의 한 장면 / 사진 ㈜쇼박스
최근 한국 문화 콘텐츠에서는 무당과 굿, 주술과 신내림 등 무속적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한동안 이러한 요소들은 과거의 민속이나 특정 장르의 장치로 인식돼 왔으나 최근에는 영화와 드라마, OTT 콘텐츠 전반에서 주요 서사적 소재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배경 설정을 넘어, 인물의 감정과 관계, 이야기의 전개를 이끄는 장치로 무속적 세계관이 활용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영화 '파묘'와 드라마 '악귀', 그리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이들 작품에서 무속적 요소는 공포나 기이함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물들이 마주한 불안과 갈등,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의 층위를 드러내는 서사적 틀로 작동한다. 최근 한국 문화 콘텐츠에서 무속 이미지가 어떤 방식으로 재현되고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재현이 어떤 문화적 맥락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성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학문적으로 검토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서울대학교 민속학연구센터는 오는 19일 '샤머니즘과 K-컬쳐'를 주제로 제2회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2024년 창립된 서울대학교 민속학연구센터는 민속을 과거의 기록이나 유산으로 한정하기보다, 현재의 사회와 문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탐구해 왔다. 민속과 전통을 동시대의 문화 현상과 연결해 살펴보려는 이러한 접근은, 변화하는 문화 환경 속에서 민속 연구의 방향을 모색하려는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 역시 이러한 연구 흐름 위에서 기획됐다. 전통적인 무속 연구에 머무르기보다, K-컬쳐라는 동시대 문화 환경 속에서 샤머니즘이 어떻게 재현되고 변형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데 초점을 둔다. 드라마와 영화, OTT 콘텐츠 등 대중문화 영역에서 무속적 이미지가 사용되는 방식과 그 의미를 학문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최근 문화 콘텐츠의 변화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려는 자리다.

학술대회에는 민속학, 종교학, 문화인류학, 국문학 등 다양한 전공 분야의 연구자들이 참여한다. 각 발표는 무속문화의 상징성과 사회적 역할을 분석하고, 이를 동시대의 문화 및 미디어 환경 속에서 해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특히 대중문화 속에서 무속이 어떤 이미지로 재현되고 있으며, 그러한 재현이 어떤 맥락과 의미를 갖는지를 학제적으로 논의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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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 이미지 케이팝데몬헌터스넥플릭스 SNS 갈무리
기조발표는 홍태한 전북대학교 연구교수가 맡는다. 홍 교수는 40여 년간 전국의 굿판을 조사해 온 연구자로, 현장 조사 경험을 바탕으로 '21세기 한국 무속의 모습들 도구, 자본, 계급 그리고 욕망'을 주제로 발표한다. 이번 발표에서는 오늘날 무속 현장이 자본과 욕망, 계급이라는 키워드와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발표에서는 또한 새로운 계급 질서와 가족 구조의 변화 속에서 무속이 어떤 방식으로 변모해 왔는지를 살핀다. 이를 통해 오늘날 무속이 놓인 사회적 맥락과 그 변화 양상을 정리하는 데 초점을 둔다.

홍 교수는 아울러 굿이 이루어지는 과정에도 주목한다. 재가집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위로로 연결하는 능력이 굿에서 중요한 요소로 언급되며, 이러한 점을 통해 굿이 어떤 역할을 수행해 왔는지를 함께 짚을 예정이다. 이번 기조발표는 오랜 현장 조사 경험을 바탕으로, 21세기 한국 무속의 현재적 모습을 살펴보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조발표에 이어지는 세션에서는 개별 문화 텍스트를 대상으로 한 발표가 이어진다. 좌장은 최진아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맡아 발표를 진행한다. 김호성 국립한국교통대학교 강사는 'K-드라마 속 무당 형상의 활용과 변천'을 주제로 발표한다. '귀궁'과 '견우와 선녀'를 중심으로, 드라마 속에서 무당이 어떤 방식으로 그려지고 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이 발표에서는 최근 드라마에서 무당이 악귀와 악신을 천도하거나 인물의 감정과 서사 전개에 관여하는 역할로 등장하는 사례를 다룬다.

최학락 서울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연구원은 '정치, 무속, 미디어 케데헌에서 아마테라스까지'라는 제목으로 발표한다. 이 발표에서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주요 사례로 삼아, 무속과 정치, 미디어가 어떤 관계 속에서 다뤄지고 있는지를 살핀다. 한국 대중문화에서 오컬트적 상상력이 등장하는 양상과, 무속 및 신화적 요소가 콘텐츠 속에서 활용되는 방식을 점검하는 데 초점을 둔다.

김준희 세종대학교 대양휴머니티칼리지 초빙교수는 '영원히 깨질 수 없/있는' 불안을 중심으로 본 '케이팝 데몬 헌터스'라는 제목으로 발표한다. 이 발표에서는 해당 콘텐츠에 나타난 감정 표현과 서사 구성을 중심으로, 샤머니즘적 요소가 이야기 전개에서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발표 이후에는 정연학 전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장이 좌장을 맡아 종합토론이 진행된다. 개별 발표에서 제기된 내용을 바탕으로, 샤머니즘과 K-컬쳐를 둘러싼 쟁점들이 논의될 예정이다. 참가자들의 질문과 의견을 통해 토론이 이어지는 시간도 마련된다.

이번 학술대회는 서울대학교 민속학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인류학과 BK21 교육연구단, 알타이학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다. 여러 연구 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구성은 샤머니즘 연구가 특정 학문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인문학 전반의 교차 지점에서 다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학술대회는 대중문화 속에 나타난 무속적 이미지와 서사를 학문적으로 검토하며, 동시대 문화 환경 속에서 샤머니즘이 어떤 방식으로 논의되고 있는지를 차분히 살펴보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 문화 콘텐츠에서 나타나는 변화들을 이해하는 데 하나의 참고점이 될 수 있는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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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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